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나오는 달리기의 효과를 보고, 접근성이 좋은 운동이니까,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하니까 등
많은 이유로 걷기만 하던 사람들이 달리는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처음 달려본 모든 사람들 중 한 달 넘게 꾸준히 주 2회 이상 달리기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나는 단순히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만 생각했을 때, 5명 중 1명 정도에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재미없어서,
단순히 귀찮아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달리기가 상쾌하고 멋진 운동이 아니어서,
한 번 달리고 나니까 무릎, 정강이, 발목 등이 아파 다칠까 걱정이 되어서,
등등 각양각색의 이유로 사람들은 달리기와 다시 멀어진다.
맞다. 모두 맞는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어느 매체에서 달리기는 사람이 원시시대부터 해온 가장 익숙한 동작이고, 사람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으며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을 보면서 무작정 달리다 보면 재미가 붙고 잘하게 되고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라는 말을 하기엔 나도 무작정 하다 보니 재미를 느꼈던 편이다.
내 달리기 역사는 중학생 때부터 시작됐다. 어릴 적부터 뚱뚱했었기에 중학교 때부터 매 학기 시행하던 체력장은 나에게 부끄럽고 두려운 시간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하는 오래 달리기는 친구들이 모두 골인하고 난 뒤 혼자 남아 있는 나를 놀리고 응원할 때가 참 부끄러웠다.
첫 달리기는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다. 당장에 윗몸일으키기, 팔 굽혀 펴기는 잘 못해도 오래 달리기 하나만은 내가 꼴등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저녁에 학교 체육복을 입고 공원에 나가 달리기를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팔 치기, 습습 후 후 숨 쉬는 법, 달리는 리듬 등을 체득하고 중학교 3학년 때 즈음에는 오래 달리기만큼은 반 친구들 중 중위권에 들어가는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때도 나는 고도비만이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집안 사정으로 친척 집에 지내게 되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나를 자연스럽게 밖으로 이끌어 어릴 적부터 달리기에 익숙해지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성인이 되기까지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나는 이런 얘기들을 해주고 싶다. 내 지인들에게 달리기를 억지로 떠먹이며(?) 했던 얘기들이다.
첫 번째, 꼭 달리기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달리기는 나와의 대화다, 호흡에만 집중해야 한다, 아무것도 듣지 않으면서 뛰는 게 진짜 달리기다.라는 말들이 있다. 물론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처음 달려본 사람한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음식으로 비유했을 때 채소를 싫어하는 어린아이에게 채소 본연의 단맛과 풍미를 즐겨보라고 하면 과연 아이가 알아서 채소를 잘 먹게 될까? 그보다는 다져서 맛있는 함박스테이크에 섞어주거나 볶음밥에 넣으면서 천천히 익숙해지게 하는 게 방법일 것이다.
나는 처음 달리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평소에 밖에서 걸으면서 들으면 신나고 기분 좋은 노래나 내가 자주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영상들을 '들으며' 달려보라고. 나는 달릴 때 신나는 노래를 들어야 흥이 오르는 타입이라 예전부터 K팝 아이돌 노래들이나 페퍼톤스, 유다빈밴드, 터치드 같은 락밴드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유튜브는 '침착맨' 채널의 영상들을 많이 들었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이상형 월드컵이라던가 유튜버가 말로 풀어주는 재밌는 상황들이 많아 달리면서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많이 알고 있는 '고전적 조건화'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어떤 소리 등 자극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자동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나는 달릴 때 자주 듣던 노래를 일상에서 듣다 보면 "아, 달리고 싶네. 함 나갔다 올까?"라는 식으로 달리기 생각이 나곤 한다.
여기 내가 비를 맞으면서 달릴 때 들으면서 최고의 행복을 느꼈던 노래를 하나 소개하고 넘어가겠다.
꼭 함께 달리는 사람이 고수가 아니어도 된다. 친구, 가족, 처음 보는 동호회 회원 등 누구든 괜찮다.
나는 오랜 세월을 혼자서 달려왔다. 옛날에는 달리기가 지금만큼 유행하지 않았을뿐더러 내가 달리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함께 달리는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컸다.
실제 SNS에 올린 사진
하지만 2년 전 즈음부터 달리기를 해보지 않은 지인들을 꼬셔 함께 달리기를 하게 되면서 함께 달리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초심자에게나 고수에게나 어떻게든 장점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초심자의 입장에서는 달리기라는 재미없는 운동을 하면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호흡을 맞추며 달리면서 느끼는 여러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해당 분야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해 기전은 설명할 수 없지만 함께 뛰면 혼자 뛸 때보다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이 더욱 많이, 빨리 분비되어서 몸에 활력이 더욱 생긴다. 이는 추후에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수백, 수천 명과 함께 달려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달리는 중에 꾸준히 상태를 체크하며 페이스를 조절해 주는 고수와 함께 달린다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편안함과 빠른 실력 상승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수의 입장에서도 장점이 더 많다. 물론 원래 내가 달리던 속도보다 현저히 느린 속도로 달리면서 운동이 좀 덜 된다는 단점도 있겠지만, 이는 따로 시간을 더 할애하면 해결되는 부분이다.
내가 초보 러너들과 함께 달리면서 느꼈던 큰 장점은 페이스 조절에 대한 노하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흔히들 달리기 강도를 얘기할 때 '노래 부르면서 뛸 수 있는 정도',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뛸 수 있을 정도', '숨이 차서 대화하기 힘든 정도' 등으로 나뉘는데, 다른 사람들의 상태를 체크하며 "이 정도면 같은 페이스로 몇 분 더 뛰어도 되겠다", "남은 거리를 마저 달리기엔 지금 페이스가 빠르다, 줄이는 게 낫겠다." 등의 판단을 하며 내 페이스를 조절하는 데에도 능숙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라톤을 해본다면 이러한 페이스 조절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달리기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서'이다.
누군가는 한번 달리고는 '앞으로 내 인생에서 달리기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리기가 힘들고 재미없는 운동으로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여러분이 달리기에 대해 쉽고(조심한다면, 무리하지 않는다면) 재밌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달리기 습관 들이게 되는 첫 발걸음을 유쾌하게 내딛을 필요가 있다.
나는 처음 달리는 지인들과 운동 후에 항상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갔다, 치맥을 먹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하고 카페에서 달콤한 음료수와 빵을 먹기도 했다. 운동 후에는 뭘 먹어도 '몸이 자동으로 흡수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입에 쫙쫙 달라붙으며 맛있게 느껴진다. 이런 재미 또한 달리기를 하고 나서 느낄 수 있는 큰 부분이기에 이런 부분에서도 재미를 느껴볼 수 있길 바란다. 물론 주객 전도가 되지는 말자. 운동이 주목적이다.
요즘에는 당근이나 '소모임'이라는 앱을 사용해서도 쉽게 함께 달릴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좋은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세 번째, 기록을 남기자.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주변에 자랑도 하자.
나는 지금도 달리기를 하고 나면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달린 것을 보고 감명받아 달리기를 시작하기도 하고, 마냥 응원을 해주기도 한다.
그런 관심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또 다음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오죽하면 SNS에 멋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100일 연속 달리기를 하고 인증을 할 정도였다.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면, 혼자 볼 수 있게라도 꼭 기록을 하자. 여러 앱이나 비공개 SNS계정을 만들어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에 쌓인 달리기 역사를 돌아본다면 스스로 큰 자긍심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요즘 세상에서 과거의 내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록해 두는 것만으로도 인생에서 큰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