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실수를 씁쓸하게 삼키기
직원분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 방금 사 온 나의 말차라떼. 샷 추가를 했고, 딱 그만큼 쏟아졌으니 굳이 따지자면 1000원어치 정도 되려나.
근처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으로 말차라떼를 사고, 바로 옆 빵집으로 크루아상을 사러 들어왔다. 양손에 가방과 우산이 있어, 잠시 카운터에 음료를 올려둬도 되냐고 물은 뒤, 올려두었다. 그리고 트레이에 크루아상을 담았다. 동시에 직원분 실수로 음료가 쏟아졌다. 많이도 아닌 딱 한두 모금 정도. 하지만 추가한 샷과 말차 파우더가 올려진 내 커스텀 말차라떼의 핵심적인 윗부분이란 말이야..흑흑
나를 친절하게 맞이했던 표정이 안타까울 정도로 뭉그러진 채로 정말 죄송하다고, 아메리카노나 다른 라떼를 드리겠다는 말에 표정이 굳은 채로 괜찮다고 말했다. 사실 괜찮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빵집 옆 카페의 말차라떼가 먹고 싶었고, 여유가 생겨 기분 전환 겸 설레는 맘으로 음료를 사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가는 길이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보상을 받아내고 싶지 않았다. 다 쏟은 것도 아니었다. 더는 매정한 사람이 되지 말자고 다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짜증 나서 뭔가를 하고 싶지 않았다. 소박한 나의 행복이 말차라떼 한 모금과 함께 쏟아져버린 기분.. 하지만 너무 사사로워서 이런 걸로 역정을 표출하기는 싫고.. 그런데 성질이 나는 건 맞고.. 그러나 날카로운 표정으로 되갚아주고 싶지는 않고..
짜증을 숨기기 위한 최대한의 무표정을 유지하며 골라 온 크루아상을 마저 계산했고, 그때 작은 찹쌀 쿠키를 하나 함께 넣어주셨다. 아마도 사장님은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그 직원분의 최선의 노력이지 않을까. 저 때문에 다시 안 오시는 건 아니죠? 하며 정말 슬프게 묻던 직원분. 그래,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 나의 불찰도 있다 치고 그냥 흘려보내자. 그런데 이 빵집은 다시 안 올 거야.
밖으로 나와 한 입 마신 말차라떼는 더 이상 내가 바랬던 그 맛이 아니었고, 그로 인해 순간 스트레스가 솟구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아, 괜히 크루아상 사러 가서 돈만 날린 기분이야, 아니야 예민하게 굴지 말자, 그럴 수도 있지. 혼자 툴툴거리며 집에 돌아와 에어프라이어로 크루아상을 살짝 구웠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단연코 최근 먹어 본 크루아상 중 최고였다. 어느 정도는 최근에 바꾼 비싼 에어프라이어 덕분일 수도 있겠다만, 빵 자체가 맛있었다. 이것은 반드시 다시 또 가야만 하는 맛이다. 그리곤 안도했다. 순간의 얄팍한 분노를 밖으로 꺼내놓지 않은 것에 대하여. 결국 이렇게 금세 풀어질 일이었다. 덕분에 이렇게 글감도 생겼으니, 꽤나 신나는 하루가 아니던가! 부디 좀 더 너그럽게 살아가자. 쉽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