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첫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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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방에서 우리 학교로 진학했던 그 해에 상당한 자존감 하락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저보다 똑똑한 사람도 많았고, 잘생기고 예쁜 사람도 있었지요. 그 안에서 저는 그저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열등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를 해결해 나가는 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군 전역 후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아 지금은 그래도 동기들 사이에서의 자존감 하락은 덜한 편입니다. 그러나 연애관계에서의 자존감 하락은 피할 수 없더군요. 최근 자존감과 관련한 책을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존감 저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데, 사람들에게 거부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다 맞추려고 하거나, 하는 일에 대해서 완벽성을 추구합니다. 혹은 반대로 모든 상황에 짜증을 내고 욱하곤 한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위로하지 못하고 항상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그에 대응해왔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잘 안 선다고도 하는군요. 공부에 관하여 우리 학교 학생들이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멘탈이 약한 사람도 주위에 한 두 명씩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런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이해하고 공부해야 할 것은 자존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어떤 형태로 진행하겠다는 게 명확한 것은 아닌데 일주일에 한 번씩 집단 상담처럼,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부한 것을 이야기하고 위로해주고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굳이 혼자 하지 않고 스터디를 하려는 이유는, 꼭 다루고 넘어가야 할 주제이기에 열심히 공부하고 싶고, 서로가 서로의 경험을 오픈하면서 위로받기 위해서입니다. 어설픈 생각이지만 관심 있는 분이 있을까요?
위 글을 저희 학교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자존감 스터디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까 자존감을 공부해보자. 함께 하실 분? 을 쓴 글쓴이입니다. 약 십여분 정도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베게까지 간 추천수로 보아 많은 분들께서 '자존감'에 대한 문제를 안고 계신 것 같습니다. 스터디는 일단 오리엔테이션 형식으로 참여자 분들과 만나 진행 방식에 대해서 논의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각자 어떤 식으로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미약하게나마 생각해본 방식은
1. 6주 동안 진행하고 책 두 권을 활용해 공부를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 - 낮은 자존감 파트만
2. 다양한 활동을 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내면 아이 돌아보기'와 같은 경우 내면 아이를 만들어 보는 활동(?)을 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림 혹은 인형 만들기?) / 과거를 돌아보기 위한 과거 사진 소개하기
3.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하기
제가 이 스터디를 우리 학교 동문과 함께 하길 바랬던 이유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훨씬 더 많이 자존감 문제를 겪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주위의 기대와 눈치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사람도 많고, 뛰어난 사람들 주위에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자신과 남들을 비교하는 환경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학교를 졸업해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 저와는 달리 많은 분들이 바쁘고 힘든 삶을 살고 계시기 때문에 참여가 힘드실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스터디의 경험이 기록되고 학교 학생들과 졸업생들에게 공유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터디는 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총 열여덟 분께서 쪽지를 보내 주셨고, 간접적으로 관심을 표현해주신 분까지 합치면 스무 명이 넘었습니다. 관심 가져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연락이 되어서 카톡방에 추가한 인원은 열네 분 정도 되었고, 몇몇 분이 카톡방을 나가시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아는 분이 단톡방 안에 포함되어 있었거나, 많은 분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게아직 두려우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익명을 원하셨는데, 제가 사전 공지 없이 단톡방으로 묶은 것이 실수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쪽지까지 보내주시고 지원해주신 용기는 다음 한 발자국을 나아가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어제 바로 사전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참여할 수 있는 분에 한해서 모임을 진행해 보았고, 저까지 5명이 모여 자존감에 대한 자유로운 이야기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대화를 진행하였습니다.
여기에 왜 참여하게 되었나요?
글쓴이 : 자존감 스터디를 기획한 저는, 새로운 시도를 좋아합니다. “필요하나 아무도 안 한다면 내가 하지 뭐”라는 생각과 함께,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자존감에 대해서 제대로 한 번 짚고 넘어가 보고 싶었습니다. 많은 심리적인 문제가 실은 낮은 자존감이 원인인 경우가 상당히 많기에 우리가 꼭 알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동기들 사이에서의 자존감 하락은 어느 정도 극복해 냈으나, 이성관계에서의 자존감 하락은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에 이를 중점으로 해결하고 싶습니다. 늘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저는 어느 순간 상당히 무매력적인 사람이 되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A군 : 저는 동기들과의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과 공부를 하고 있는 저는 과고 출신의 동기들과의 차이 때문에 자존감 하락을 겪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자연스레 친구들과 한 곳에 모일 수 있었기에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대학에서는 온전히 제 스스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남들이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이고,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할 까 봐 걱정됩니다.
B군: 저는 한 분야에 대해서 성공하지 못하면 그 분야에는 온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완전히 놔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 자신을 사람들에게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학과 공부 이외에 따로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나, 이 일에 있어서도 남들의 평가가 나쁘게 느껴지면 크게 신경이 쓰입니다. 이일을 통해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C양: 저는 이따금씩 일어나는 일에 분노를 느낍니다. 아직은 확실히 자존감의 문제라고 보지는 않지만 연관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맑은 날에는 괜찮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꼭 비가 새는 집에 사는 느낌이랄까요? 이 모임이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는지 궁금해서 온 것도 있습니다.
D군: 주위 친구들로부터 자존감이 좀 낮은 것 같다는 말들을 듣곤 했습니다. 이 모임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모임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에 관하여
1) 익명성
이 스터디를 통해 진행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단 위에서 밝혔듯이 이 스터디에서 익명을 원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내가 누구인지 조금씩 드러내는 것이 자존감 향상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첫걸음의 처음은 자신의 이름을 모임 내에서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물론 저만의 불충분한 생각일 수 있으나, 모임을 주도한 제가 초반에는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고 보았기에 이렇게 결정하였습니다.
2)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혹은 받지 않기 위한 준비태세 갖추기
자존감의 하락을 겪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 눈빛에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미리 주지하고 상대방을 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견을 내 비치기 전에 이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혹여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판단이 들면 빠르게 ‘그런 의도가 아니었음’을밝히고 사과하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한마디가 나를 공격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닐 수 있음을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음 편히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
자존감 스터디가 좋은 이유는 일반적인 모임과는 달리 ‘나는 약한 사람임’을 미리 밝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리 자신이 약한 사람임을 직접적으로 밝혔기에 마음이 편하고, 사람들은 자존감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씩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우리가 약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서로가 서로를 떠나거나 거부하지 않을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나의 약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새로운 공동체 형성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위해, 취미 이야기도 했는데요. 우리는 조금씩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B군은 다음 시간에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대해서 다음에 더 자세히 공유해주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자존감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자신의 장점도 단점도 이야기할 수 있음을 자연스레 깨달아 가면 좋겠습니다.
스터디라는 형태
스터디를 실제로 해 본 적은 없으나, 대략의 방식은 모임의 한 사람이 할당된 부분을 열심히 공부해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발표라는 상황은 개인에게 큰 압력으로 다가오지만, 우리가 발표하는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밝히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북돋아 줌으로써 자존감 향상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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