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도 먹어?

한국어의 말뿌리 찾기(8): 갈매기살

by 광천선생

요즘은 식생활 여건이 좋아져서 예전에 비해 고기를 먹을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누구의 생일이나 명절, 제삿날이 아니면 구경하지 못했던 고기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게 된 거죠. 국물에 둥둥 떠있는 돼지고기가 아니라 먹기 좋게 썰어진 고기를 불판에 올려 놓고 지글지글 맛나게 구워 먹습니다. 그러나, 맛은 예전에 비해 비할 수 없이 좋아졌지만, 고기를 먹는다는, 고기를 먹었다는 그 감동만큼은 예전만 같지 못한 듯합니다.


돼지고기의 맛은 소고기만 못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즐겨먹는 부위도 소고기가 훨씬 다양합니다. 소는 적게는 10가지, 많게는 39가지 부위로 나뉜다고 하고, 돼지는 7가지, 많게는 22가지 부위로 구성된다고 합니다(분류하기에 따라 더 많은 부위로 나눌 수도 있겠네요). 정육점에 가면 잘 그려진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소고기 부위(출처: NAVER 블로그, 도리센세 & 요리하는 남자지셰프)
제목 없음.png 돼지고기 부위(출처: NAVER 블로그, 지구를 여행하는 헐크)

그러나, 돼지고기는 소고기가 가지지 못한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을 불러 일으키는 고기입니다. 굳이 어릴 적 고향에 대한 향수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겠지만요. 연탄화덕 위에 지글지글 구워먹던 주먹고기, 먹고 나면 온 몸에 구수한(?) 냄새가 배어 오랜 흔적을 남기던 돼지갈비, 이런 것들이 우리의 소중한 어느 한 때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지 않습니까?

돼지고기 하면 갈비와 삼겹살, 굳이 덧붙이자면 머릿고리, 족발 정도밖에 모르던 때에, 어쩌다 가는 고깃집에 '갈매기살'이라는 메뉴표가 벽에 나붙은 적이 있었습니다. '갈매기도 잡아 파나 보다' 생각하고 친구와 함께 의아해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갈매기살은 바다를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살이 아닙니다. 이것은 돼지의 횡격막(가로막, 배와 가슴 사이에 있는 막)에 붙어 있는 살입니다. 현행 표준어로는 '갈매기살, 안창살'입니다.


'갈매기살'은 다음과 같은 변화 과정을 겪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가로막 + 살 = 가로막살: 소나 돼지의 가로막 부위에 있는 살
가로막 + 이 + 살 : 조음소(調音素) '-이'의 삽입 = 가로마기살(연음)
가로매기살 : 'ㅣ'모음 역행 동화(전설모음화)
갈매기살 : 2음절의 'ㅗ' 탈락 = 갈매기살


이렇게 보면, 갈매기살은 횡격막에 붙어 있는, '가로막-살'이었던 것입니다. 말 사람은 못 먹는 것이 없지요?


한편, 안창살은 소의 가로막 부위에 있는 살입니다. 같은 부위지만, 돼지고기는 갈매기살, 소고기는 안창살로 구별하여 이름 붙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안창살은 고기 부위가 <신발의 안창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춘설(春雪)이 분분(紛紛)한 이른 봄, 갈매기살에 소주 한 잔, 어떨까요?


김지형의 한국어마을 유튜브: 갈매기도 먹어?


*대표 이미지 출처: 말하는 대로(NAVER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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