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하기
오랜만에 시작한 연애를 짧게 마무리했습니다. 지금의 제 생각을 정리하며, 이별의 감정과 생각을 마무리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글은 지금까지의 글처럼 누군가를 위한 글은 아니고, 오로지 저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작성합니다. 감정을 정리하는데에는 늘 그래왔듯이, 글만한 게 없으니까요.
사실 지금 이별에 관한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이 생각보다 편안합니다. 그 분과 만난지가 오래되지 않아서 애정이 크지 않았던 것인지, 할 수 있었던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탓에 후회가 없는 것인지, 헤어지고 나서 빠르게 가까운 지인들에게 눈물 흘리며 털어 놓은 탓인지는 모르지만, 의외로 지금 아픔은 크지 않습니다. 이게 지금 저의 마음을 억제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빨리 회복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 일주일은 더 지나봐야 알겠지요.
어쩌면 참 교과서적으로 이별후 과정을 겪고 있는거 같습니다. 이별 후 마음을 추스리기기 위해 친구를 찾고, 기분을 전환하고, 지금 글까지 쓰고 있는 거 같은데.. 마음을 추스리는게 너무 교과서적이라 어색함마져 드는군요.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당연히 이별을 잘 마무리하고, 또 좋은 이연을 찾는게 당연하고 권유할만한 일임에도, 너무 착착 진행되는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왠지 이렇게 글을 몇 번 쓰다보면, 빨리 마음이 정리되고 해결될 거 같은 느낌..?
오랜만에 연애를 해서인지, 상대가 초반에 준 어떤 좋은 평가 때문인지 몰라도, 저는 상대에게 애정표현을 참 많이 하는 타입이구나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 분의 표현에 따르면, 좋은 것을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하는 타입이었죠. 기존 연애에서는 슬프게도 제가 똑똑하다거나 멋지다거나 하는 표현을 참 못들어오다 이번 연애에서 그런 평을 들으니, 더 마음이 확 커진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라기 보다는, 이제 '인정 받았으니, 마음 놓고 좋아해 되는 건가보다!' 하는 마음이 더 컸던거 같습니다. (이것은 제가 반성해야 할 부분 같습니다. 연애를 너무 오래 쉰것도 문제였고, 상대를 보고 마음을 키워야 하는데, 연애하고 있는 상황, 불안을 줄이고자 하는 마음 등 다른 것들이 너무 끼어든거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제가 더 큰 불안형 애착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꽤나 민감한 유형이었고, 그녀 앞에서 긴장도 많이 했었습니다. 상대가 마음이 식은걸 보면, 짐짓 모른척 기다리고 노력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너무 잘 보였고(민감한 성격+직업적 영향),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꽤 슬펐던 거 같습니다. 저는 상대가 저에 대한 애정이 존재하지 않을 땐, 그걸 귀신같이 파악하고, 진실을 알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상대는 식은티가 크게 나기도 했구요) 저는 불안하기 때문에 식어가는 이 관계를 버티기 보다는 직면하려는 생각이 컷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며칠이 저에겐 '말려나가는 느낌'이었거든요. (불과 며칠전과 다른 말투, 연락, 대화에 불안해 하는 제가 뙤양빛에 말려 나가는 지렁이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지금도 혼란스럽기는 합니다. 그녀가 나에 대한 애정이 없음을 알아도 노력했어야 했는가? 아니면 그저 나를 좋아하기까지 기다렸어야 했는가 하구요. 그러나 우리가 노력하기엔 우린 너무 짧은 시간 만났고, 상대가 나를 좋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왜 노력해야 하지?" "나는 어쨌든 날 안 좋아한다는 사람 앞에서 뭘 하고 있는거지?" "나는 나를 지금의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이 모든게 솔직하지 않거나 문제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면 드러나지 않을 문제였지만, 저는 그 마음을 아는데 치중했습니다. 그래서 결론 역시 빠르게 나 버렸죠. 이게 좋은 과정이었는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빨리 알고, 더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좋은 것인지, 조금 더 길게 호흡을 가져갔어야 했는지 말이죠.
이번 연애를 통해 알게된 제가 바라는 이성상은, 저의 다양한 측면을 긍정적으로 봐 주고, 그것의 가치를 인식하며, 애정표현을 포함해 많이 표현을 해주는 사람입니다. 이는 제가 관계가 성숙하기 전까지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는 더더욱 안정적인 마음 상태가 있어야 하는 것이겠죠. 저는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면 있는 그대로 좋은 점을 상대에게 드러내기에 불안감을 주진 않는데, 상대 역시 그래주는 사람이 좋은 거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할 수 있을만큼 정서적 성숙이 있어야 겠더라구요. (그녀는 '좋은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을 명확히 구분짓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듯 했습니다.) 저 역시 이 부분은 아직 많이 성장해야 할 부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다음으로 조금씩 발전하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해야 합니다. 그게 자신의 커리어의 발전이나, 재테크 측면일 수도 있겠죠. 저의 소박한 꿈은, 이런 분야도 서로 공부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관계면 좋은 거 같습니다. 이점은 단순히 그 자체가 멋지다는 측면도 있지만, 서로의 진짜 함께 할 미래를 생각한다면, 발전하려는 태도가 관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나이가 차감에 따라 저 역시 미래를 함께 할 사람을 신중하게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연애할 사람이 아니라, 결혼할 여자를 찾아야겠다는 거죠) 여전히 마음 한켠에서는 연애를 충분히 많이 안 해본 것 같은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 이 문제 보다도 더 안정적으로 마음을 주고 받고, 미래도 어느정도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런 저를 믿고 따라가 줄, 또 저 역시 상대를 믿고 따라갈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처음부터 완성된 존재는 아니지만, 성실하게 조금씩 발전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계속 또 누군가를 찾아 나서야겠지요. 며칠만 더 궁상 떨다가, 또 새로운 인연을 찾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의 목표는 인연 찾기이고, 한 번 실패했다고 좌절할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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