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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천선생 Jul 13. 2020

곱창은 '꼬부라진' 창자?

한국어의 말뿌리 찾기 (1)

  우리 동네 골목에는 40년이 넘게 동네를 지키는 곱창집이 있다. 이 집은 아버지의 추억이 살짝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동네가 재개발되기 전, 우리집으로 통하는 골목 어귀에 이 곱창집이 있었다. 허름한 양철 지붕에 때가 낀 환풍기가 돌아가던 그 집. 결코 유쾌할 수 없는 곱창의 향기(?)를 내뿜으며 그 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돼지곱창 한 그릇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하는 것이 살아가는 작은 즐거움이었을 터.


  저녁나절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아주 가끔 그 집에 들러 돼지곱창 한 봉지를 포장해서 사 오곤 하셨다술은 입에도 대지 못하는 분이셨지만아버지는 그렇게 돼지곱창을 손수 끓여 아들들이랑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하셨다술도 좀 사 오시지!


  무료한 어느 일요일집에는 무뚝뚝한 둘째만 있고밥 때는 되고 해서 둘째를 꼬드겨(?) 밖에 나가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뭘 먹을까 두리번거리다 그 집을 보게 되었다실로 30년도 훨씬 지나 그 집 곱창 맛을 다시 보게 되었다아버지께는 받아 먹어보지 못한 소주 몇 잔을 아들 녀석과 주고받으며 아버지를 추억하면서…….

전농곱창 ⓒ혜원려원(네이버블로그)

    몇 년 전한 라디오 방송에서 곱창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말뿌리를 설명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그런데 그것이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민간 어원에 가까웠다그래서 곱창의 어원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방송에서는 을 구부러지다()의 의미로 파악하고, ‘곱슬머리의 과 비교하였는데이는 잘못된 설명이라고 본다.


  곱창의 맛은 무엇이 결정할까?

 곱창의 맛은 바로 에 있다. ‘은 명사이고그 의미는 기름()이다물론여기에서 말하는 기름은 식용유나 참기름과 같은 기름()은 아니고, 돼지기름이라고 할 때의 기름이다한자로는 ()나 ()로 쓰는 바로 그 기름이다. 


  곱창을 전골로 요리하든구이로 요리하든아니면 볶아서 먹든 맛있는 곱창집에서 사용하는 곱창의 특징은 이 많다는 점이다대개 음식점에서는 이 없는 부분은 잘라서 전골로 끓여 팔고, ‘이 많은 부분은 구이로 요리해 판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곱이 있다’, ‘곱이 없다라는 말을 확인하게 되는데만약 , ‘구부러지다구불구불하다의 의미라면 있다없다라는 이런 표현은 도저히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물론, ‘구부러지다구불구불하다의 의미로 설명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그러나 의 옛말은 지금과 다름없이 ’으로 표기하는데, 그 의미는 앞서 제시한 한자 그대로 ()’나 ()’로 나타난다.


  ‘곱창은 과 으로 분석할 수 있는데여기에서 은 동물성 기름(굳으면 하얗게 되는 그것)을 말하고, ‘은 창자를 가리킨다그러니까 곱창은 기름이 있는 창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곱이 많은 곱창이라고 했을 때의 드셔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구이로 요리할 때 곱창이 익기 시작할 즈음 나오기 시작하는 하얀 그것을 말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이 은 또 눈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눈에 끼는 노폐물즉 눈에 끼는 기름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갖는 말이 곧 눈곱인 것이다.


   곱창이 창자에 든 기름이든, ‘구부러진 창자든 무슨 상관이리요곱창을 안주로 아빠와 나눈 몇 잔의 소주 맛이 아들 녀석에게는 훗날 그 어느 때, 이 아빠를 추억하는 기억의 한 자락에 남으면 그것으로 족하리.


곱창전골(사진: 광천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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