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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디쌤 조명국 Jun 17. 2016

[딱히 써먹지 못하는 심리학 2편] 군대 2

입대를 앞두고 훈련소

 각 단계별로 글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토요일을 거쳐 일요일에 마무리를 하고 월요일에 예비군 참여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보너스 알파로 예비군의 심리학을 쓰는 것으로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불안함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는 사실 벚꽃 엔딩보다도 더 많이 듣고 불렸을지 모르는 노래입니다. 왜냐하면 군입대를 앞둔 장병은 매년 발생하고, 매 시기마다 입대를 하기 때문입니다. 괜스레 이 노래는 입대 전후해서 들어야만 할 것 같고 부르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https://www.youtube.com/watch?v=JMkl1NZ1Zjk

(한번 듣고 가시죠. 제가 좋아하기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이 분의 독특한 보이스와 음악 스타일은 저도 좋아합니다.)


 입대를 앞둔 남자들은 불안함을 지속적으로 겪게 됩니다. 군생활 자체에 대한 불안감은 앞서 말씀드렸던 두려움의 공간에 가야 한다는 데에서 일어납니다. 초반에 생겼던 분노는 점차 줄어들고 이제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함만이 남게 되는 것이죠.


 또한 입대를 앞두고 조금 남은 날들을 어떻게 해야만 뜻깊게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뭔가 엄청난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요. 문제는 여행을 해도, 새로운 시도를 이 시기에 해도 마음속 한 구석엔 옥죄고 불안한 마음을 없앨 수 없기 때문에 온전히 몰입해서 시도하지 못합니다. D-day를 세고 있고, 막연하게 가기 싫다 싫다.. 2년이나 버텨야 한다니..



 자괴감, 안도감


 입대를 앞두고 기존의 인간관계를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군입대를 하면 자주 못 볼 텐데, 그 전에 한 번 보고 싶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죠. 누군가는 만나고 떠나야 할 사람이 너무 적어서 나의 인간관계는 실패한 것이 아닌 가 하는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는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많기 때문에 자괴감에 꼭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소수의 친구들이더라도 헤어져서 아쉽다는 표정들을 보게 되면 안도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도 많은 친구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명과 함께 밥을 먹으며 후에 다시 같이 놀자는 약속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퇴행


 훈련소로 가족과 함께 떠납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이 줄었던 사람들은 군 입대를 할 때쯤에 잠시 효자가 되기도 합니다. 혹은 '퇴행'하기도 합니다. 어린아이처럼 이 상황을 부정하고 싶어 지고 부모님께 어리광을 피고 싶기도 하고 헤어지기 싫어 눈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의외로 의연한 사람들도 많더군요)


씨 X


 네 욕이 나옵니다. 입소 과정은 욕이 나옵니다. 다시금 이전에 들었던 분노가 압축적으로 나타나고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회와는 멀어진다는 단절감, 2년이라는 시간의 어마 무시한 기간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대한민국'의 시작


그리고 부모님께 절을 합니다.


 군대에서는 이러한 상징적인 장치들을 꽤나 자주 사용합니다. 


"지금까지 키워주신 부모님께 큰 절하고 군생활을 시작하자" 

"강한 남자가 되자" "2년 후에는 달라져 있자" 등의 생각을 하면서 부모님과 헤어집니다.


지나고 보면, 사회가 원하는 '남자의 상'은 이때부터 세뇌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공간에 강제로 들어가게 만들고, 그 상황에 굴복하고,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을 버텨 내야 하고,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갖가지 상징적인 행위들로 '정당한 행위, 남자다워지는 행위'로 미화하는 작업이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이 사고 과정은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어떤 공간에 강제로 들어가게 되고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고 그것을 미화하는 것

= 어떤 기준에 강제로 속해 있고 그 기준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고 나중에 그 기준에 다행히 들어서 안도하는 것


펄럭..?

인권침해의 현장


 훈련소에 입소해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훈련소 생활을 시작한 제가 제일 처음 떠올린 단어는 '인권 침해'였습니다. 인간의 자유가 속박당함과 동시에 대우가 쓰레기 같다는 데에서 인권침해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 같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군대에 입대하면 세 가지가 사라지는데 1. 애국심 2. 여자친구 3. 지식(마지막 것이 잘 떠오르지 않네요)이라고 합니다. 사랑할 권리도 하고 싶은 공부할 권리도 다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훈련소는 다룰 것들이 참 많은데 몇 가지 떠오르는 키워드를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빡빡이


 개성을 말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들을 모두 비슷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또한 군생활의 상징적인 장치라고 볼 수 있는데, 훈련병들의 머리를 모두 밀어버립니다. 군생활과 머리,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보셨는지요? 없습니다. 적당히 짧으면 시야를 가릴 이유도 없고 길다 해도 묶으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군대에서는 각 개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병사 몇 명으로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개성이 딱히 필요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도 머리를 깎는 행위를 통해 이 공간에서 나는 그들을 이루는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도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공포


 군생활은 공포를 주고받는 생활이라고 정리해도 될 것입니다. 훈련소에서는 그 데모 버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조교로 군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고압적인 말투와 표정으로 훈련병들을 제압합니다. 표정은 어떤 감정이 들어서 나타나지만 반대로 그 표정을 지었을 때 감정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볼펜을 입에 물고 웃지 못하게 하면서 만화책을 본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움의 정도가 낮아진다는 실험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매일 분노한 표정과 공격적인 말들을 쏟아내는 그들도 그 감정을 일정 정도 느껴야 했던 것이죠. 


변비


 몸이 계속 긴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황이 바로 화장실 이용 실태입니다. 많은 훈련병들이 화장실을 잘 이용하지 못합니다. 후반부에서는 조금 나아지긴 하지만, 초반 몇 주간은 대부분이 변비에 시달리죠. 고압적인 분위기에, 절대적으로 화장실 갈 시간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배변활동이 활발한 친구들이 당시에는 부러웠습니다.) 고된 훈련에 배고픔이 커져 밥도 많이 먹지만, 화장실에는 못 가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어느 누구가 20년간 자유롭게 다녀왔던 화장실을 못 가고 눈치 보고 가며, 제대로 용변도 못 보는 경험을 해 보았을까요? 


재미


 훈련소 생활이 재밌었다는 것이 절대 아니고,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재미를 찾는다에서 재미라고 붙여보았습니다. 특기 시험이라는 것을 봐야 했는데, 그와 관련해서 공부할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고, 가끔 쉬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때 훈련병들은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주어지는 공책에다가 게임의 룰을 정해서 서로 하기도 하고,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들로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다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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