추석 하면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시나요? 일단은 민족 대명절, 긴 휴일, 가족들과의 재회 등이 떠오르시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혹은 이것부터 나올지 모릅니다. '교통 체증', '오지랖', '잔소리', '스트레스', '자존감 저하' 어느 순간 명절은 회피하고 싶은 온전히 쉴 수 없는 연휴 기간으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먹고사는 게 바빠진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이지 않다가 이런 명절에나 모이고, 그렇게 모인 일가친척들은 우리들의 상황을 모르니 전형적인 질문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무언가 말은 해야겠고, 지금까지 크게 관심은 없었으니, 우리들의 신상을 묻게 됩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보통의 삶(그러나 지키기 어려운 삶. 직장이 있고,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는 지키기 어려운 보통의 삶)을 살지 않으면 일단 어른이시니까 '언제~ 할 거니', '누구누구는 (주로 자기 자식) 잘 하고 있다' (안 물었는데!)와 같은 잔소리로 이어집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은 점점 추석 때 집에 내려가기를 꺼려하기 시작했고, 대신 여행을 택하기 시작했습니다. (매년 이 기간 해외 여행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죠) 그러나 모두가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처지는 아니고, 가고 싶지 않더라도 내려가야 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멘탈경험디자이너인 제가 조금이나마 이런 스트레스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만약 가족이나, 친척 중에 나의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자존감 도둑이 있다면, 최대한 물리적으로 회피해 대화를 차단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다른 말로 주체성을 발휘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어른 앞에서 대들거나 대응하기가 어려운 문화이므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즉, 무력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저 "예", "알겠습니다" 밖에는 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대화가 예상되는 친척과 가족이 보이는 경우 인사만 드리고 최대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회피를 할 구실은 '바쁜 회사 업무, 있는 것 같은 이성친구의 전화, 대학교 과제(시험), 취업 준비'로 삼고 선빵을 날리기를 바랍니다. 이러저러해서 바쁘다는 뉘앙스를 재빨리 전달하고 그 자리를 회피하는 것이죠.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자존감을 지키고 높이려 노력해야 하는데, 듣고 싶지 않은 대화로부터 벗어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도 그 한 가지 방법입니다. 잔소리는 최대한 듣지 않을 방으로 들어가 노래를 듣거나, 친구와 전화를 하는 등의 대안을 빠르게 찾아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나중에 친척들로부터 쓸 때 없는 소리가 뒤에 들려온다 하더라도 신경 쓰지 마세요. 내 인생에서 크게 중요한 말들이 아니란 거 아시잖아요? 사이가 그다지 친하지 않은 친척의 경우는 결혼식 말고는 볼일도 별로 없습니다.
자존감의 시각에서 보자면, 특정 영역에 대해서 굳이 집어서 공격하는 사람들은 그 부분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자존감이 낮아지는 특정 영역이라는 것) 자기도 남들도 인정하는 바에 대해서는 우리들은 열등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누군가와 굳이 비교하려 하지 않고, 그 부분에 대해서 다른 누군가가 더 잘 나간다고 해서 배 아파하거나, 자기가 잘났다고 굳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특정 주제 '직업이 이 정도는 되어야~' , '학력은 이래야~(혹은 학력 따위 전혀 중요하지 않다)'와 관련해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의 머리 속에는 결국 '나는 직업적인 부분에서 열등감을 느낀 적이 많아', '나는 이렇게 나이 먹었는데, 학력에서 아직도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했어'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입니다. 교묘하게 우리를 걱정하는 형태로 이 말을 꺼내시기는 하나, 그 말을 들은 우리는 자존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피해를 받을 때에 우리는 불쌍히 여기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들은 나를 통해 열등감을 느꼈고, 그 열등감은 내가 아니더라도 계속 가져갈 문제이기에 앞으로도 힘들 사람들은 그들입니다. 공격하는 자가 약자입니다. 약자의 어설픈 공격을 불쌍하게 여기세요. 미숙한 아이가 내게 자랑하고 뽐내고 공격한다고 해서 우리가 상처받고 힘들어할 필요는 없습니다.
피할 수 없고, 불쌍하게 여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요? 그럴 땐 솔직함이 제일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용기와 다음 공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너는 왜 이렇게 말랐니? 좀 잘 챙겨 먹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보죠. 여러분들은 아마 이런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못하셨을 겁니다. 상대가 어른이기도 하고 으레 예전처럼 그냥 적당히 넘어가기를 바랄 뿐이었을 테니까요.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참지 못할 상황까지 오게 됩니다. 이럴 때 우리는 '대응' 해야 합니다. 어떻게? 아주 솔직하고 진실되게. 우리나라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말이 상처가 된다'라고 하지 않고 '알아서 할게요' '그만 하세요' 등으로 우회적으로 불편함을 표현하죠. 사람은 낯선 방식으로 행동하면 당황하고 겁을 먹게 됩니다. 이제는 이 낯선 방법을 활용하기로 합니다. 솔직함 100%으로 무장해서 대응하는 것이죠.
A : "너는 왜 이렇게 말랐니? 좀 잘 챙겨 먹어"
나 : "그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하시네요. 저는 이 말이 저한테 어떤 도움을 주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냥 저의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스스로 부족한 사람처럼 느끼게 해요.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상처를 받고 힘들어요. 제가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란다면,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용돈을 주는 게 더 확실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이 이야기를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이렇게 대응한다면 적어도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다음에 또 이런 말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 한마디에 뭐 이렇게까지 대응하냐?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통해 지금까지 받은 설움을 모두 없애고 앞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면 30초 투자 대비 큰 효과를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이런 식으로 대응했을 때 어른들은 그들이 가진 유일한 무기인 '권위'를 내세울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그냥 네 하고 받아들여야지"와 같은 것들이죠. 일단 이 말이 나왔으면 우리들은 반격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고(당황했으니 최후의 무기를 썼겠죠?), 이 말을 꺼내시려고 하면 예상했다는 듯이 "아 네~" 혹은 "앞으로도 네 라고만 말하겠습니다."로 말하시기 바랍니다. 상대는 원하는 수긍을 얻지 못했으나 표면적으로 해달라는 건 해 주었으니 할 말이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가장 온건한 두 번째 카운터 어택은 "저는 저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했습니다. 앞으로는 비슷한 말은 안 해주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하고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권위를 내세우는 반응이 나오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대화가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개썅마이웨이는 우리의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한 과격하지만 확실한 방법입니다.
추석 특집 - 자존감 도둑 방비책
1. 자존감 도둑을 물리적으로 피해라
2. 공격하는 자는 약자, 앞으로도 힘들 그 사람을 불쌍히 여길 것
3. 솔직함은 때때로 강력한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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