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하는 오프라인 가구/소품 쇼룸 10
공간별 컨셉 기획까지 완료했다. 이제 해당 컨셉에 맞추어 그대로 연출하면 된다. 그런데 어떻게 하는 건데? 무엇이 필요하며, 어디서 사야 하는가? 대체 집 꾸미는 방법은 누가 알려주는 거야?
입주 이후 한달 만에 집들이를 하기 위하여 일단 움직여야만 했다. 인테리어에 대해 아무런 경험과 지식이 없는 우리의 집꾸미기를 단계별로 가볍게 정리해보았다. 우선 뜬구름부터 빠르게 잡고 스케치를 그린 뒤 다채롭게 붓칠을 완성하자! JUST DO IT!
1 STEP : 물리적 감각 익히기
한마디로 감을 잡아야 한다. 어떤 가구들이 필요한지, 크기와 가격대는 어떠한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온몸으로 실감해야 한다. 의자 하나, 소파 하나 이렇게 하나씩 보는 것보다, 서재와 주방 등 용도에 맞게 구현한 실체적 공간을 보면 슬슬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쇼룸이지. 쇼룸으로 떠나자!
잘은 몰라도 처음부터 가장 멋진 것들을 먹어보고 싶었다. 예술 작품에 가까운 가구로 아름답게 꾸며진 감각적인 공간에서 먼저 영감을 받고 시작하자! 우선 한남동부터 논현, 반포 등 강남에 있는 크고 작은 오프라인 쇼룸을 리스트업 했다. 가격대는 꽤 높겠지만 일단은 무작정 들어갔다. 뭐 비싸긴 해도 맘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몇 개는 사보자. 첫 우리집이잖아.
하하.
가격 물정 모르는 우리 둘만의 사전 협의도 마쳤다. 다소 무리긴 해도 하나쯤 거뜬히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과 편의점에서의 충동구매와 비슷할 것이라는 편견. 가격표를 보자마자 들끓는 모든 욕구가 차분해졌다.
순식간에 눈길을 사로잡고 애착까지 품게 만든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었다. 컬러도 쉐잎도 우리집과 너무나도 운명처럼 잘 어울릴 것 같다. 와 정말 너무 예쁘네요! 이렇게 세트가 200만 원인가요? 아니요. 고객님, 의자 1개 가격이에요. 와우. 의자 4개와 테이블 가격을 합치면 중형차 한 대 값이었다. 흐음 그렇군. 명품 가구 브랜드는 이런 맛이군. 마땅한 명품 가방도 없는 터라 이렇게 비쌀줄은 정말 몰랐지. 예쁜 녀석들아, 만나서 반가웠고 조금 더 구경하다 올게. 잠시만 안녕! 다음을 기약하며 행선지를 옮겼다. 바로 이케아.
아뿔싸. 하이엔드 브랜드로 눈을 한껏 높여놨더니 이케아의 모든 것이 시시해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과 이상의 주파수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 예산을 고려한 진짜 현실 감각을 주입해야 한다. 높은 경지에서 얻고 온 인사이트에 이케아의 대중적인 가격대와 실용성을 살펴보며 나만의 감도를 맞춰봅시다.
이케아는 친절하고 상냥한 친구다. 거실, 주방, 서재, 싱글, 신혼부부, 아이들 공부방, 노년 부부 등 용도와 나이에 맞춘 다양한 쇼룸을 방대한 동화책처럼 보여준다. 아주 쉽고 재미있게. 기초 지식을 차근차근 전수받는 마음으로 이를 샅샅이 추적하며 적용할 포인트를 모조리 흡수하고자 했다. 지금도 우리집 곳곳에 자리 잡은 이케아 제품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망망대해를 휘저으며 어떻게든 맘에 드는 제품을 찾아내고, 거실에 앉아 조립하고, 마침내 뿌듯이 완성해낸 우리의 모습이.
물론 이케아 외에도 가구 전문 쇼핑몰, 국내 브랜드 쇼룸 등을 열심히 뛰어다니며 하나씩 데려오며 우리집을 완성해갔다. 하지만 그 시작점에서의 이케아는 가장 감사한 가이드북이자 마음껏 뛰놀았던 놀이터였다.
