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큼 쉽지만 그보다 효과적인
최근 유튜브나 커뮤니티 등에서 슬로우러닝과 관련된 컨텐츠가 많이 보인다.
젊은 층에서의 러닝 붐으로 러닝크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과 동시에,
달리기를 하고싶지만 무릎, 발목 등 부상에 대한 걱정과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많다.
최근 매일 아침 슬로우 러닝을 해봤다. 필자는 177cm / 120kg 에서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고도비만인이다.
일어나자마자 물을 한 잔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빠르게 옷과 장비들을 챙겨 달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속도는 소요 시간과 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km당 10분 가량 걸리는 속도, 1시간에 5km를 가는 속도이다.
(물론 마음 먹고 달리면 km당 6분 30초 페이스로도 3km 이상은 뛸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나면 다음 날은 꼭 쉬어야하고, 휴식 후에도 어느 정도 여파가 남아 러닝의 지속성이 떨어진다.)
여기서 잠깐, 이 속도로 달릴 거면 차라리 빨리 걷는 게 낫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걷기는 신체의 움직임이 대부분 앞뒤로 제한되는 반면, 달리기는 땅을 세게 박차고 다시 딛는 동작이 추가되어 위아래 움직임까지 가져간다는 큰 차이가 생긴다.
(위장이 함께 흔들리면서 소화작용에도 도움을 준다는 말이 있다. 유사과학일 수 있지만 러닝을 오래 한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달리고나면 화장실을 잘 가게 되는 건 확실하다.)
이를 통해 같은 속도라도 걷기에 비해 더 큰 근육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입으로만 호흡을 한다. 비염 때문에, 살이 찌다보니 숨 쉬기가 힘들어서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코호흡을 하면 얻을 수 있는 건강적인 이점이 생각보다 많다.
여러분이 코호흡을 연습해야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코에는 목과 다르게 콧털, 콧물 등 외부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있다.'는 점일 것 같다.
내 경우에도 평소 입호흡만을 하다보니 자고 일어나면 목이 건조해서 붓고, 염증이 생기는 일이 매우 잦았다.
하지만 느린 속도로 달리기를 하며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연습을 하다보니 잘 때에도 자연스럽게 코호흡을 섞으면서 목 건강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었다.
호흡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중요한 행위인만큼 좋은 습관은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모두 슬로우 러닝을 통해 한번씩 코호흡을 연습해보길 권한다.
확실한 정보들은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24327.html
이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몸무게에 엄청난 변화는 없었다. 가끔 밥을 조금 덜 먹을 땐 운동 직후 몸무게가 1~2kg까지 내려갈 때도 있었지만, 다이어트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식단인만큼 운동을 통해 몸무게의 직접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슬로우 러닝을 하며 얻을 수 있었던 효과들이 있다.
첫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달리기를 하러 나가기까지 몸이 너무 무겁고 발이 잘 안 떨어졌지만, 이후로는 피곤해서 잠을 잘 잔 탓인지, 아니면 몸이 적응을 했는지 아침에 일어나는 느낌이 점점 상쾌해졌다. 그리고 점점 체력이 늘면서 좀 더 일상을 힘차게 보낼 수 있었다.
여가 시간에 방 안에서 휴대폰을 보며 보내던 이전과는 달리, 밖에 나가서 햇빛을 받고 녹색 빛을 실컷 보고 오는 것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운동을 하며 집에 가서는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워볼 수도 있었고, 목표한 만큼 달리고 얻는 성취감이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다.
스텝업은 여러가지 방향으로 이뤄낼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슬로우 러닝을 통해 꾸준히 달리기 마일리지를 쌓으며 가끔은 평소보다 더 먼 거리를 달려보기도 하며 좀 더 도전적인 운동 목표를 세워볼 수 있었다.
또한 땀 흘리고 운동한 것을 패스트푸드 등으로 날려버리고 싶지 않아 직접 건강하게 요리를 해먹으며 식단 관리에도 다시 도전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이전에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더 크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느리더라도 내가 내 몸으로 포기하지 않고 목표한 만큼 달리기를 해내는 데에서 얻는 성취감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15일 이후로는 내가 달리기를 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나도 달리기를 시작한지 꽤 오래되었기에 슬로우 러닝으로 인해 무릎이나 발목 등에 무리가 가진 않았다. 하지만 발바닥, 족저근막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때 100일 연속 달리기를 하며 꽤 고질적인 통증을 느끼다가 어느새 사라졌었는데, 그 통증이 다시 도진 것이다.
그렇기에 무리하지는 말자. 본인이 운동을 평소에 잘 하지 않았고, 운동 신경이 떨어진다 생각하면 매일 달리기보단 하루 뛰고 하루(또는 이틀)쉬는 루틴으로 슬로우 러닝에 도전해보자.
누군가는 매일 뛰어도 문제가 없다고 하겠지만, 많은 러닝 전문가들도 뛰고 쉬고 뛰고 쉬며 주 3회 정도를 딱 적당하다고 추천하는 만큼 무리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지만, 사실 운동을 하려면 건강해야한다.
여러분들이 러닝이라는 즐거운 세계에 첫 발을 들이는 계기를 슬로우 러닝으로 찾아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