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의 희열과 감성 디테일
4 STEP : 수납의 희열 맛보기
결국 수납이 잘 돼야 한다.
아무리 넓은 집이어도 오직 수납력만이 집을 깔끔하게 정돈, 유지할 수 있다.
앞서 2 STEP를 통해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았다면, 집 좀 꾸미는 세상 사람들은 수납이라는 테마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중요성을 인식했을 거다. 예술의 경지에 가까운 가지각색의 수납은 집 안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싱크대 하부장과 상부장의 그릇 수납, 욕실 거울 내부 수납, 옷방의 이불 수납 등등등 특히 나의 침실 가구는 그 자체가 수납이다. 수납 침대 프레임과 수납 화장대와 화장대 의자까지 수납이 가능하다.
집이란 결국 수납의 연합국이었구나! 잔뜩 사놓은 그릇들을 둘 공간을 찾아 수납에 매달리는 와중에 대책 없이 샀던 그릇들이 내일 또 온다. 수납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땐 꿈에서도 그릇 수납하며 수납에 시달렸다. 수납수납 자꾸 반복하니 갑자기 그 시기가 생각나 피곤해지네. 어휴.
1. 수납만을 집중 스터디.
뭐라고? 수납하려고 공부까지 해야돼? 그렇다. 수납도 아는 만큼 할 수 있다. 관련하여 유튜브 채널과 키워드를 간단히 추천한다.
정리왕 채널 : 방송에도 여러분 출연하신 진짜 정리전문가 대표님이다. 말도 정말 잘하시고 유쾌한 분위기라 더 재미있게 다양한 꿀팁을 얻을 수 있다.
정리마켓 채널 : 자취남과 비슷한 느낌인데, 정리에 아주아주 능통한 사연자들이 등장한다. 보면서 느낀다. 당신들은 생활 예술인이군요!
다이소 수납 / 이케아 수납 / 무인양품 수납 : 위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또 무한대의 콘텐츠가 등장한다. 추천템을 적어놓고 즉시 사서 바로 실행하길 바란다. 좋은 정보들을 나눠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우리 함께 잘 살아봅시다.
2. 공간의 사이즈 실측은 필수.
기껏 열심히 공부해서 사온 수납함이 단 1mm차이로 해당 공간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때의 절망감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절대 해소될 수 없다. 그러므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공간 사이즈를 꼼꼼하게 실측하자.
나는 손바닥만한 노트를 하나 사서 옷방의 전체 크기, 주방 상부장 하부장 서랍과 층별로 각각 가로/세로/높이, 붙박이 수납장 1,2,3층의 각각 가로/세로/높이, 세탁기 옆 현재 여유공간 사이즈 등 공간별, 구역별 실측 사이즈를 모두 적어두었다. 인터넷으로 제품을 사거나 다이소,이케아 등에서 노트를 펼쳐 사이즈를 비교하며 제품을 구입했다.
3. 수납력은 근면성실력.
마침내 보기만 해도 뿌듯한 모습으로 수납을 해내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의 챌린지다.
가끔 우리 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쁜 날이 있다. 정말 놀랍게도 딱 하루만에 들통난다. 현관에 쌓인 택배박스, 바닥에 널부러진 옷, 식기세척기에도 넣지 않은 컵과 그릇. 피곤한 몸과 여유없는 마음이 고스란히 집의 컨디션으로 드러난다. 치우고, 사용하고, 다시 또 치우고, 사용하고, 또 정리해야만 다음 수납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외부적으로 너무 바쁘면 어쩔 수 없다. 내가 진짜 힘든데 뭐 어쩌겠는가!
5 STEP : 감성 디테일 더하기
구석구석 필요한 것들이 대강 채워졌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아직도 밋밋하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저냥 적절한 구색을 갖춘 사무실같다. 왜지? 뭐가 또 필요한 걸까? 아아. 집에 온기가 없구나. 귀엽고 포근한 것들이 없구나!
