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
후배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네게 처음 편지를 남기기 시작했을 땐, 이 글들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나도 잘 몰랐어.
그저 네가 일하는 자리에서 마주할 수많은 갈등과 결정 앞에서,
선배로서 내가 먼저 겪었던 시행착오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지.
그래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 편 한 편 적어왔어.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흘려듣고 지나치지는 않도록.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네 얼굴을 떠올리며, 마지막 정리를 해보려 해.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늘 선택의 순간이 찾아와.
말할지 말아야 할지, 침묵할지 나설지, 결정을 내릴지 미룰지.
처음엔 단순히 일의 기술이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어.
그건 단지 업무가 아니라, 사람과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판단의 연속이라는 걸.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주 이런 생각이 들어.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나도 그랬어. 때를 놓친 적도 많았고, 상황을 잘못 읽은 적도 있었지.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놓친 순간들이 많았거든.
하지만 이제는 그런 늦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누구나 처음엔 늦게 깨닫고, 돌아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조직 안에서 나의 위치를 다시 바라보게 되더라.
중요한 건 실수했느냐가 아니라,
늦었더라도 돌아보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느냐인 것 같아.
반성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태도고,
그 태도는 결국 신뢰로 이어지게 돼.
후배야, 너는 지금 좋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거야.
실수했을 수도 있고, 판단이 어긋났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걸 돌아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를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어.
앞으로도 수많은 갈림길 앞에 서게 될 거야.
매번 완벽한 정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그 순간의 책임 있는 선택을 하려는 자세면 충분해.
중요한 건, 태도야.
그게 결국 너를 말해주는 기준이 될 테니까.
이제 이 편지는 여기서 멈추려고 해.
더 해주고 싶은 말도 많지만, 결국은
네가 직접 부딪히고 겪는 일이 가장 크게 남는다고 믿거든.
언젠가 이 편지를 다시 꺼내보는 날이 오겠지.
그때의 너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상황을 읽고,
더 단단하게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할게.
너무 조급해하지 마.
시간은 생각보다 우리 편이야.
지금 네가 품고 있는 생각과 고민이 헛되지 않으려면,
결국은 지금의 너를 믿고,
조금씩이라도 실천해 나가는 수밖에 없어.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가면 돼.
항상 널 응원할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