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말뿌리 찾기(7): '고사리'의 어원
오래 전, KBS 2TV의 <생방송 세상의 아침> 작가가 고사리의 어원에 대해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 소상히 답을 해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여기에 풀어서 옮겨봅니다.
고사리는 중세어에서도 역시 '고사리'(훈몽자회, 두시언해 등)였습니다. 한자로는 薇(고비 미, 고사리 미)나 蕨(고사리 궐, 고비 궐)이 고사리를 가리키는 글자인데 한자 단어로는 蕨菜(궐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중세어나 현대어나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방언에서는 '개사리, 게비, 게아리, 게사리, 고비, 고삐, 고사리, 고새리, 고세리, 고시리, 고싸리, 괴비, 괴사리, 귀사라, 기사리, 깨사리, 꼬사래, 꼬사리, 꾀사리, 끼사리' 등으로서 '고사리'와 '고비'가 발음상의 변이만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고사리'에 대한 어원 해석은 <東言攷略>이라는 책에서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곡사리'라고 표기하고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蕨을 '고사리'라 함은 曲絲里ㅣ니, 拳曲하고 柔細하니라
('궐'을 '고사리'라고 하는 것은 '곡사리'이니, 모양이 구부러지고 연하고 가늘기 때문이다.)
이 해석은 구부러진 실처럼 생긴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한 것인데, 고사리의 모양에 따라 음이 비슷한 한자의 뜻으로 해석한 것이므로, 즉 한자 '곡사리'가 변하여 '고사리'가 된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어서 믿기 어려운 민간 어원이라고 하겠습니다.
<국어어원사전>(서정범)에서는 '고비사리'가 줄어서 '고사리'가 된 듯하다고 하였는데, '고'는 '고비'의 '고'이고, '사리'는 <풀>의 뜻을 가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여기에서 '사리'는 음운변화를 거쳐 '새'가 되기도 하는데, '새'는 어원적으로 <풀>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삳>*살>*살-이>사리>사이>새의 변화를 거쳤다고 보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사리'는 '새'로 변하기 전의 이전 형태라고 해석한 것입니다.
참고로, <풀>의 뜻을 가진 '새' 계통의 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삿갓(草笠) : 가는 대나무나 갈대를 엮어서 만든 갓.
삿자리(草席) : 갈대를 엮어 만든 돗자리.
새(草) : 중세어에서 ‘풀’을 뜻하는 말로 쓰임.
새끼(繩) : 볏짚으로 만든 줄. 삿(ㅏ:아래아) > 삿기(ㅏ:아래아) > 새끼
이와 같은 해석으로 본다면, 서정범 교수는 '고사리'를 '고비'와 '사리'의 합성어로 보고 있는 듯하며, 그 어원적 해석은 <고비풀>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고사리'의 어원에 대하여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1) 중세어나 방언을 통해서는 어원을 추정하기 어렵다.
2) 동식물의 이름은 그 형태(모양), 서식지, 생태적 특성 등에 따라 붙여지기 때문에 이를 통해 어원 해석을 해
볼 수 있다.
3) '고사리'와 '고비'는 모양이나 쓰임이 비슷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혼용되어 사용되었던 단어들이다. 따라서
'고사리'의 어원은 '고비'와 함께 풀어봐야 한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고사리의 어원 추정을 합니다.
1) '고비'의 어원 추정
'고비'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고부라진 모양'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형태에 근거하여 '곱(형용사 '곱다/굽다', 曲)+이(명사파생접미사)'로 분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의미는 <구부러진 것>이 됩니다.
2) '고사리'의 어원 추정
'고사리'의 '고'는 '고비'의 '고'와 관련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곱다(曲)'의 의미가 됩니다. 문제는 '사리'가 무엇이냐 하는 것인데, 앞서 서정범 교수는 이것을 <풀>의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나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른 해석이란 '사리'를 달리 해석하는 것입니다.
우리말에 '국수나 실 등을 둥글게 말아놓은 것'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사리'라는 말이 있다. '고사리'는 순이 둥글게 말려 있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사리'의 '사리'를 이 말과 관련지어 그 어원적 의미를 이해할 수도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고사리'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1) '*곱사리', 즉 <구부러진 둥근 뭉치 모양의 풀>이라는 뜻
2) '굽다'의 의미가 반영된 풀 이름 '고비'와 '사리(둥근 뭉치)'가 합성되어 이루어진 말.
저는 2)의 해석보다는 1)의 해석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즉, '사리'를 <풀>의 의미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곱사리'가 '고사리'로 변했다고 보고, 그 어원적 의미를 <구부러진 둥근 뭉치 모양의 풀>로 해석합니다.
(* 표시는 문헌상에서 확인할 수 없는 단어라는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후대의 형태로 그 이전 형태를 추정할 때 붙이는 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