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마음놓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절은 언제쯤 올까요?
- 들어가며-
남편은 현재 미국 대학에서 조교수로 일하는 중이다. 올 해 여름이 되면 횟수로 5년차가 되고, 학교에서는 부교수 임용을 위해 리뷰를 시작할 것이다. 리뷰를 위해서 남편은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고 2018년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협박(?)을 가장한 협조를 구했다. 부교수가 되고 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테니까 그때까지만 참아주자! 생각하며 올 상반기를 보내기로 나 역시 맘먹었다.
그동안 아일린을 남편과 함께 공동육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던 상황에서
일주일에 2-3일은 저녁시간에 홀로 아이를 봐야하는 상황이 되었고,
또 올해를 시작하며 나 또한 육아에서 일로, 일에 대한 우선 순위를 상향 조정한 상황.
아직 데이케어를 화/목 파트타임만 다니고 있는 아일린을
월/수/금 나 혼자 독박육아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담감이 상당했다.
낮잠을 자는 시간과 밤잠을 시작하는 시간에 나의 일을 처리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그로 인해 우리 부부는 1월부터 가계의 예산에 부담이 되어도 개인 시터를 고용하기로 했다.
- 미국에서 가장 손쉽게 시터를 구하는 방법 -
미국에서는 주로 시터를 care.com 이란 사이트에서 찾게 된다.
이 곳에 자신의 설명과 더불어, job을 포스트하면 많은 시터들이 어플리케이션을 낸다.
그 어플리케이션을 보고 답장을 해서 인터뷰 일정을 잡거나
아니면 평소 눈여겨 본 시터에게 메세지를 보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다.
나는 이 사이트에 시터 job을 포스팅했고,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어플리케이션을 받았다.
그 중에서 프로필을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추려서 답장을 보냈고,
답장을 빠르게 해온 몇몇 사람들과 시간을 정해 집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한 시터를 고용했다.
- 첫 시터를 고용하고, 경험하고, 해고하기까지 -
그녀는 21살이었고, 젊었다.
젊어서 잘 놀아줄거란 기대도 있었다.
첫인상이 딱히 마음에 들거나 포근해보이진 않았지만 괄괄한 성격만큼이나 애와 신나게 놀아주리란 기대를 하며 고용했다.
그러나 그녀는 100% 나의 모든 것을 만족하진 않았다.
물론 애미에게 100% 만족하는 시터란 이 세상에 없다.
그런 것을 감안하자면 그녀는 So so한 그런 시터였다.
책임감이 많아 보이진 않았지만,
아이가 따랐고,
자주 빠지는 횟수가 늘었지만,
남편의 부재 (훈련으로 집을 비웠기에)와 곧 있을 이사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나 2주 전,
우연히 보게 된 라이브 내니캠. (나는 내니캠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왜냐면 그건 그녀만의 프라이버시이고 아이와 잘 놀겠거니하는 믿음의 표현이니까)
그녀는 킨들을 보며 자신만의 시간을 유유자적 보내고 있었다.
나의 딸은 혼자서 책을 보더라.
항상 시터가 말했다.
"Eileen is so independent!"
이게 그녀가 말하는 independent인가 싶어 조금 의아했다.
책을 읽다가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팔을 벌리는 아이.
그런 아이를 무시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길도 안주고 책을 읽는 그녀.
하루종일 그날은 일을 못하고 내니캠만을 봤던 것 같다.
보다보다 드디어 폭발을 하고 말았다.
오후 4시쯤 되었을 때 그녀가 아이와 함께 있는 아일린의 방으로 들어섰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의 발자국 소리에 이미 킨들을 치워버린 후였다.
평소보다 차가운 내 표정과 행동에 조금은 어리둥절해하는 그녀를 무시했다.
나도 감정이 상할만큼 상해 있었다.
내 달라진 모습에 그녀가 먼저 고백을 해왔다.
"내가 요즘 킨들을 많이 봤어요. 노트를 가지고 이런저런 일들도 하고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는게 이런건가보다.
그녀의 고백에도 나는 딱히 시원하게 답을 하진 않았다.
이미 그 때 나는 다른 맘에 드는 내니를 섭외했고,
그녀가 가고 나면 나머지 비디오 파일들을 백업하고,
남편과 의논 후에 정중히 공식적인 해고통보를 할 예정이었으니까.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나는 좀 치밀하고 한번 돌아서면 무섭게 차단해버리는 못된 버릇이 있다 ㅠ)
감정을 추스리고 애써 그녀를 보냈다.
아이를 재우고,
스킵을 해가며 그동안 그녀가 보살핀 아일린의 모습을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첫 주를 제외하고서
아이는 혼자 대부분을 놀고,
그녀는 자신의 공책에 무언가를 하거나 킨들을 보거나 아이폰을 보거나했다.
아이가 안겼을 때,
그녀는 킨들을 아일린과 함께 보기도 했다.
분노로 부들부들 온몸이 떨렸다.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
혈압이 오르고 올라 하얀 별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이미 위험수위를 경고하는 있는 상황.
