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연락이 없지..?'
요즘 젊은 사람들이 5포 세대 8포 세대라고는 하지만, 행복한 연애를 꿈꾸는 혈기왕성한 사람들은 여전히 소개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도 20대 중후반까지는 소개팅을 자주 하곤 했었지요. 초반 몇 번의 소개팅에서는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말쟁이가 다 되어서 소개팅에서 말이 끊기는 등의 문제들은 사라졌으나, 여전히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잘 된 것 같은 소개팅에 애프터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 다룹니다. 애프터는 아직도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경우가 많지만, 잘 되었다고 생각한 소개팅에서 애프터를 거절당하는 경험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개팅은 꽤나 정보가 불균형한 경험입니다. 상대에 대해서 아는 점은 그저 싱글이라는 점과 외모, 직업 정보, 약간의 성격 정보가 전부이죠. 이 정보의 불균형은 우리로 하여금 애프터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이 오직 나에게 있다는 편향적인 사고를 갖게 합니다. 즉, 상대의 선택에 어떤 상황적인 요인이 개입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이 편향적인 사고는 곧바로 나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기가 쉽습니다. 상대방이 나의 애프터를 거절했다는 것은 나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상대방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좌절로 이어지죠.
저 역시 소개팅에 실패했을 때를 기억해보면, 그녀가 정말 마음에 들었느냐 안 들었느냐를 떠나서 거부당했다는 감정이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습니다. 거부라는 감정은 자존감 하락과 다소간의 분노, 합리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하는 속성이 있거든요.
그러나 상대가 나의 애프터를 거절, 혹은 애프터가 없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행동에는 수많은 상황적 요인들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적인 요인들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개팅을 거절당하는 상황 말고, 우리가 소개팅을 부탁하는 상황을 떠올려봅시다. 우리는 간혹 헤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 애인을 잊기 위해 소개팅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다 잊어버릴 거야’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그러나 함께 했던 시간이 길고, 또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은 전 애인을 잊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에는 물리적으로 꽤 시간이 필요하죠.
그런 상황에서 마주한 소개팅 상대는 충분히 재미있고 매력 있지만, 아직 연애를 시작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모습에서 전 애인과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면 더 생각날 수도 있고, 내가 익숙하고 좋아했던 모습과 정반대 되는 모습에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죠.
20대 초반, 20대 중반, 30대 초반의 소개팅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어렸을 때에는 그 사람의 외모나 만남의 즐거움에 중점을 두었다면, 나이가 먹을수록 상대방의 여러 가지 요인을 신경 쓰게 됩니다. 성격이 너무 맞지 않은 상대를 만나면서, 성격을 보게 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겪으며 상대의 학력이나 됨됨이를 보게 됩니다.
좀 더 지나 30대 초반의 경우엔 어쩔 수 없이 경제적인 부분이 고려가 되는데, 상대방이 나의 직업이나 경제력에 대한 생각 때문에 애프터를 거절 혹은 신청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저 같은 경우 상대방의 경제력과 소비습관이 저와는 차이가 나서 마음이 쉽게 열리지 않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흙수저에 가까웠던 저는 해마다 가족과 해외여행을 간다거나 비싼 음식으로 외식하는 상대의 이야기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외모, 학력 등의 차이가 클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마음에 들어도 부담스러운 마음을 잠재우기 힘들 기 때문이죠.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이성적인 느낌을 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상대에게 빠지는 이유는 아직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전반적으로 외모가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맞으나, 꼭 외모만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목소리에 끌리기도 하고… 연락주.. 세요?)
대화는 정말 잘 통했지만 키가 이상형과는 멀었다거나, 다른 모든 부분은 괜찮은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고 하면 우리는 상대에게 빠지지 못합니다. 저의 경우엔 상대의 성격 등 많은 부분이 괜찮았지만, 웃는 모습이 깨는 분이 있으셨고, 그분에게는 애프터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잘 진행되었고, 3시간 가까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처럼 어떤 특정 부분에 의해서 우리는 상대에게 빠지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어떤 특정 부분에 의해 사랑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그런 특정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깨는 요인으로, 누군가에게는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지요.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이 사람이 이 소개팅만 고려할 거란 생각에 빠집니다. 우리조차도 그렇지 않으면서 말이죠. 상대 역시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고 이는 곧 그 사람이 소개팅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이성에 둘러 쌓여 있음을 뜻합니다. 상대가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대쉬를 많이 받았을 가능성이 있지요.
만약 여자분이라면, 그녀가 소개팅 장소에 오기 전까지 교회 오빠, 절 동생, 무슬림 친구의 연락이 있을 수 있고, 버스정류장에서 헌팅을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르지만요. 또한 나 이외에도 바로 저녁에, 다음날 점심에 소개팅이 잡혀 있을 수 있습니다. 상대는 자기와 더 맞는 사람을 이미 찾았을 수도 있고, 나와 카톡을 나누는 중에 더 맞는 상대를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더 맞는 상대를 만났다고 내가 못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남을 시작하고 있지만, 일부는 가볍게 만나는 것을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서 진지한 만남을 생각했던 사람들이 실망하기도 하죠. 어쨌든 상대의 의도는 진지한 연애가 아니고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었기에 소개팅 자체는 재미있고 즐거운 분위기지만, 상대가 목적을 달성했거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상대라고 여긴다면, 상대는 애프터를 당연히 요청하지 않고, 요청을 해도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람이 어떤 의도로 이 소개팅에 왔는지 알 수가 없고 혼란에 빠지게 되겠지요.
이 글을 분들 중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매력이 있었으면 잘 되었을 것
이라는 생각을 하실지 모릅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그게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렇게 뛰어난 매력을 제한된 시간 내에 보여주기란, 소개팅이라는 이벤트 내에서 쉽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 역시 얼마나 많은 요인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시대에 들어서 우리는 수많은 불안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 불안은 더 좋은 선택, 완벽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더 많은 선택의 조건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모든 문제의 발생이 당신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그러니 애프터가 없다고, 애프터를 거절당했다고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상대는 이렇게 여러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고, 그저 나와 상황이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조금씩 나를 발전시키면서 시도하다 보면 분명 더 좋은 사람과 함께 할 날이 올 거예요! 용기를 내시길 바랍니다! (나한테 하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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