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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레 Aug 11. 2024

그래서 고도비만 러너는 어떻게 살고 있나

잘은 못 살아도 러닝은 못 놓아요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가는 길, 비행기에서 할 게 없어 방치해 뒀던 브런치 스토리를 켜봤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계를 보니 웬걸, '고도비만 러너의 10km 달리기' 글이 조회수 2000을 넘었더라고요.

그것도 네이버, 구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유입되신 걸 보니 다이어트를 위해, 건강을 위해 달리기에 도전하시는 분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 그래서 근황을 말씀드리려고 다시 손가락을 한번 놀려봅니다.


오프라인 10km 마라톤

먼저, 가장 자랑하고 싶은 건 오프라인 10km 대회 참가 소식입니다.

마라톤 당일에도 몸무게가 110kg이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참 달리기는 인생 최고로 잘했던 시절 같습니다.

완주 후 메달을 받고 한 컷

2023년 11월이었네요. 러닝이 아니더라도 나름 운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마라톤 준비를 하면서도 큰 무리나 부상 없이 무사히 목표했던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6분 30초 이하 페이스로 10km를 쭉 뛰었다는 것..지금은 못해

살면서 5km를 뛴 횟수에 비해 10km 이상을 뛴 횟수는 아마 30분의 1도 안될 겁니다.

물론 고등학생 때부터(그때도 비만) 5km 트랙을 종종 뛰어다녔기에 어림 잡아 본 수치지만, 지금도 사실 10km를 뛰는 게 그리 수월하다는 생각은 아직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앞서가는 다른 주자들 무시하고 내 페이스 유지하면서 고등학생 제치고 커플 제치고 단체 제치면서 만들어 낸 내 소중한 기록.. 자랑하고 싶었습니다..(ㅋㅋ)


러닝 유튜브

두 번째는 방치한 지 좀 되었지만 꾸준히 러닝 후 제 면상과 자막만 편집된 조잡한 쇼츠 영상을 올리던 유튜브.

www.youtube.com/@user-br4ge9ms9o

유튜브 채널 홍보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홍보보다는 제가 이렇게 살았음을 말씀드리고 싶기에 올립니다.

채널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 직관적인 컨텐츠

채널 이름만 봐도 아시겠죠? 예, 고도비만 탈출해 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채널입니다.

물론 2023년 5월 이후로 현재 저 채널도 방치 중입니다. 항상 식단이라도 올려볼까? 브이로그라도 올려볼까? 하는 생각을 달고 살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고도비만 달리기 검색해서 제 브런치스토리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만큼 혹시나 혹시나 유튜브로 제 면상을 한 번쯤 보신 분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달리기는 최근에도 꾸준히 하고 있으니 여유가 생기면 다시 쇼츠라도 만들어 올려보겠습니다!

진짜 별 거 없고 달리기 한 후에 제 면상만 찍고 자막만 달아서 만든 쇼츠 영상이니 재미는 없을 거예요..ㅋㅋ


그리고 현재

하하

사실 오늘도 뛰었습니다.

아직 8월 초인데 저녁에는 꽤 선선하더라고요.

대신 절대 속도는 올리지 않습니다. 여름에 무리했다가는 확 퍼져서 며칠 앓아누울 수 있거든요.

아 참! 그리고 좀 늦었지만 마라톤 준비하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달리기를 잘하려면 천천히 달려야 합니다

사실 저도 잘 몰랐습니다. '훈련을 하려면, 잘 뛰려면 꾸준히 점진적 과부하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달릴 때마다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근데 아니더라고요.

좋은 기회로 알게 된 마라토너분께 들었습니다.

"마라톤 100번씩 나가본 사람들도 일주일에 5번을 훈련한다 치면 4번을 천천히 달린다."

물론 마라톤 선수분들이 천천히 달리는 속도는 제 입장에서 전력질주 수준이겠지만..ㅋㅋ

매번 기록을 경신하려고 빠르게 달리는 건 운동이 아니라 혹사라고 하셨습니다.

달리기는 접근성과 효과가 좋은 만큼 부상 위험도 굉장히 큰 운동이라고요.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다른 사람에 비해 나 너무 느린데?'라는 생각 절대로 하지 마시고

느린 속도라도 저번의 나보다 좀 더 수월하게 뛰었다면, 그리고 좀 더 오래 뛸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아니 충분을 넘어 여러분은 대단한 발전을 하고 계신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140kg일 때는 30초도 못 뛰어서 바닥에 주저앉고, 정강이가 아파서 1주일을 쉬었습니다.

그래도 나으면 다시 뛰었습니다. 고작 30초 달린 것만으로도 저는 성취감을 느꼈거든요.

꼭 1시간 이상 달려야만, 10km 이상 달려야만 성공이 아니며, 그래야만 성취감을 느끼는 게 아닙니다.


1년 전의 나와, 1달 전의 나와, 어제의 나와 다른 모습을 꿈꾸며 정진한다면 여러분은 매일 성공을 하며 살아가실 수 있는 거예요. 그 성공들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미래의 더 나은 여러분을 만들어 줄 겁니다.


'느려도 꾸준히'

라는 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된 계기가 저에게는 러닝입니다.

처음이라 느릴 수밖에 없었기에, 성취감을 느끼곤 꾸준히 할 수밖에 없었기에 느려도 꾸준히 임했습니다.


지금도 러닝은 저에게 좋은 취미이자 진통제입니다. 한 바퀴 뛰고 나면 쓸데없는 걱정도 사라지고 그 자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채워주거든요. 여러분도 꼭 러닝을 통해 이런 감정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다치지 않기

입니다.

저처럼 고도비만이신 분들, 운동을 많이 안 해보셨던 분들, 혹은 몸이 조금 불편하신 분들은 꼭 무리하지 마시고 오래 걷기부터 시작하세요! 그게 익숙해지면 빨리 걸어도 보고, 천천히 달려도 보는 겁니다.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건데 요새 드는 생각은 운동을 하려면 건강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다치지 말고 느려도 꾸준히! 러닝에 젖어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점점 더 나아질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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