더 어이가 없는 건,
그날 밤, 참 어이없게도 먼저 그녀가 다른 기관을 나가게 되어서 매주 수요일에는 못올거 같다는 문자를 보내왔다는 것.
답장으로 지금 내니캠을 보고 있는데 너에 대한 믿음에 너무 실망스러워서 할말을 잃었다고 했다.
둘이 주고 받은 문자들은 생략하고, 딱 한마디만으로 정리했다.
If you were I, how do you feel now?
지금까지의 니 행동을 돌이켜봤을 때, 니가 애미라면 어떻겠니?
나는 좀 더 이성적으로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에게 오늘 밤 남편과 의논 후 내일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날 그녀는 먼저 일을 할 수 없겠다는 불쾌한 문자를 보내왔고,
우리는 공식적으로 그녀에게 장문의 해고 통보 메일을 보냈다.
- 새로운 시터를 구하다 -
내가 그녀를 당장 해고할 수 있었던 건,
얼마전부터 내가 눈여겨 봐오던 시터 이모님께서 "당장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려주셨기 때문이었다.
만약 나에게 백업 플랜이 없었다면,
나는 눈물을 머금고 그녀에게 강도 높은 충고를 하고 내니캠을 켜고 일을 해야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동안 그녀의 거친 손길, 잦은 결석때문에 좀 골치가 아파서-
리뷰도 좋고, 추천을 받은 이모님께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월/수/금요일이란 시간이 부담되셨다고 했고, 하루종일 노는 것이 힘에 부칠까봐 선뜻 응하지 못하셨다고 했다.
그러다가 내가 여러번 메세지를 보내고 부탁하니 고민하시다가 해보시겠노라 어렵게 결정을 하신거라고 했다.
한번 응하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쉽게 내니나 시터 일을 일주일에 서너번씩 정기적으로 맡진 않으셨다고...
나의 메세지에서 풍기는 인상이 좋았고, 너무 절박해보여서 한번쯤 만나보자했는데 괜찮을거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시터 이모님과 월/수/금을 보내고 있다.
아니, 아이가 보내고 있다.
- 나의 자책감을 위로 받은 방법들 -
이전의 시터를 생각하면 하루에도 열두번씩 혈압이 치솟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팠다.
나는 참 단순하다.
한번 나의 집 일을 해주신 분이시라면 나는 '가족'처럼 챙기곤 한다.
벌써 이사오고 집안일을 봐주시는 어머님도 한번 오셔서 청소를 하고 가실 때마다 팁 플러스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드리곤 한다.
그래서인지 어머님은 오시면 꼭 해주시지 않으셔도 되는 내 빨래라던가 세탁소에 맡길 옷들을 챙겨서 가져가 맡겨주시곤 한다.
나는 사람은 누구나 내가 잘하면 상대방도 나에게 잘해주리란 기대로 산다.
그런데 가끔 세상은 그런 걸 이용하는 인간들이 있었다.
그게 내 아이를 믿고 맡긴 시터라는 생각에 분함과 더불어 자책감마저 들었었다.
나는 너무 속상한 일이 있으면 친정엄마보다는 자매님(여동생)을 찾게 된다.
5살 터울이 나는 싱글라이프를 즐기시는 자매님이 나에게는 그 어떤 존재보다 더 이성적인 존재다.
자신의 일에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나의 일에는 가장 정확한 잣대로 평가를 하곤 한다.
그녀가 말했다.
"언니가 잘못한건 없어. 형부가 잘못한 것도 아니야. 이건 모든게 시터의 잘못인거야. 그러니 자책할 필요도 없어. 애를 끓일 필요도 없고......"
그렇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아이를 남에게 맡겨서,
내가 아이를 직접 볼 수 없어서,
그래서 무턱대고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
이전의 시터가 나빴어.
그래도 엄마란 그렇다.
알지만 쉽사리 놓아지지가 않는다.
아이가 그동안 힘들었을 걸 생각하면 (고작 10번인데도 ㅠ) 당장 찾아가 모진 소리라도 해주고 싶은게 애미의 마음이었다.
"너의 생산적인 시간에 왜 그런 쓸데없는 인간 생각을 해? 쿨하게~ 넘겨. 생각지도 마!"
남편의 조언.
이럴 때면 '아 이래서 엄마와 아빠는 다르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남자와 여자라서 다르기도 하지만,
태생적으로 아빠와 엄마는 다르다.
아무리 부족하고 철없고 짜증많은 애미라해도
아이가 아빠보다 엄마를 더 많이 울부짖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성경공부를 한다.
종교가 딱히 없었던 나는 아이를 낳고 카톨릭 신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이와 남편을 종교로 이끌기 전에 나부터 교리 공부를 하고 좀 더 깊은 신앙심을 갖고자 처음으로 바이블 스터디를 시작했다.
좋은 말씀에는 형광펜도 아끼지 않고
묵상노트를 만들어 손으로 직접 적어가며 암기도 한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 마태복음 6장 34절
그래, 지나간 일.. 지워버리는 게 맞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
내 가족에게 잘해주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사랑하고 보다듬는 것은 누구나가 하는 법.
