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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훈 Aug 25. 2019

그거면 됐다.

창업 초기,

시간이 그리 중요한 지 몰랐다.


남들과는 다른 아이템으로 시장에서 대박을 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상상만으로도 희열감을 느꼈으며, 하루 일과는 그야말로 행복의 연속이었다.


매일 아침 눈뜨면, 조그마한 사무실로 발걸음을 향했고,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출근길을 나오지도 않는 휘파람 불어대며 룰루랄라 스타트업 노래를 부르며, 남들이 알아봐 주지도 않는 쓸데없는 어깨뽕에 심취해 건방 떨며 창업을 했을 때가 엊그제다.


투자?

그까짓 투자 1~2억 개발만 끝나면, 너도나도 돈 싸들고 올 테니 신경 끄고 개발만 잘하자는 이상한 신념으로 개발사에게 사기를 당하면서도 ㅂㅅ같이 그거 하나 눈치채지 못하고, 쓰레기 같은 개발용역 결과물에 분노의 나날을 보낸지도 엊그제다.




어쨌든..

이런저런 일 다 겪어가면서 시간은 2019년의 오늘이 성큼 다가왔고, 또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필자는 창업을 하는 것보다 창업을 도와주고, 연결해주고, 이어주는 일이 적성에 맞을뿐더러, 실제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를 전화, 문자 몇 통으로 성사시켜 크진 않아도 작고 소소한 감동과 희망을 주었고, 지금도 연장선상에 있다.


2012년 사업자등록을 했으니,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들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 필자가 했었던 업무 그대로 창업교육과 컨설팅, 가끔 옛정으로 의뢰 주셔서 운영하는 창업캠프를 하고 있다. 직장 내에서는 임직원 역량강화를 위해 나름대로 집중해보려고도 하지만, 잘난 것 하나 없는 필자를 찾아주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상담해주고, 고민을 들어주며, 어려운 일은 어떻게든 해결해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뭔가 하나에 집중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저 주어진 시간 찾아주시는 클라이언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또 언젠가는 비즈니스 관계가 깊어질 거라는 기대감에 술 한 잔도 기울이고 있다.




예전부터 필자는 35살이 되면, 돈 좀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전까지는 사람에게 나름 투자했다.

밥, 술, 커피는 되도록 필자가 먼저 계산하려 했으며, 지식은 더더욱 나누려고 노력했다.


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오면서 누군가와는 연락이 끊기기도 하고, 분명 지금도 아쉽고, 섭섭한 마음으로 필자의 이름 석자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혹시라도 섭섭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010-7942-3482 문자 한 통 꼭 남겨주시면, 술 한 잔 기울이며 사과를 건네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나름 작은 도움이었겠지만 필자의 컨설팅을 통해 투자도 받고,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대표님들도 계시고, 국내 시장에서 꽤나 인지도 있게 브랜드를 알리며 사업하는 분도 계시다.


난 그거면 됐다.

그렇게 성장해서 후에 비즈니스 연결고리가 되어준다면야 돈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애써 알려주고 싶지도 않다.


벌써 8월도 끝났다.

뭐 한 것도 없는데 8월이 후딱 지나간 걸 보면, 허무하기 짝이 없다.




필자는 사람들과의 연결고리가 되어 작은 행사를 종종 하는데, 그때마다 꼭 찾아주셔서 감사인사를 건네는 분들을 보면, 그리 내색하지는 않지만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지금은 필자가 뭐 하나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비즈니스를 연결하고 있지만, 훗날 사비 탈탈 털어 성장 가능성 있는 인성 좋은 친구들 진짜 투자 좀 해보고 싶다.


돈 벌려고 하는 투자 말고, 사람에게 투자하고, 그 사람들이 10년, 20년, 30년이 지나.. 만나보면 거대한 인간지도가 멋지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흐뭇한 생각도 해본다.


마지막으로, 무슨 일이든 사명감 좀 갖고 했으면 좋겠다. 해라 해라 한다고 사람들이 다 말을 잘 들으랴.

해라 해라 해도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말 한마디 안 해도 알아서 척척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 거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요즘은 사명감을 가진 사장이나 직원을 만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직원이든 사장이든 회장이든

뭐가 그리 중요하랴.


필자는 개인적으로 창업의 성공요인을 이렇게 꼽아본다.


1. 고객의 문제 해결을 위한 사명감

2. 함께 일을 해주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려고 하는 진정성

3. 조금은 손해 보더라도 오래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희생정신

4. 가족과 직원들에 대한 존경심

5. 잘난 것 하나 없지만, 해낼 수 있다는 깡다구


역시 글은 야밤에 써야 제맛.

낼 아침에 다시 읽으면 병맛.. 이겠지만.


굿나잇!

 


글쓴이 : 정   명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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