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기숙사를 나서 회사로 향하는 길.
아직 어둠이 덜 걷힌 거리 끝, 길 어귀의 자판기 앞에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계신다.
커피 한 잔씩 뽑아 들고,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가볍게 웃는다.
“밤새 잘 주무셨어요.”
“오늘도 무탈하세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은 전해진다.
짧은 눈인사, 짧은 웃음 속에 밤을 무사히 넘긴 안도와 오늘 하루를 살아낼 다짐이 스며 있다.
걷다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말 없는 인사들을 지나며
나는 스쳐 지나갔던 것들을 조금씩 느끼게 되고,
그 느낌이 내 하루를 조용히 바꿔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