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스 무한 냠냠, 쇼핑은 집요하게
2 STEP : 레퍼런스 무한 퍼먹기
1단계를 지났다면 다음은 쉽다. 이제는 전과 다르다. 똑같은 거실 사진 한장을 보더라도 멍하니 바라보는 것과 방향성을 익혀 굵직한 선들이 그려진 후에 보는 것은 흡수력이 완전히 다르다.
어떤 가구들이 어떤 방식으로 배치되어 최종적으로 어떤 공간이 되는지 대략적인 스케치가 그려진다. 힘겹게 정상에 올라 전체를 아울러 볼 수 있으니, 이제 집중하고 싶은 길을 골라 나만의 속도대로 걸어가면 된다. 내가 원하는 그림으로 완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더 다양한 레퍼런스를 마구마구 먹으면 된다.
1. 오늘의집
빌라, 오피스텔, 아파트 등 나와 같은 동시대 한국인들의 방꾸미기를 손쉽게 볼 수 있다. 겹치는 아이템들을 보며 유행을 익히고, 그 중 돋보이는 공간을 통해 또 인사이트를 얻는다. 생활 꿀팁과 추천템 정보를 잔뜩 얻을 수 있는 가장 최신의 K-인테리어 족보다. 입주 초창기의 나는 하루종일 오늘의집을 둘러보며 세제,옷걸이 같은 자잘한 용품부터 침대 프레임같은 큼지막한 가구까지 결제했다. 해당 제품을 활용한 포토 리뷰가 꽤 많아서 쇼핑하기 매우 편리했다. 나 역시 이후에 열심히 사진을 찍고 후기를 남기며 오늘의집 생태계에 이바지했다. 물론 리뷰 적립금도 쏠쏠했고.
2. 자취남 & 유부남 유튜브 채널
집의 가장 예쁜 순간만을 포착한 오늘의 집보다 더 현실적이다. 20분 정도의 영상에 유투버 자취남님과 사연자님이 함께 집을 둘러본다. 집 자랑과 본인만의 꿀팁,부동산 정보 혹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며 겪은 애로사항 등 집과 관련된 평범한 개인으로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정리가 덜 된 인간미 넘치는 구역과 곰팡이같은 결함까지도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유부남은 자취남님이 결혼하시고 오픈한 채널이다. 힘을 합쳐 알콩달콩 즐겁게 살아가는 부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저 동네는 가격이 이렇구나. 그 부분이 누군가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 저건 나도 오늘 따라야해야겠다. 등등 진심을 다해 자신만의 공간을 가꾸면서 부지런히 삶을 꾸려가는 모습에 감동&교훈이 팡팡팡 쏟아진다.
3.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핸드폰으로 무언가 계속 검색했다면, 몇개 콘텐츠를 봤다면, 이제 인스타그램은 ‘그것’과 관련된 것으로 도배된다. 그 흐름을 활용하여 돋보기탭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유심히 보면 된다. 우선 오늘의집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가라. 그곳에서 태그로 연결된 사진들을 쭈욱 보면 된다. 추천하는 태그 5개는 이렇다. [#집스타그램 #집꾸미기 #홈스타그램 #홈스타일링 #오늘의집] 해당 키워드를 직접 검색하여 관련된 인기, 최신 게시물들을 보며 인사이트를 잔뜩 끌어모을 수 있다.
3 STEP : 집요하게 쇼핑하기
여유롭다면 1&2 STEP 에 좀 더 공을 들이면 좋다. 그러나 우리에겐 없었다. 테이블이 없어서 리빙박스에서 밥을 먹고, 의자가 없어서 캠핑 의자에 앉아야 하는 열악한 막사 같은 이 곳을 제발 빨리 안락한 보금자리로 진화시키고 싶었다.
빨리 빨리 해치우자. 이제 우리의 사명은 빨리빨리다. 내가 원하는 명확한 기능과 디자인을 정의하고, 이에 최대한 가까운 제품을 찾고, 최저가를 찾아 헤맨다. 마지막으로 플랫폼별 할인 이벤트를 예민하게 살피다가 바로 지금이다! 싶으면 빠르게 결제한다.
1. 1&2 STEP을 통해 원하는 제품을 선별해냄.
2. 네이버에 정확한 제품명을 검색함.
3. 1차적으로 플랫폼별 최저가 비교함.
4. 해당 플랫폼에서 현재 진행중인 이벤트 확인.
5. 마지막으로 첫구매/생일/직원할인/카드별 쿠폰 등 더더더 할인을 긁어모을 수 있는 개인별 특이사항이 추가로 있는지 확인.
6. 결제 완료.
공식 홈페이지 외 SSG,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와 같은 오픈마켓에서도 공식 인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정품을 파는게 맞는지, AS는 동일하게 받을 수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자. 그리고 홈페이지에 정품 등록을 하면 무상 AS기간이 늘어나는 제품도 있다. 이 부분도 놓치지 말자구.
2. 제품간의 배송 일자를 고려하자.
특히 가전은 더욱더 중요하다. 우리집 공간 특성 상 에어컨 실외기 설치 후에 세탁기, 건조기를 배치해야 했다. 다행히 먼저 오신 세탁기 기사님께서 보시곤 이 상태로 진행하면 여기에는 실외기 설치 못하니 에어컨 끝나고 다시 오겠다고 하셨다. LG전자 기사님들 최고! 침대의 경우에도 프레임이 먼저 오고 매트리스가 오면 좋다. 아쉽게도 난 아니였지만. 이처럼 가전,가구 배송이 많이 오는 시기에는 냉장고에 비타민 드링크와 생수 500ml를 가득 준비해놓길 바란다. 배송 기사님 나가실때 감사인사와 함께 한개씩 챙겨서 드리면 서로서로 기분이 좋아진다.
3. 처음부터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를 활용하자.
누군가에겐 ‘아니 왜 갑자기 이렇게 당연한 얘기를 하지?’싶을 수 있으나, 나처럼 할부를 안 써본 사람은 정말 모른다. 이전에는 할부할 만큼 비싼 물건을 산 적이 없다. 굳이 할부로 돈을 내는 것보다 빨리 내고 끝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주 초 대부분의 제품을 일시불로 샀다. 큼지막한 가전들은 부모님이 해주셨으니 남은 건 가구와 소소한 생활용품 정도니 괜찮겠지, 하면서. 하지만 우리는 ‘집’이라는 가장 큰 물건에 가장 많은 돈을 쓴 상태다. 매매가 아닌 월세, 전세일지라도 모았던 대부분의 돈을 쓴다는 점은 비슷할 거다. 필요한 것들을 슬슬 채우다 보니 예상했던 규모 이상을 지출해 버렸다. 26일 결제일에 와서야 뒤늦게 추가 수수료를 내고 카드 회사의 할부 서비스를 이용했다. 결제할 당시에 주어졌던 무이자 #개월이라는 혜택을 거절한 뒤에. 분할 결제 수수료를 따져보면 아마 쇼핑몰 최저가를 파헤치며 아꼈다고 기뻐한 금액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눈물 콸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