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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몰뚜뚜 Apr 27. 2024

10) 우리집 이야기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 - 2

사자의 서재와 사랑의 주방



3. 서재 : Dreaming Lion


(사자를 꿈꾸는 신혼 부부의 공부방 / 사자러그_OYOY)


사자자리라서 사자가 된 것이 아니라, 사자가 되었는데 별자리까지 사자자리다.



어느 날 문득 사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매서운 이 세상을 사자의 기세로 살아간다면 더 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사자가 되었다. 나는 사자다. 특히 서재는 사자가 뛰어노는 메인 스테이지다. 꿈꾸는 미래와 그 목표물을 그리며 가장 사납게 달려드는 곳이니까. 그렇지만 서재라는 조금 엄숙해 보이는 단어보다는 공부방이 어울린다. 무서운 것은 나의 눈빛만으로 충분하다.



(흐릿한 눈빛이 더 치명적인 점핑 사자 /벽걸이 러그_OYOY)

바닥에 자리 잡은 커다란 사자 얼굴의 러그는 귀여운 감성의 키즈 브랜드 제품을 골랐다. 문고리에는 같은 브랜드의 벽걸이 러그도를 걸어두었다. 한쪽으로 뛰어가는 몸과 달리 정면을 보며 씨익 웃고 있는 사자에게 매혹되고 말았거든. 아, 이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다! 치열하게 달려가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거뜬히 즐기는 태도!?


(서재의 오아시스 / 워크 캐비닛 보드_레어로우)


두 가지 사자의 형상으로 방의 중심을 잡고 드넓은 사바나 초원을 완성했다. 사자의 식량인 책들이 가득히 꽂힌 우드톤의 책장은 야생의 초원을 뜻한다. 나의 보물 블루 아이맥과 책장 앞에 세워둔 대형 하늘 그림 포스터는 푸른 하늘이다. 마지막으로 웅장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녹색의 캐비닛 보드는 바로 사바나의 오아시스!



책상과 의자 이외에 서랍, 소품 등도 최대한 wood/sky/green 톤에 맞추어 나만의 사바나를 연출했다.



[Dreaming Lion : 집요한 눈빛으로 목표물을 사냥하는 사바나 초원의 사자.]





4. 주방 : Love & Sauce


식품 공학도로서 음식에 관한 지대한 관심이 있다. 기초 과학을 토대로 대량 생산과 기계적 기술론을 연구하고 식품에 관한 다양한 대내외 활동은 물론 관련 산업에서도 잠시 근무했다. 전 세계의 다채로운 음식을 열성적으로 즐기며 아무거나 잘 먹는 경계심 따위 없는 먹보 꾸러기가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먹보의 근간을 뒤흔든 두 사건이 발생했다.



꽃등심과 발사믹 소스. 그 둘이 말해줬다.

맛있는 음식의 비밀을.



꽃등심은 나를 각성시켰다. 

그날의 난 프리미엄 한우 투플 꽃등심이 죽기보다 먹기 싫었다. 그 귀한 걸 어째서? 이전까지 음식은 내게 행복의 동의어이자 무조건적인 찬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거절할 도리 없이 끌려갔던 그 자리에는 영혼이 빠진 채로 기계적인 저작 운동만이 기능했다. 환하게 웃으며 맛있다고 표출했던 그 기쁨들은 정작 음식에 달렸지 않구나. 눈앞에 놓인 때깔 좋은 고기 한 덩이보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먹은 밥버거와 육개장 사발면이 간절해졌다.



발사믹 소스는 그 자체가 힌트였다.

흔히 샐러드에 더 하는 드레싱 소스로 발사믹. 동네 마트에 있는 저렴하고 대중적인 발사믹과 백화점 수입 식품에 있는 이탈리아 명품 발사믹은 ‘발사믹'이라는 이름만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르다. 똑같은 샐러드에 딱 한 방울 씩만 넣었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음식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사람조차도 확연하게 다른 풍미에 감탄하고야 만다. 샐러드가 이렇게 갑자기 신선해질 수 있는 것인가. 채소가 이 정도로 향긋할 수 있는 것인가. 드레싱 소스 하나로 미식을 경험할 수 있구나!




마침내 깨달았다.

맛있는 음식을 결정짓는 단 하나의 비밀에 관하여.



(아담한 주방 활용샷/해피 하트 모빌_플렌스테드)
(사랑의 음식은 사랑의 레드로부터 / 테팔 실리콘 도구 세트)


그 이름은 바로 사랑. LOVE.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라면, 모두가 그 사랑을 충만히 느낀다면, 억지로 삼키는 꽃등심 보다 떠들면서 먹는 밥버거가 맛있다. 풀이 죽은 샐러드도 싱그러운 꽃처럼 피어오른다. 기껏해야 편의점 꿀 조합이 전부였던 나와 L은 ‘홈메이드 퀴진’이라는 성스러운 미명을 내세우며 집들이의 모든 음식을 손수 요리한다.


함께 맛있게 즐기겠다는 마음 하나로

미숙한 실력에 새로운 도전을 더한다.



서투른 손길로 1시간이 걸린 토스트도,
2배의 간장에 4배로 짭짤해진 고기말이도,
튀김옷이 다 벗겨져 부침개가 된 새우튀김까지도,
사랑의 소스가 더해지면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된다.



[Love&Sauce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의 비결은 오로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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