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야기(1)
일반적으로 어떤 언어에서 단어가 생겼다는 것은 그것이 표현할 개념이나 사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단어를 통해서 그 개념이나 사물을 표현하는 거죠. 인간의 인지가 발달하면서 사계절을 인식하게 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햇볕이 쬐고 새싹이 돋아나는 그런 시기를 표현할 말이 필요하게 돼요. 그래서 옛날 중국어에서 처음에 ‘春(춘)’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져서 봄을 뜻했습니다. 한국어에서는 ‘봄’이라는 단어가 그런 시기를 나타냈고요. 그래서 겨울과 여름 사이의 계절이라는 자연현상을 나타내는 말, 이것이 ‘春(춘)’ 또는 한국어의 ‘봄’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런 것이 중심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 ‘春(춘)’ 또는 ‘봄’이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서 사용되면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점차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단어가 하나의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갖는 다의어(多義語, polysemy)로 확장하게 되죠.
그녀를 보자 내 마음에 봄이 찾아왔다.
여기에서 ‘봄’은 이런 물리적인 계절이 아니에요. 바로 ‘감정의 변화’, ‘설렘’, ‘따뜻함’, ‘사랑하는 마음’, 이런 것을 나타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봄이라는 자연현상의 속성, ‘따뜻하다’, ‘새롭다’, ‘생명력이 있다’, 이런 것들이 내 마음의 상태를 빗대서 표현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죠. 이런 것을 우리가 ‘메타포(metaphor)’, ‘은유(隱喩)’라고 합니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보면,
그 나이는 인생의 봄이지.
여기에서는 ‘봄’이라는 이 말이 ‘계절의 생동감’ 이것을 ‘사람 생애의 시작’으로 이렇게 빗댄 것 같아요. 이것을 우리가 ‘메토니미(metonymy)’, ‘환유(換喩)’라고 합니다. 환유라는 기제를 통해서 의미가 확장하는 거예요. ‘인생의 봄’이라는 것에서는 ‘봄’은 ‘인생의 초기 단계’, 이것을 말하죠. 그러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런 계절의 순환을 ‘청년, 중년, 장년, 노년’이라고 하는 인생의 순환과 구조적인 인접성이 있는 거죠. 이런 것을 기반으로 해서 ‘봄’의 의미가 확장되는 겁니다. 그래서 ‘봄’이라는 단어가 본래 지칭하던 계절이 아니라 그것과 연결된 시간대인 ‘인생 초반’을 대신해서 표현하기 때문에 이것을 ‘환유’라고 합니다.
그다음에 또 다른 예를 하나 보면,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이상화 시인의 유명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입니다. 여기에서 ‘봄’은 그냥 계절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억압’, 그러니까 추운 ‘겨울’, 바로 ‘억압의 겨울’을 이겨내고 ‘희망의 봄’으로 이어지는 것, 그래서 여기서의 ‘봄’은 ‘희망’을 나타내죠. 이것은 은유나 환유라기보다는 ‘상징(symbol, 象徵)’이에요. 이상화 시인이 ‘봄’을 그런 의미로 사용한 거예요. 그래서 이것은 ‘사랑의 봄’일 수도 있고, 그 당시 시대를 생각해 본다면 ‘민족의 해방’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것을 ‘상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단어가 생성된 뒤에 은유, 환유, 상징, 이런 기제를 통해서 의미가 확장되어서 다의어로 쓰이는 거예요. 이렇게 한 단어에 이렇게 많은 의미를 담다 보면 한계가 생기겠죠. 의미도 포화 상태가 될 수 있어요. 이랬을 때 더 이상 그걸 쓰게 되면 의미가 헷갈리고, 맥락이 파악이 안 되고, 그렇게 되면 이제 다른 말을 덧보태서 새로운 단어를 만듭니다. ‘파생법’, ‘합성법’이 그것입니다. ‘파생’과 ‘합성’의 방법으로 새로운 단어를 만듭니다.
한자의 경우에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뜻글자이기 때문에 의미를 추가하는 게 굉장히 쉽습니다. 이런 것을 말해서 ‘한자는 조어력(造語力)이 뛰어나다’, ‘단어를 만드는 힘이 많다.’ 이렇게 얘기해 조어력이 뛰어나다고 하는 거예요. 글자 수를 많이 늘리지 않더라도 단어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이것이 한자의 힘이라고 하는 것이에요.
이에 비해서 한국어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려면, 예를 들면, 아버지라는 단어가 있어, 그 아버지의 형님을 말할 때에는 ‘큰아버지’, 아버지 동생은 ‘작은아버지’, 네 글자, 다섯 글자가 되죠. 그런데 한자는 ‘父親(부친)’, ‘伯父(백부)’, ‘叔父(숙부)’,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렇게 짧게 할 수 있으니까 경제적이죠. 그래서 한국어에 한자어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렇게 단어가 만들어지고 단어가 확장되는 기제는 이 밖에도 더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경우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김지형의 한국어마을 유튜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