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주: 막장
‘막장’이라는 말은 원래 광산 용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은 광산의 갱도(坑道)의 끝 지점, 그래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지점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땅속 깊숙한 곳, 좁고 위험하며 고된 노동이 이루어지는 곳, 그래서 이 말은 본래 의미로 쓰이지 않을 때에는 ‘궁지’, ‘끝’, 또는 ‘가장 힘든 곳’이라는 뉘앙스를 내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이런 원래의 뜻보다는 비유적 의미로 더 자주 쓰입니다.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인 상황을 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우리 일상에서는 흔히 ‘막장 드라마’로 접할 수 있는데, 주로 드라마나 현실의 충격적 상황을 묘사할 때 은어/속어로 사용됩니다.
‘막장 드라마’라고 한다면, 말도 안 되는 설정(출생의 비밀, 근친, 살인, 복수 등)이 반복되는 자극적인 드라마를 말합니다. “이건 막장이네.”라고 한다면 도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을 뜻하는 것이니, 이 표현은 사회 규범의 붕괴, 비정상적인 관계나 극단적 감정의 노출 등을 강조할 때 사용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갑작스러운 대통령 선거를 맞이한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한때는 우리나라 국정(國政)의 가장 큰 책임을 졌던 어떤 정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정하는 절차를 끝내놓고도 당원도 아닌 어떤 사람과 후보 단일화를 하니 어쩌니 하면서 밀고 당기고 난리도 아닙니다.
지난밤에는 자고 일어나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있나 싶은 일이 밤새 벌어졌더군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운 일, 눈을 비비고 다시 보더라도 이건 막장 중 막장입니다.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그 모범을 보여야 할 정당에서 민주적 원칙과 절차를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막 나가는 행태를 보였으니 이 당은 사라져야 마땅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그나마 그 당원들이 이런 막장 드라마를 중단시켰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여튼 답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