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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훈 Oct 30. 2015

이보게 젊은이, 조금 천천히 가게.

뒤돌아보면, 정말 별거 아닌데... 마음만 급한 당신에게

이보게 젊은이, 조금 천천히 가게.




15:00.

춘천역으로 향하는 itx 열차 출발시간이다. 

신월동에서 용산역까지 넉넉하게 1시간이면 가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차가 막히는 바람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용산역 가는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열차를 놓칠 것 같아, 공덕역에서 부랴부랴 밖으로 나와 택시 한 대 를 잡았다.


"기사님! 용산역 이요! 빨리요!!"


"예!"


그때 시간 14:47.


"기사님, 저희가 용산역에서 3시 차인데, 빨리 좀 부탁드릴게요."


"지금 차가 많이 막혀서... 음... 확신은 못하겠네."


급한 마음에 신호를 무시하고 가달라고 부탁하고, 기사님의 얼굴을 쳐다보니 하얀 수염이 보였다. 그렇다. 할아버지 기사님이었다. 예상대로 안전운전을 하셨고, 신호와 속도를 정직하게 지키시는 분이셨다.


"저기 기사님.. 시간이 너무 촉박한데, 가능할까요...?"


"이보게 젊은이, 조금 천천히 가게."


"예?"


"내가 나이가 일흔 일 세. 나도 젊었을 때, 일에 미쳐서 살았지. 너무 정신없게 살았어. 그러다가 마누라 하늘나라 보내고, 너무 많은 후회를 했지. 너무 급하게 살았던 거야. 그러다가 택시기사 하면서 천천히 여유 있게 살고 있는데,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른다네.  바쁠수록 돌아가게."






결국 용산역에 도착한 시간은 15:03.

강의시간이 19:00인 것을 감안했을 때, 16:00시 열차를 타도 2시간 전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약속시간보다 빨리 도착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일찍 출발했던  것뿐인데.. 돌아보면 1시간 늦어도 괜찮았는데, 뭐 그리 급하다고 호들갑을 떨었는지...


그 날 할아버지 기사님이 해주신 말이 아직도 맴돈다.




"이보게 젊은이, 조금 천천히 가게."





글쓴이 : 청년창업연구소 대표 정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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