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산업 발전을 성장시킨 요인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 그리고 해
2010년쯤인가 오리산업을 분석했던 글을 「오리마을」에 기고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키워드는 ‘압축성장’이었다. 다른 축종이 수십 년에 걸쳐 이뤄낸 성과를 십수 년 만에 이뤄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었고 그 부작용을 해소해내는데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오리산업은 1980년대 중반 태동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몇 가지 드라마틱한 일들이 결합되면서 알 낳던 오리에서 고기용 오리로, 탕으로 먹던 오리에서 구이용 오리로, 아무도 관심도 갖지 않았던 기타 가축에서 축산분야 주요 품목으로 자리 잡게 된다.
오리와 닭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알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이 되었다가 산란 전용 닭이 농가에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알 낳는 용도로 오리 사육은 더 이상을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전남을 중심으로 오리탕이 향토음식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오리 사육은 주로 나주 등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사육이 이뤄지게 된다.
그러던 중 1980년대 중반 주원농산의 등장은 본격적인 오리 산업화의 단초가 된다. 주원농산은 국내 축산분야에서 최초로 축산물을 브랜딩 하는데 앞장섰고 상업광고를 최초로 실시하기도 한다. 여기에 죽염 등을 개발해 유명한 김일훈 선생의 주요 저서인 ‘신약’에서 유황오리가 소개되면서 몸에 좋은 고기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이후 오리는 배합사료를 이용해 과학적으로 사육되면서 오리 특유의 향과 맛도 잡아내고, 훈제오리라는 가공품도 때 마침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게 된다.
하지만 오리산업의 급성장은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되는데 2010년대 들어 오리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오리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소로는 낙후된 농장 시설, AI 등 질병통제능력 부재, 반복되는 수급 불균형, 오리 특유의 고기 특성으로 인한 가공품의 단조로움, 오리요리의 단순함, 오리전문식당의 감소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사육시설의 낙후는 오리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핵심 요소로 사육시설 현대화 문제만 해결해도 오리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 중 몇 가지는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오리 사육시설은 주로 비닐하우스 형태의 가설 건축물이 주류를 이룬다.
양돈이나 양계 분야의 축사는 주로 외부환경과 상관없이 축사 안의 환경은 가축들에게 최적의 온도와 습도, 공기의 질 등 환경조절 능력이 있는 무창 축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오리는 외부환경의 변화가 곧바로 축사에 영향을 끼치다 보니 생산성은 떨어지고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축사환경은 봄과 가을 1년에 딱 두 차례 오리에게 적합한 환경이 제공될 뿐이고 여름과 겨울은 엄청난 양의 오리가 폐사하거나 AI에 쉽게 감염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즉 오리 사육시설의 낙후가 오리 생산성에 영향을 주고 더불어 오리 질병에도 영향을 주고 수급에도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03년 처음 발병한 고병원성 AI는 15년 동안 11회 발병했고 AI의 반복적인 발병은 오리 수급에 커다란 불균형을 가져온다. AI가 발생하지 않았던 때는 공급과잉으로 오리 가격이 폭락하고, 또 AI가 발생하면 오리 공급이 급감하면서 오리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AI가 발병하면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오리고기 수요가 일정하기 때문이며, AI를 피해가 적은 오리 계열사들은 엄청난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15년간 11번 AI가 발생했다는 것은 AI 발병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이야기이고 AI 발병에 대비해 오리를 되도록 많이 입식시키는 투기적 형태를 갖게 한다. 그 때문에 AI 보상금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나고 AI가 발병하지 않으면 공급과잉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 되고 있다.
AI가 통제되지 않으면서 오리고기 공급은 원활할 수 없었다. 당연히 오리고기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는 전문 가공업체 그리고 오리전문음식점들도 반복해 피해를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전문음식점, 전문 가공업체 타이틀을 포기하고 사업 다각화나 음식점의 경우 전업 또는 폐업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 가공업체의 부재는 오리고기 소비의 부정적인 요소가 된다. 1990년대 본격 출시된 훈제오리고기 뒤를 이을 새로운 상품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부실한 산업기반도 한몫하고 있다. 오리고기 소비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전문음식점의 감소 또한 장기적으로 소비기반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오리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반복되는 AI 발병, 공급과잉과 공급 부족 사태, 외식산업의 쇠퇴 등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은 기본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복잡한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해를 구해야 하는데 그 해가 오리농장의 시설현대화에 있다고 본다. 오리농장이 낙후되어 있다 보니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오리농가들이 자본축적이 되어 있지 않아 쉬운 해라고 여겨졌던 시설현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990년대 우리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축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축사시설현대화와 규모화에 많은 보조사업을 실시했으나 당시 오리업계는 정책자금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축산 관련 단체가 낙농, 양돈, 양계가 주축이었고 한우와 오리는 관련 생산자단체가 결성되지 않으면서 오리산업은 시설현대화 기회를 놓쳤다.
오리 수요 증가로 2000년대 산업은 급성장했지만 모래 위에 지은 집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된 것이다.
아쉬운 대목은 2003년 이후 AI 발병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이 AI를 수습하는 과정 가운데 쓰였는데 그중 일부를 농장 시설현대화에 쓰였다면 어쨌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직까지 정부는 AI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시설현대화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근본적 문제 해결보다는 사육 휴지기 같은 미봉책만 실시하고 그 성과를 자랑하기에 바쁜 게 현실이다.
농가들의 부족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열주체나 농협이 나서서 해소해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 하림은 '에코캐피탈'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농가에 시설현대화 자금을 융자해 주고 있다. 금리가 약간 높기는 하지만 원금과 이자는 농가의 사육비에서 장기간 분할 상환하는 방법을 쓰고 있어 많은 농가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가의 시설이 현대화되면 생산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농가의 융자금 상황도 한결 수월해지고 계열주체도 그렇게 되면 이익이 된다.
농장 시설현대화를 위한 방법론은 조금 더 고민해 보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오리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근간이 되는 농장 단위에서 자본 축적과 시설현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부디 오리산업 지도자들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 농장에서 식탁까지 2018년 3~4월호 "집오리는 어떻게 건강식품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내용을 요약해 한국오리협회 오리마을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