1. 이노메싸
북유럽 브랜드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가시라. 양재역 근처에 있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전부 쇼룸인 편집샵이다. 주요 브랜드의 특징적인 감성을 하루만에 파악할 수 있다. 가구외에 소품도 많아서 맘에 드는 건 하나쯤 살 수 있다.
2. HAY 가로수길점
다채로운 컬러 인테리어를 좋아한다면 꼭 가보시길. 생기가 넘치면서도 포근한데 또 실용적이야? 조금 욕심 부리면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다. 만약 가구를 딱 한 개만 산다면 HAY에서 고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집을 샀고 그 안에 칫솔 하나부터 냉장고, 에어컨 등의 가전과 모든 가구까지 다 채워야 했기에 이번만 패스한다. 크흑.
3. HPIX 에이치픽스 한남
세상에 정말 예쁜 가구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거의 오브제같은 가구들이다. 가격대 역시 멋진 작품 하나 사는 수준이다. 그래도 HAY와 마찬가지로 너무너무 맘에 들면 하나는 살법하다. 직원분도 친절하시고 재미있는 제품들이 많아서 한번쯤 방문을 추천한다.
4.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일본에서 온 리빙 편집샵이다. 노트, 매거진부터 그릇, 주전자, 의자, 옷 등 볼거리가 생각보다 많다. 어느 공간에서는 시기별로 팝업도 하고, 까페가 있어 둘러보고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5. 더콘란샵 강남점
영국의 라이프 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기사 작위까지 받은 테렌스 콘란 경의 더 콘란샵. 강남 롯데백화점 1층과 2층에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냥 편집샵이 아니라 ‘프리미엄’ 리빙 편집샵이다. 눈에 담기는 모든 제품이 하나하나 심장을 울린다. 대부분의 가구들이 아주 자비없이 비싸지만 위시리스트로 담기에 충분하다. 소품이나 테이블 조명들도 많아서 천천히 둘러보며 안목도 넓히고 하나쯤 집에 데려가기도 좋다.
6. 영림 홈앤리빙
강남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있다. 1층 로비를 시작으로 2층부터 9층까지 왠만한 홈인테리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층별로 다양한 자재들을 볼 수 있는데, 리모델링을 고려하시는 분이라면 더 좋을듯. 당장 리모델링 생각이 없는 우리였지만, 구경만 해도 재미있었다. 9층은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모델하우스라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7. 이케아
2024년 5월 기준, 현재 한국에는 4개의 이케아가 있다. 제 1호점인 광명이 제일 크다. 동부산점을 제외한 3곳을 가보았는데, 이왕이면 광명점부터 크게 돌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부터는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몇 번 더 가보며 계속 구경도 하고 필요한 제품을 하나씩 둘씩 들이면 좋다.
8. 리빙 파워 센터
이제 느낌은 알겠고, 가구를 진짜 사야 한다! 해서 갔다. 국내 대기업 가구 브랜드는 거의 다있고, 나만 모르는 유명한 해외 브랜드도 많다.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지만 바로바로 비교해보면서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맘에 드는 제품군을 집중적으로 보고, 몇 개 추리고, 나만의 기준에 따라 비교하고 구매했다.
9. 두닷
깔끔하게 딱딱 떨어지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부담없는 가격대.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보면 그저 그랬는데, 오프라인 쇼룸에서 직접 보니 맘에 쏙 들었다. 모든 가구를 사야 하는, 필요한 가구들이 아주 많은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브랜드라 거실과 서재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테이블 의자, 거실장, 책장, 미니 책장, 책선반 등을 말그대로 잔뜩 쓸어왔다. 훌륭한 가성비! 아주 감사합니다.
10. 하우스텝 강남
도배, 장판, 마루, 도어 등의 인테리어를 둘러보고 시공 예약도 할 수 있는 쇼룸이다. 힙하게 꾸며져 있어서 성수동 핫한 카페에 온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여기서 도배를 했는데, 담당자님이 아주 친절하다. 잘 모르는 건 다 알려주시고 알아서 다 해주신다. 가격도 괜찮아서 더 발품 팔지 않고 그냥 당일 계약으로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