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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근 Jul 18. 2024

지방대 교수의 하루(4)

목요일

목요일     

오늘도 천안에서 열한 시 반 수업이 있는 날이다.

똑같이 일곱 시 반을 목표로 스타벅스로 출발한다.

디카페인 커피와 샌드위치를 들고 올라가

자리를 옮기며 공부를 한다.


원고를 요청받아서 글을 쓰고 있다.

A4용지 한 장 쓰는데 십만 원.

사실 그냥 갈겨쓰면 20분이면 쓸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럼 시급 삼십만 원이니 제법 쏠쏠한 것 아닌가

생각을 하다가도, 내가 교수란 것이 탄로 나면

‘교수가 이따위로 밖에 글을 못 써?’ 하는 소리를 들을까

조마조마하다.


그래도 게으름이 두려움을 이겼다.

원고를 전송하고 요즘 쓰고 있는 논문 내용을 공부한다.

열 한시다. 다시 학교로 이동해서 강의실로 향한다.

오늘은 2호관 3층 강의실이다.

빽빽하게 학생들이 앉아있다. 출석을 부르고 수업을 한다.


위축된 나는 뚝배기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수업을 마치며 여느 때와 같이 말한다.     

“질문 있는 사람은 나와서 질문하세요.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학생들은 썰물처럼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아무도 없다.

‘수업이 재미가 없었나?’ 하는 찰나 한 학생이 다가온다.


 ‘오늘도 시험 문제인지 물어보는 건가?’ 조심스레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음?” 이렇게 말한다.    


“교수님, 여기서 분포의 모양이 왜 이렇게 되는 것인가요?

표본 수 때문인가요?”     


아유 기특한지고.. 어쩌다 이렇게 똑똑한 학생이 나왔을까 생각하며 간단히 설명해 준다.


학생은 ‘아! 알겠습니다!’하고 자리를 나선다.

나도 마저 칠판을 지우고 강의실을 나온다.

연구실로 나서며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세트를 사고,

제로 콜라로 바꾸고 차 안에서 점심을 먹는다.


학교를 한 바퀴 산책하고 연구실에 돌아와 책을 읽고 쉬다가

 옷을 갈아입고 다섯 시에 테니스를 치러 간다.

두 시간 정도 게임을 하고      


“오늘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를 외치고

테니스장을 나선다.     


아내가 일찍 온다고 했다.

아내랑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날이다.

ktx역 앞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태워서 온다.

집 앞에 있는 지중해 마을에서 같이 저녁을 먹는다.


오늘은 한식이다.

나는 제육볶음을 시켜 아내와 나눠 먹고,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씻고 눕는다.

웹툰을 보다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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