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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다가오는 지혜, 모든 것을 얻는 법

– 장자에게서 배우는 내면의 자유

by JM Lee

1. 만물을 하나로 보는 시선: 만물제동(萬物齊同)


장자는 말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인간이 만들어 낸 구분, 즉 선과 악,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 삶과 죽음의 이분법은 단지 관점의 산물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구분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고통 속에 몰아넣곤 합니다.


소요유(逍遙遊) 편의 ‘붕새’는 이 사상을 우화적으로 보여줍니다. 붕새는 구말리 높이 솟아오르며, 아래를 내려다볼 때 땅 위의 분간이나 경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푸른 덩어리 하나일 뿐입니다. 그것이 장자가 말하는 **‘붕새의 시선’**입니다. 멀리서 보면 구분은 의미를 잃고, 우리는 비로소 분별을 내려놓게 됩니다.


2.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통찰: 생사여일(生死如一)


장자의 지인은 생을 기뻐하지도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삶과 죽음을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연은 나에게 삶을 주었고, 늙음과 죽음을 통해 다시 쉴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시선은 불교의 무상(無常), 무아(無我)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태어남을 축복하고, 죽음을 피하고자 하나, 장자는 둘 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봅니다.
이 통찰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왜 삶에 집착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집착이 사라지는 순간, 고통도 두려움도 함께 사라집니다.


3. 마음을 비우는 수행: 심재(心齋)와 좌망(坐忘)


장자는 공자와 안회의 대화를 통해 수행의 단계를 제시합니다.
심재(心齋)는 마음을 씻고 비우는 ‘내면의 단식’이며,
좌망(坐忘)은 앉아 있는 가운데 자신을 비워가는 수행입니다.


이 과정은 다음의 네 단계로 구성됩니다:


몸을 내려놓고

감각의 자극을 버리고

마음과 지식의 작용에서 물러서고

우주와 하나되는 전체성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은 불교의 사념처 수행(신, 수, 심, 법)과 거의 흡사합니다. 장자와 고타마 붓다는 서로 알지 못했지만, 놀랍게도 인간 내면을 닦는 방식은 유사합니다.

이 수행이 말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참된 자유란 비움에서 온다.


4. 얻게 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되는 것: 무위자연(無爲自然)


장자가 말하는 “모든 것을 얻는 법”은,
무엇도 얻으려 하지 않을 때 모든 것이 주어진다는 역설로 요약됩니다.

‘무위’란 인위적인 의도를 버리는 것이고,
‘자연’이란 스스로 그러함입니다.
즉, 의도와 집착을 내려놓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김주환 교수는 이를 편도체 안정화와 연결합니다.
무언가를 갈망하거나 두려워할 때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불안이 생깁니다.
그러나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느낄 때,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며 우리는 고요한 평정 속에 머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의 사람을 장자는 **진인(眞人)**이라 부릅니다.
그는 잘되어도 자만하지 않고,
잘못되어도 후회하지 않으며,
항상 자기 자신을 고요히 지켜냅니다.


5. 외로움과 자유는 다르지 않다: 붕새의 운명


붕새는 외로운 존재입니다.
조그만 새들은 그를 비웃습니다.
“굳이 저렇게 높이 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붕새는 구별하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 모든 존재를 하나로 봅니다.
그 외로움은 오히려 진정한 자유입니다.
진짜 외로움은, 진짜 자유입니다.


6. 결론: 천하를 천하 속에 그대로 놓아두는 것


장자의 결론은 이 한 문장에 담깁니다.

“천하를 천하 속에 그대로 놓아두라.”


집착하지 말고, 간섭하지 말고,
무엇도 바꾸려 하지 말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두라는 말입니다.

그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어지고
바로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얻게’ 됩니다.


덧붙이며


김주환 교수는 말합니다.


“필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모든 것이 다 있다.”


이것이 바로 장자가 말한 '모든 것을 얻는 법'입니다.
그것은 높은 곳에서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비워냄을 통해 고요히 존재하는 법을 아는 것입니다.


붕새처럼 조용히 날며,
세상의 먼지와 아지랑이조차도
푸르게 보는 그 시선을 우리도 품을 수 있기를.


https://www.youtube.com/watch?v=9ValMx9rFPs&t=167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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