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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 Jan 07. 2016

시작하는 글


“그곳이 알고 싶다”

 10살 무렵, 학교 뒤뜰에서 재활용품 분류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중학교 사회과부도 교과서. 초등학생에게는 제목부터 생소했던 그 책을 펼치던 그 순간을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펼치는 페이지마다 발음하기도 힘든 나라 이름과 도시, 산, 바다가 가득했고, 마치 지구의 끝인 듯이 멀기만 했던 할머니 댁까지의 거리가 지도 위에서는 작은 점만큼도 되지 않았다. 이 넓은 지도 위에 나는 바늘 끝보다도 작은 점 안에 있다는 사실과 함께 저 넓은 공간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가슴이 뛰었다. 그곳이 알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여 성인의 길목에 들어서면서 그곳을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열망은 가득했지만 돈이 없었기에 나의 대학생활 내내 아르바이트가 끊이지 않았고, 덕분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동안 세상 이곳저곳을 여행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알고 싶었던 그곳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여전히 월등히 많이 남은 미지의 땅들은 나를 끝없이 갈증 나게 만들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학생 신분을 벗어나 대한민국의 직장인이 되고 나니 내가 알고 싶은 그곳을 찾아가는 일이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일 년에 고작 1~2 주의 여름휴가로는 찍고 지나가는, 시간에 최적화된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이제 좀 익숙해지고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떠날야 했기에 매번 아쉬움이 가득한 여행이 되어버렸다. 학생 때와 달리 이제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생겼지만 그 돈을 위해 시간을 내주어야 했다.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그 아이’는 이따금씩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 왔고, 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사표를 던졌다. 더 이상 ‘그 아이’의 꿈을 모른 척할 수 없었고 그 꿈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을 해냈다.




 2015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4개월에 동안 네팔을 시작으로 남아시아, 중동,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까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했다. 비교적 긴 기간의 여행이었기에 여름휴가로 떠난 짧은 여행과는 성격이 많이 달랐고, 여유로운 일정 덕분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할 시간이 많았었다.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들으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서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었지만, 개별 여행지에 대한 여행기들은 뛰어난 필력을 가지신 많은 작가분들에 의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었기에 굳이 나까지 합세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래서 여행지에 대한 감상 대신에 계획하고 이동하는 일, 숙박, 식사, 경비 등등 여행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장기 배낭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적어 보려 한다.


 이를테면 '세계일주 비하인드 스토리'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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