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직접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맛을 내는 일이 단순히 기술이나 재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스스로 부엌에 서 보니, 맛의 메커니즘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면서도 섬세한 균형의 문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끓이고, 찌고, 굽고, 튀기는 과정은 각기 다른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재료에 숨어 있는 본연의 맛을 이끌어낸다.
처음 혼자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의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반복된 경험 속에서 나는 점차 다양한 조리법을 시도하며, 식재료가 각기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즐기기 시작했다. 마치 요리를 하는 동안 작은 실험실을 운영하는 기분이었다. 끓이면서 국물의 깊이를 더해가고, 굽는 동안에는 향긋한 냄새가 부엌에 퍼지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요리에서 중요한 건 시간과 마음의 여유다. 급하게 만든 음식은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무언가 부족했다. 반면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음식을 대하면, 재료 하나하나가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 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오늘은 야채가 좋을지, 단백질이 필요할지, 담백한 국물이 당기는지, 아니면 바삭한 튀김이 어울릴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요리의 일부가 되었다.
어느 날은 담백한 미역국을 끓이고, 또 다른 날은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구웠다. 상큼한 나물을 무치면서 손끝으로 전달되는 자연스러운 향이 기분을 좋게 했다. 재료를 손질하면서 동시에 밥을 짓고, 나물을 준비하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이미 상차림까지 완성된 모습이 그려졌다. 그릇의 모양, 음식의 배치, 소스까지 고려하면 요리는 일상에서 예술로 바뀌어갔다.
그렇다고 너무 복잡해져서는 안 된다. 미학과 실용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요리의 미덕이다. 중용의 가르침은 여기에서도 유효했다. 단순하면서도 정성을 담은 음식이야말로 몸과 마음이 원하는 본연의 식사였다.
결국, 요리는 나 자신과의 대화였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 몸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에 맞게 요리하는 과정은 자기 돌봄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하루의 끝에서 나만을 위한 소박한 한 끼를 준비하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일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바로 마음의 여유를 요리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