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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명 Jul 24. 2023

예쁘면 다 될 거라는 착각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도서 리뷰

본 글은 한빛미디어 출판사로부터 콘텐츠 제작을 위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들어가며,


한동안 이런저런 프로젝트들로 바빠서 책을 전혀 읽지 못하다가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생각하던 즈음, 평소 관심 있게 보고 있던 김성연(우디) 작가님의 신간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라는 디자인이 그저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일상과 사회를 이해하는 유용한 도구로써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주로 디지털 프로덕트와 사용자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나, 저는 그중에서도 두 번째 챕터인 '디자인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중심적으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잘 모르겠고, 예쁘게만 해주세요.


이제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국내외적으로 강조되다 보니, 디자인에 중요성을 강조하는 클라이언트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클라이언트들이 아직 디자인을 예술의 영역, 그저 무언가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로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죠. 실질적으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인지하고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경우는 손에 꼽습니다.



왜 심미적이야 할까?

디자인을 그저 예술의 영역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심미적인 디자인이 주는 이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는데요,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의 저자는 심미적 디자인의 주는 장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합니다.


1. 사용성
- 사용자(혹은 소비자)는 심미적인 제품을 좀 더 사용하기 쉬운 것으로 인지한다. 인간이 시각적으로 행복한 상태에 놓이면 사고의 폭이 확장되고, 창조적 사고가 촉진된다.

2. 미적 관대함
-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설혹 기능면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사용자는 심리적으로 관대해질 가능성이 크다.

3.  첫인상
- 소비자가 무언가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20초가 소요된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에 새겨진 인상은 그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아름다움 = 문제해결'이라는 착각

앞서 언급한 이유로 많은 클라이언트분들, 혹은 본인의 디자인에 심취해 있기 쉬운 주니어 디자이너들까지, '아름다움이 곧 문제의 해결'이라는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미의 기준은 다른 법. 프로젝트의 목적과 방향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심미적인 디자인이라고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아닌 일회적인 임시방편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린 어떻게 일해야 할까?


그럼 단순히 심미적인 디자인에서 끝나지 않고, 브랜드 자체와 결합되어 지속가능한 시너지를 내는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에서는 현재 대부분의 디자인 에이전시가 의존하고 있는 워터폴 모델과, 스타트업들에서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린 모델을 소개합니다.




1. 워터폴 모델(Waterfall Model)

*위 다이어그램은 워터폴 모델을 간략화한 도표로, 실제는 더 많은 스텝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워터폴 모델, 폭포수 모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프로세스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Top-Down(하향식) 구조를 가진 프로젝트 매니징 방법론입니다. 클라이언트가 디자인 에이전시에게 작업물을 의뢰 후, 산출물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바로 이 워터폴 모델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죠.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고, 리소스가 많이 들어갈수록 이 워터폴 모델에 의존하기 쉬운데, 이는 프로젝트의 각 단계가 명확히 구분되어 책임 소재업무 진행 상황을 확실하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워터폴 프로젝트는 그 명확함만큼 극명한 단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예시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잦은 딜레이, 완성도의 저하

이전 단계가 완료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보통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지켜야 할 데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앞단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할수록 그다음 단계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줄어들고, 이는 프로젝트의 최종 산출물의 완성도 저하로 이어집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워터폴 모델은 기본적으로 모든 업무가 하향식(일방향 소통)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획을 중간을 수정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소수의 상위 의사 결정권자, 혹은 각 단계에 위치한 권위자(예: 스타 디자이너) 대한 의존도가 강합니다. 이런 경우 안정적인 업무 퍼포먼스를 내기는 쉽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묵살되는 경우가 많으며, 다수에게 동의된 방향성이 급작스럽게 틀어지는 일도 빈번합니다.





2. 린 모델(Lean Model)


린 모델은 실패를 기반으로 빠르게 학습하며 제품을 실체화해간다.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국내에서도 자리 잡아가고 있는 린 모델(Lean Model)은, 시장에서의 가설을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을 만들어 반복학습하고 점진적으로 실체화해 가는 방법입니다. 린 모델은 잘못된 제품을 만드는데 소비되는 시간과 예산, 노동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인 스타트업들이 많이 채택하고 있는 업무 방식입니다.


하지만, 린 모델은 산업 디자인과 인쇄물 디자인과 같이 공정이 명확한 영역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린 모델을 적용하기 어려운 산업군에서 유사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디자이너

과거에는 디자이너들이 크리에이티브한 측면에 집중하여 조형 전문가나 시각적인 요소를 다루는 메이커로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시대의 변화가 가속화된 현대 사회에서, 디자이너들이 뛰어난 결과물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단순 크리에이티브 역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공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서의 역량이 필요할 것입니다.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 팀의 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는 전문가. 퍼실리테이터는 집단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며,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능동적으로 최고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돕는 사람입니다.



소수의 스타가 아닌,  원(One) 팀으로

디자인 업계는 오랫동안 몇몇의 스타 디자이너에 의존해 왔습니다. 과거의 놀라운 성과들이 미래에도 똑같이 이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요. 하지만 소수의 스타 디자이너의 감에 의존하는 조직은 지속가능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좋은 감각과 수많은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라 할지라도, 연차가 쌓일수록 날 선 감각은 둔해지고, 새로운 정보를 소화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현대 사회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팀 기반의 사고방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틀릴 수 있으며, 수년간의 장기 프로젝트가 지구 반대편에서는 하루 만에 오픈 소스로 공유될 수도 있죠.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개개인의 인식 변화와 조직 차원의 강력한 변화 의지가 함께 동반되어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과 지식을 존중하여 협력하고 소통해야 하며, 조직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내부 문화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조직은 더욱 빠르게 적응하고 혁신하며,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며, 

서문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는 현대 사회에서 디자인 분야의 역할과 가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저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묻어두었던 디자이너로서의 마음가짐을 환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준 한빛미디어와 저자 우디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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