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돼지, 닭, 오리 70년대 사육방식과 지금의 사육방식에 대한 고찰
들어가며
고전, 클래식, 복고가 여러 생활분야에서 유행하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 했던가 그래서 맛도 옛날 맛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고 축산물도 옛날 방식, 예전 조리법, 예전 사육방식이나 예전 품종을 그리워하고 이를 마케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축산물도 복고가 가능할까?
그리고 그 복고가 우리에게 더 높은 가치를 가져다 줄까?
복고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는 더 맛있을까?
더 건강에 좋을까?
복고풍 고기에 대한 고찰
우리 고기 생산방식 가축사육방식과 고기 소비문화는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 획기적으로 변화한다.
1970년대까지 축산물의 수입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대부분이 소고기였고 사육방식은 주변 부존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국내에 사료공장이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한 때가 1970년대 중반부터이니 농가들이 배합사료를 활용해 가축을 사육하기 시작한 때가 1980년대부터 이고 선진 사육기술의 보급도 그때 이뤄졌다.
1970년대 돼지 사육은 잔반(짬)을 활용했고 잔반을 구하기 쉬운 서울과 같은 대도시 인근 군분대 근처가 돼지 사육을 위한 최적지였다. 1980년대도 여전히 잔반돼지는 많이 키워졌고 2000년대 들어 자취를 감춰가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잔반 돼지는 존재했다.
오리와 닭의 사육은 1970년대까지는 알 생산을 주목적이었다. 당연히 1년이고 2년이고 알을 낳을 수 있을 때까지 사육을 하였고 어쩌다 한 마리 잡아먹을라 치면 근육은 단단하여 질기고 고기의 잡내는 피할 수 없었다.
한우도 일을 시키기 위한 농우로 활용이 되다 보니 고기의 잡내는 없으나 질기기로는 한우만 한 것이 없었다.
닭과 오리 돼지의 잡내 그리고 장기 사육과 노동으로 인한 질김을 해소하기 위한 조리법이 우리 축산물 요리의 대다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 흔적인 지금의 요리 레시피에도 남아 있는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요리 중 탕이나 수육, 국밥, 곰탕 등 습열요리를 할 때는 고기의 잡내를 잡는다며 마늘과 파는 물론이고 생강, 황기 등 각종 한약재까지 잔뜩 넣어 끊이게 된다.
양념육을 할 때도 잡내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우유와 같은 것에 담가 둔다거나 고춧가루나 생강, 마늘 등이 베이스가 되는 강한 양념에 장시간 재워두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의 삼겹살 구이만 보더라도 고기 잡내를 잡는 공정이 생략되고 곧바로 불에 올려 조리를 한다. 수육이나 탕을 하는 고기와 구이용 고기가 한 개체에서 나왔을 찐대 어찌 이러한 공정이 프라이팬이나 숯불 위에 올려질 때는 생략이 되는 것일까?
이는 1980년대 이후 배합사료가 주된 가축의 먹이가 되고, 사육기간 중 가장 맛이 있을 때 도축해 고기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요즘 나의 부모님은 취미로 닭 20여 마리를 방사해 사육하고 있다. 알 줍는 재미에 또 알을 주변분들과 나누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러던 중 어미닭들이 부화한 개체 중 수탉이 너무 많아 암탉들이 매우 곤경에 처하게 됐다. 이놈의 수탉들이 암탉들을 한시도 가만 두지 않고 건드려 암탉들의 등 깃털이 다 뽑혀 나가고 알도 제대로 낳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국내 최고 명문의 축산학과 출신인 필자가 해당 자연방사형 농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로 컨설팅을 실시하고 축주에게 총 네 마리인 수탉을 한 마리만 남기고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다행히도 해당 농장주(부모님은)는 컨설팅 결과를 받아들여 성질 사나운 수탉 몇 마리를 도축해 백숙을 해 먹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물론이고 부모님들도 해당 닭고기를 먹지 않았다. 대형 압력솥에 여러 한약재를 넣고 장시간 끓였는데도 육질이 너무 질겨 먹을 수 없었고 잡내도 심했다. 처음에 닭을 잡는다 했을 때 옛날 방식으로 키웠으니 정말 맛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 가족들에게 있었는데 닭고기는 하림 닭고기(마트에서 판매하는 닭고기의 대명사로 이해)가 맛있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1980년대 배합사료가 본격 보급되면서 농가들은 사료자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농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고 배합사료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가축사육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농가들은 알 수 없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고기, 선호하는 고기가 생산될 수 있는 기술을 전수받게 된다.
경운기와 트랙터의 보급으로 농우로써 역할을 내려놓은 한우고기는 과거보다 부드러워졌고 더 고소해졌으며, 잡내가 심했던 돼지고기와 닭고기, 오리고기는 잔반을 끊고 위생적으로 그리고 각 가축의 생리에 맞게 짜인 레시피에 따라 생산된 사료를 먹게 되면서 잡내도 사라지고 부드러워졌다.
이전과 다른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그리고 잡내도 없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맛을 본 이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과도기였던 1980년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맛있는 고기를 파는 식육점이나 정육점에 대한 입소문이 무섭게 퍼져나갔다. 해당 정육점은 농우나 잔반으로 사육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팔지 않고 사료를 급여해 키운 고기만 파는 곳이었고 그런 곳을 주부들은 맛있는 고기 파는 집이라 소문을 내고 다닌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육점, 어느 마트를 가더라도 평균 이상의 맛이 보장되는데 그 당시에는 모르고 갔다가는 냄새나는 고기, 질긴 고기를 사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결론
복고 열풍에 풀만 먹은 소고기, 예전처럼 놓아 키운 닭고기에 대한 환상이 우리 가운데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예전 돼지는 구정물로 키웠고, 예전 오리는 시궁창에서 방치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기용이 아닌 농우(일소)로 알 낳는 용으로 사육이 되었으니 지금 고기 맛에 젖어 있는 분들이 과거의 고기 맛을 보게 되면 아마도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
현재 가축사육방식이 '공장식이다' '동물을 착취한다'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지금의 축산시스템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질의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달려오다 완성된 것이다.
자꾸 과거를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는데 가장 맛있는 고기는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고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고기 본연의 맛을 해치는 잡내를 줄이기 위한 공정을 레시피에서 조금씩 제거해 새로운 시대 고기 맛을 경험해 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넋두리
서울 한복판, 대전이나 광주, 부산 어디에도 소나 돼지, 닭을 사육해 자급하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쌀 한 톨, 고기 한 근 생산되지 못하는 '먹거리 사막' 도시에서 허덕거리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오아시스가 농촌이고 축산농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쓸데없는 공격은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