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맑아지기 대작전
30대 초반.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오히려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다. 내가 20대인 줄 알았다며 깜짝 놀라는 어린 학원 친구들의 말에 오히려 놀란 건 나다. 고작 몇 살 차이 난다고, 그게 그거 아니야? 싶은 생각은 1살 차이조차 커다란 벽으로 느끼는 진짜 스무 살 언저리의 친구들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제야 실감이 난다. 점점 늘어나는 나의 어떤 숫자가. 하지만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게 있을까.
딱히 풀고 싶지 않은 의문이지만, 불현듯 마주치게 된다. 잃어가는 무언가의 정체를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순간이 있다. 마냥 해맑던 싱그럽고 투명한 느낌표. 허술한 대책으로 결심하고 무작정 밀어붙이던 순진한 패기. 덕분에 다채로운 실패담도 잔뜩 쌓였지만 분명 그때의 나는 좀 더 생기가 넘쳤다.
웃으면서 말했다고 혼이 나고, 우울한 얼굴이라고 불려 가고. 나를 다그치던 그들도 그래야만 했던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난 쓸데없이 텐션이 높았으니까. 너무 들뜨지도 그렇다고 축 쳐지지는 않기 위해 단련한 오늘날의 차분한 눈빛은 그간 축적한 데이터로 만들어졌다. 목소리 큰 시끄러운 여자애가 사회인의 틀에 맞추어 살아남기 위한 방어막이다.
예전처럼 순도 100%의 꽃밭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터무니없는 생기를 살려내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되면 나한테 더 좋을 것 같으니까. 새롭고 설레는 일을 만들어낼 도전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러나 다시 해맑아지려면 전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고작 해맑아지기 위해서 굳이 결심까지 해야 하나, 이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맞나, 더 중요한 게 많을 텐데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하지 아닐까 등등등, 부가적인 꼬리 질문들이 동시에 쏟아진다. 아! 이것이야 말로 정말 예전과는 다른 것이구나! 해맑은 시절인 줄도 몰랐던 그때에는 이런 생각 자체를 안 했다고! 그냥 당연하게 바보처럼 헤헤거리며 존재했다고!
그러므로 의식적으로 해맑아지기 대작전을 시작하겠다. 하지만 그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외면하는 것일까? 사람들한테 더 다정하게 구는 것일까? 그냥 모든 좋은 건 다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