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을 꿈꾸던 화장실과 행운의 현관
불교에서는 ‘해우소’라 불린다. 근심을 푸는 곳. 나에게 화장실은 공간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일 정도로 중요하다. 화장실이 더러운 카페 혹은 음식점은 절대로 두 번 다시 가지 않는다.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잘 씻고 잘 배출해야 한다. 때문에 화장실만큼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더라도 새롭게 바꾸고 싶었다.
그럴싸한 계획을 하고 있었다.
견적을 듣기 전까지는.
수영장 컨셉으로 2개의 화장실을 blue pool /pink pool로 꾸미고 싶었다. 해외 잡지에 나올 법한 예쁜 수영장 같은 화장실에서 샤워하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개운할까? 우선 타일을 바꾸면 되겠지? 도배 업체 담당자님과 상담 도중 살포시 물었다.?
“혹시 화장실 전체 타일 교체는 비용이 어느 정도 들까요?”
“음, 화장실 타일 교체는 타일만 할 수 없어요. 변기랑 세면대랑 다 걷어내고 방수 공사부터 해야 해요. 더 자세한 견적 상담이 필요하겠지만 대략 300만 원은 넘을 거예요. 화장실 2곳을 하시면 가격도 2배가 되겠죠?”
“네? 포기하겠습니다!”
금액을 듣자마자 1초만에 정리되었다.
버릴 것은 버려야 일이 진행된다. 다행히 준신축 아파트라 화장실이 매우 깔끔한 편이었다. 타일 교체에 대한 욕망은 순식간에 내다버렸지만 바닥 줄눈 공사와 변기커버, 세면대 수전 등을 교체하여 보다 깔끔한 화장실 환경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최대한 blue pool/ pink pool을 표현할 수 있도록 화장실 슬리퍼와 양치컵, 샤워기 호스를 해당 공간의 키컬러로 맞추며 현실과 애써 타협했다.
[Blue/Pink Pool : 헤엄치며 흘려 보내는 청량한 해방의 순간.]
솔직히 현관은 깜빡했다. 동생이 물었다.
“현관은 이름이 뭐야?”
“현관? 없어. 뭐 거기까지 생각해.”
말하자마자 동시에 내 손이 내 이마를 내리쳤다. 아, 지금 내가 무슨 건방을 떤 것인가?
현관은 냉철한 세상 속 포근한 우리만의 실험실로 입장하는 첫 번째 매개체인데! 내가 써 내려가는 이 모든 서사의 시작점이 바로 현관인데! 재빨리 반성하며 골똘히 그 의미를 파고들었다.
현관은 마치 차원을 넘나드는 마법사의 포털같다. 우리집과 우리집이 아닌 곳을 확실하게 구분해 주면서 매일 매일 출퇴근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된다.
아파트에 들어와서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와 현관에 들어설 때는 거리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느껴지는 안정감은 완전히 다르다.
집에 왔다! 외치는 현관에서의 순간, 신발을 벗지 않아도 하루종일 긴장했던 어깨가 순식간에 풀어진다. 집을 나설 때도 당연히 현관을 거쳐야 한다. 거울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매무새를 다듬고 비장한 미소로 파이팅을 다짐한다. 오늘도 열심히 멋진 하루를 만들어보자!
이토록 귀한 공간을 소홀히 스쳐가려 하다니.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고민하며 현관에 관련된 다양한 속설을 찾아보았다. 좋은 것은 더 좋게 받아들이는 편이라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을 바로 활용했다.
1.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하기 : 좋은 에너지의 흐름이 끊이지 않는다.
2. 해바라기 그림 걸어놓기 : 특히 재물운이 많이 들어온다. 마침 동생이 파리에서 선물로 사 온 해바라기 그림이 있어 고이 걸어두었다. 실제 모네가 살았던 모네의 집에서 사 온 해바라기! 모네의 예술적인 숨결까지 더해진 소중한 그림이다.
3. 명주실에 감긴 복어 매달기 : 복을 불러오면서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 실제로 복어를 매다는 건 상상하지도 않았으나, 마주치고야 말았다. 3D 조각 작품으로 출시된 명주실로 묶인 명태를. 여러 색상 중 풍요의 상징인 골드 색상을 골랐다. 뒤에 마그넷이 있어 해바라기 그림 상단에 살포시 붙여놓았다.
4. 거울은 현관을 마주하지 않기: 복이 반사되니 옆으로 배치한다. 다행히 거울은 구조적으로 처음부터 왼쪽에 설치되어 있었다.
이외에 소금 항아리나 돼지 모형 등은 늘 깔끔하게 유지하겠다는 미션에 집중하며 생략했다. 그리하여 현관에 대한 나의 해석과 더 커다란 복을 불러올 기원을 더해 이곳의 타이틀을 결정했다.
[Lucky Way : 매일매일 행운과 함께 넘나드는 찬란한 출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