어느 정도 나만의 취향이 갖춰졌을 때다. 아직이라면 2 Step으로 다시 돌아가자. 나 혼자만이 사는 집이 아닌 L과 함께 사는 곳이니 모여앉아 취향을 논해보았다. 사실 우리의 경우는 나의 취향이 강하고, 상대방은 별다른 취향도 고집도 없다. 선택지는 단 하나뿐. 즉 나의 취향이 곧 우리의 취향이었다. 그렇지만 함께 대화하며 의견을 나누고 합을 맞춰가야 한다.
편의상 항목으로 간단히 나누어보았다. 그냥 말만 하는 것보다 직접 써보면서 정리해보길 권한다. 아래는 우리의 예시이니 참고하여 본인만의 취향을 떠올려보자.
1. 컬러
밝고 명랑한 컬러를 좋아한다. 각 공간의 메인 컬러가 중심임을 잊지 않는다. 대부분의 제품이 파스텔 톤이지만, 또 비비드한 색도 좋아해 적절히 조합했다.
2. 소재
만졌을 때 부드러운 소재가 좋다. 철테리어라 불리는 은색 철의 느낌은 차가워 보여서 선호하지 않는다. 소재는 철이여도 컬러가 입혀지면 괜찮다. 아크릴의 가볍고 자유로운 감성도 굿!
3. 형태
부드러운 라운드형이 좋다. 거실의 테이블, 선반장,의자, 미니소파 등이 그렇다. 하지만 서재는 약간은 각잡힌 분위기가 어울려 반듯하게 떨어지는 제품도 함께 배치했다. 공간별로 조금씩 다르다.
4. 그림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싶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난해한 작품보다는 일상적이면서 공간의 모든 것들과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김환기 화백의 항아리,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레몬,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파도 위 커튼 등 곳곳에 있는 그림 작품들이 그렇다.
5. 소품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조형적으로 귀여운 소품을 곳곳에 두면 좋을 것같다. 모니터 아래 있는 짱구 미니 피규어, 한자 복 모양의 저금통, 숲에 숨어 눈만 내민 모습의 러그, 화가 어피치 도어 스토퍼(문 닫힘 방지를 위해 문 아래 두는 소품) 등 보기만해도 사랑스러운 것들이 언제나 곁에 있으니 기분이 좋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다보니 나만의 취향을 깊게 알게 된다. 이제 나의 취향이라는 자기장이 발생하여 자석처럼 내 취향템을 끌어온다. 취향이 만드는 끌어당김의 법칙! 하지만 취향은 유동적이다. 하나의 취향만을 고수하는 것보다 열린마음으로 다양한 것들을 자주 접하면서 우리의 세상을 더 넓혀보자.
전시회 가기 : 예술 작품 전시회도 좋고, 인테리어와 관련된 리빙 페어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자.
29cm 플랫폼 둘러보기: 의류 외에도 감성적인 가구, 소품을 손쉽게 살펴볼 수 있다. 귀여운 거 어디서 사야 돼? 싶을땐 우선 29cm를 가보자.
월간 디자인 구독하기 : 디자이너만 보는 잡지가 아니다. 디자인이라는 거대한 분야에 대해 매월 알아간다
매거진 B 읽기 : 광고없이 하나의 브랜드만을 깊게 파고든 잡지다. 인테리어와 관련된 브랜드 호를 읽으면 좋다. (추천 : HAY / STAUB / VITRA)
리빙 편집샵 구경하기 : 1 STEP에서 보았던 리빙 편집샵을 틈날 때마다 가보자. 저번에는 관심없던 무엇이 이번엔 내 거여만 하는 애착템이 될 수도 있다.
전속력을 다해 집을 꾸민 원동력은 다름 아닌 집들이였다. 빨리 집을 깔끔하게 꾸미고 가족들과 친구들을 초대해서 짠! 하고 집 보여주고 모여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내가 기획한 우리집의 메시지를 게스트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남들에게 그럴듯한 집처럼 보이기 위해 전전긍긍 눈치를 보며 마냥 휩쓸리는 게 아니다.
우리의 공간을 통해 ‘같이 먹고 노는 행복’을 진정으로 함께 느끼고 싶었다. 나 자신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 함께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더 편안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이를 더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