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계발’, 무엇이 다를까?

우리말 바로 알기(6): ‘개발’과 ‘계발’

by 광천선생

개발(開發)과 계발(啓發)이 헷갈린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 가운데, 유난히 헷갈리는 말들이 있습니다. ‘개발(開發)’과 ‘계발(啓發)’도 그런 말입니다. 이 둘은 발음도 비슷하고 쓰임새도 겹쳐 보이지만, 의미와 사용 맥락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단어입니다.


‘개발’과 ‘계발’은 어떻게 다를까요? 이 두 말이 어떻게 다른지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고, 정확하게 구분해 사용하는 방법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각자의 소질을 개발하여 국가에 이바지하는 역군이 됩시다.
(2) *산간 지역을 계발하여 농토를 일구는 일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이 예문은 겉보기에는 자연스럽지만, 사실 두 문장 모두 단어 선택이 잘못되었습니다. 의미상 ‘소질’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능력을 뜻하고, ‘산간 지역’은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입니다. 대개 ‘개발(開發)’은 ‘유전 개발’, ‘수자원 개발’과 같이 ‘개척(開拓)’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계발(啓發)’은 ‘재능이나 사상 등을 일깨워 주는 것’을 뜻합니다. 즉 ‘소질 계발’, ‘능력 계발’과 같이 인간의 정신적ㆍ지적 능력에 관계되는 말입니다. 따라서 위의 예문은 다음과 같이 고쳐 써야 합니다.

(3) 각자의 소질을 계발하여 국가에 이바지하는 역군이 됩시다.
(4) 산간 지역을 개발하여 농토를 일구는 일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개발’은 외부를, ‘계발’은 내부를

개발(開發)’은 눈에 보이는 대상을 개척하거나 확장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도로 개발’, ‘산업 개발’, ‘기술 개발’처럼, 존재하는 것을 더 넓히거나 새롭게 만드는 개념이지요. 이때의 ‘개발’은 계획과 실행, 자원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외적 변화’를 전제로 합니다.

반면, ‘계발(啓發)’은 사람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이나 가능성을 일깨우는 일입니다. ‘소질 계발’, ‘창의력 계발’, ‘자아 계발’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을 꺼내는 개념입니다. 계발은 흔히 교육이나 깨달음, 성찰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내적 성장’을 말합니다.


그런데, 예외도 있으니!

‘내면의 것’이라고 해서 모두 ‘계발’이라고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능력을 더 향상시키는 경우에는 ‘개발’이라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능력 계발’이라고 하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고, ‘능력 개발’이라고 하면 ‘이미 가진 능력을 더욱 키우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현재 상태와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단어가 달라집니다.


언어의 섬세함을 지키는 일

‘개발’과 ‘계발’은 단지 한 글자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차이는 우리의 사고 방식과 표현의 정밀함을 드러냅니다. 언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계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이 더욱 정확하고 정갈해질 때, 소통은 물론, 우리의 생각도 그만큼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 이 글에 제시한 예문은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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