어쩌면 이같은 고난도 한번쯤 겪어 내야 더 성숙한 애미가 될 수 있으리라.
그러라고 주신 시련이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마음 한켠에 묻기로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자주 내니캠을 켜보게 되고,
사람에 대한 불신적인 감정이 생긴 트라우마를 당분간은 겪어가야하겠지만
어쩌면 워킹맘으로 이겨내야하는 고난과 시련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새로오신 시터분은 나와 나이가 크게 차이나진 않지만 나보다 3-4살은 위의 분이시다.
아이도 2명이나 있는데, 어느새 큰 아들은 24살, 딸아이는 고등학교 졸업반이라고 하셨다.
둘 다 홈스쿨링으로 키워내신 분.
알고보니 정말 자기 줏대와 교육관이 투철하신 분이셨다.
점심시간마다 115분 정도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적어도 서로에 대해 속깊게 알기를 원하는 듯 하다.
이전의 시터는 그저 2층 아이방에서 나올 때가 간식 먹일 때, 점심 먹일 때, 집에 갈 때 뿐이었는데 반해-
이번 시터분은 자주자주 1층에 와서 아이와 놀아주시고,
아이를 챙겨 밖으로 나가서 산책하는 것도 좋아하신다.
도서관이나 외부 기관에서 하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데리고 가서 함께 하고 싶어하시고,
점심시간에 아이가 낮잠을 자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시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다.
내가 무엇때문에 힘들었고 고통받았는지를 솔직하게 말씀드리니 진심으로 위로를 해주셨고,
늘 아일린에게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려고 노력하시고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신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이모님을 대한다.
일주일에 한번 페이를 할 때면 페이체크 외에 작은 선물을 드리거나
금요일에는 김밥을 싸서 담아 드린다.
딸과 아들은 처음 먹어보는 코리안 푸드에 홀릭되어 간다며 우스개 소리를 하셨다.
오늘 이모님은 아일린과 함께 공작놀이를 하겠다고 색종이를 가져오셨다.
가위를 가져오려고 했지만 위험할 거 같아서 손으로 찢고 노는게 좋을거 같다 하셨다.
아이는 역시나 고래 소리를 (꺄꺄) 내며 좋아했고,
방안 가득 쌓였던 색종이는 이모님께서 가져오신 투명 비닐에 담아 풍선처럼 불어 기저귀를 가는 테이블 위에 붙여주셨다.
아일린은 오늘도 그 풍선을 보며 외계어로 이야기를 한다.
5시50분.
2층 아이 방에서 이모님과 함께 거실로 내려오는 아이에게 내가 묻는다.
"Did you have happy time?"
"YES!"
그래, 그거면 됐다!
일하는 엄마에게 데이케어나 시터는 필수적인 사항이다.
처음 데이케어와 시터 사이에서 고민을 할 때 육아 선배가 조언을 해왔다.
"데이케어를 보내. 그곳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다른 짓을 할 수가 없지. 그리고 아이가 아일린처럼 active한 경우 데이케어가 더 좋을거야. 다만 개인적으로 아이를 봐주는게 아니라서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감안을 해야해."
시터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나의 아이만 봐주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것이라던가 위생적인 면이 더 낫다.
하지만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늘 내니캠으로 어느 정도 체크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좋게 얘기를 하는 편이 좋다.
나의 경우는 시터를 고용할 때 세금 문제라던가 주의사항을 모두 계약서로 만들어서 함께 얘기하고 의논한 후 사인한다. 내가 원하는 부분, 시터가 원하는 부분을 적절히 합의하면서 계약서에 적고, 나중에 분란의 소지가 되는 부분들은 최대한 디테일하게 적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 또한, 만약에 경우 시터가 계약을 위반했을 시, 위반 사항들을 활용해서 나중에 해고를 해야하는 경우에도 정식적인 통보를 할 수 있고,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어진다. 계약서에는 꼭 아이의 안전에 위해되는 경우 당장이라도 해고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하고, 나의 경우 이번 계약서에는 아이를 보는 시간에는 어떠한 electronic devices를 5분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임에 서로가 협의를 했고 사인을 했다. (이 역시도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겠지만......)
무엇이 되었든,
워킹맘으로 데이케어나 시터를 고용하는 엄마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은-
무슨 수를 써서든 백업 내니를 한명은 두어야한다는 것.
시터가 아프거나
데이케어가 갑자기 문을 닫거나
현재 시터를 당장 해고해야하는 상황에서 망설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백업내니는 필요하다.
나도 현재 백업내니를 구했다.
지금의 내니 분이 워낙 좋으시지만 사람의 일은 알 수 없고, 앞날은 모르는거니까 말이다.
아이를 키우며 엄마라 불리는 나도 함께 아이와 자라는 것 같다.
철없던 시절 반성도 하게 되고,
아이를 위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아이에게는 늘 밝은 미래만을 알려주고 싶고,
아이가 되도록이면 '거절'에 대한 실망감이나 좌절감은 늦게 깨닫길 원한다.
얼른 아이를 위해서도
데이케어의 풀타임 자리가 나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