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열심

하나님의 열심과 공공성의 연결

by 게츠비

은퇴하신 박영선 목사님의 책, 하나님의 열심을 읽었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땐,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하나님이 열심히 일하신다”는 말, 너무 당연하게 들렸다.


그런데, 이 당연한 말 안에 얼마나 많은 진실과 무게가 담겨 있는지, 책을 읽으며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박영선 목사님은 그 당연함이 얼마나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진리인지 다시 상기시켜주신다. 하나님은 일하신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하심을, 때로는 모르고, 때로는 왜곡된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책은 아브라함, 야곱, 요셉, 모세 같은 성경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하나님이 그들의 연약함 가운데 어떻게 역사하셨는지를 차분하게 풀어간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건 1985년,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이다. 시간이 흘렀어도, 그 메시지는 여전히 또렷하다.


우리는 하나님의 열심을 말하면서도, 정작 삶에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우리의 열심으로 바꿔버리기 일쑤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내 노력, 내 헌신, 내 선택만을 강조한다. 아브라함을 생각해보자. 창세기의 중심 인물, 믿음의 조상. 누구나 그의 믿음을 대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박영선 목사님의 시선은 다르다. 그는 말한다. 아브라함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를 믿음의 자리로 끌고 가신 것이 대단한 것이라고. 아브라함의 믿음은 그의 위대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열심의 결과다.

나는 가정에서, 교회에서, 친구들과 삶을 나누며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마다 약점이 다르고, 연약함이 다르다. 나도 그렇고, 내 주변 사람들도 그렇다. 하나님은 그런 연약함 가운데서도 일하신다. 아니, 오히려 그 연약함을 통해 일하신다.


그런데 이 연약함이라는 건, ‘소수성’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각자의 연약함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결핍이자 소수성이다. 그렇다면 공공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다 소수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안에 있는 ‘다수의 성숙함’으로 서로의 소수성을 보살피는 일이다.


하나님이 우리 안의 연약함을 돌보시는 방식은 때로 참 신비롭다.
어쩌면 하나님은 우리 각자를 통해, 서로를 돌보게 하신다.


하나님의 열심은 각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임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을 통해 공동체를 살리려는 열심이다. 그래서 때때로 우리는 묻게 된다.


“우리가 열심히 뭘 할 필요가 있을까? 하나님이 하시는 거 아닌가?”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말할 때, 하나님의 열심을 ‘무책임의 도구’로 삼을 수 있다.
결국, 하나님의 열심은 우리의 열심도 포함하는 열심이어야 한다.
그것이 곧, 공공을 향한 하나님의 방식이다.



하나님의 열심과 공공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 삶 가운데 일하시는지를 보면, 공공성의 의미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하나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열심으로 다루신다. 하지만 그 열심이 단지 개인의 믿음만을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쉽게 공공의 시선을 잃는다.


공공성은 ‘하나님과 나’ 사이에서만 머물 수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를 공동체적 존재로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믿음의 동역자 중 한 형제가 이런 말을 했다.


“무엇을 배우기 전에, 하나님이 내 인생을 어떻게 쓰시는지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나와 하나님 사이의 관계가 정리되어야, 비로소 공공성을 향한 눈과 마음이 열린다.
하나님의 열심은 단지 내 신앙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믿음을 통해 다른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사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도 남는다.
하나님은 왜 연약한 자에게 직접 개입하지 않으실까? 왜 중간에 우리 같은 사람들을 사용하실까?


나는 이 질문 속에 공공성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느낀다.

하나님은 공동체를 통해 일하시기를 원하신다.


아담과 하와를 만드셨던 하나님은, 처음부터 인간을 관계 안에서 존재하게 하셨다.
그 공동체 안에 약자가 있다면, 하나님의 열심으로 믿음을 부여받은 우리는, 그 약자를 향해 살아야 한다.


개인을 세우고, 그 개인을 통해 또 다른 개인을 돌보게 하시는 방식.

그게 하나님의 방식이고, 우리가 살아내야 할 공공성이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열심이 우리 안에 살아 있는 증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복음의 공공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