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듣지도 않겠지만
10년 전의 나야. 미래의 내가 연애에 대한 심오한 조언을 해줄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언할 거리가 없단다. 안녕.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지만, 그때의 나는 별다른 계획조차 없었다. 그러니까 '뻔하게 예상할 수 있는 상상'과 완전히 다르게 살고 있다는 말이 더 적확하다. 몇 번의 연애를 거치며, 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그러다 어떤 시기에 마침내 나의 짝을 만나는 그림. 흔히 떠올리는 연애 경험은 대략 이런 느낌 아닐까. 하지만 놀랍게도 나의 연애 이야기를 아주아주 단출하다. 연달아 3번의 소개팅을 진행했고, 그중 2번째 소개팅 상대와 첫 연애를 하며, 그 남자친구1은 국가가 인정한 남편으로 등극했다. 특히 신혼집 대출을 위해 혼인신고부터 감행하고 그로부터 2년 후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10년 전의 내가 절대 알 수 없는 현실의 전략이다. 서로에게 자신이 일당백을 넘어 일당천이라 자부하는 배짱 좋은 우리 둘.
단 한 명의 동갑내기 남성과 별다른 문제없이 부드럽게 흘러간 아주 평탄한 연애사. 사랑, 주고받는 것이 익숙하다. 이별, 미지의 두려움이 가득하다. 이것은 어쩌면 로맨스 소설 작가를 꿈꾸는 나에게 커다란 타격이자 지탄받을 취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J.K. 롤링 작가님이 실제 호그와트를 다녀왔는가? 연애와 관련한 무한한 것들을 오히려 적게 경험했기에, 나에겐 자유롭고 신비로운 상상의 여지가 훌훌 넘쳐흐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남의 연애에 더 파고들어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사랑의 행복하고 슬픈 면들에 더 쉽고 더 깊게 공감하곤 한다. 그렇다고 나의 이런 현재가 특별한 무언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나는 이렇다는 것.
10년 전 나에게 정말 연애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어차피 듣지도 않을 것 같다. 내가 현란한 연애 경력자가 되어 일타 강사급 강연을 펼쳐도 큰 소용없다. 끌리는 대로 끌고 가는 삶이니까. 어떠한 말과 마음이 당시에 내게 닿든 간에, 끌리면 적당히 참고하고 그렇지 않다면 슬쩍 흘겨보지도 않을 것이다. 난 나만의 올곧은 주관대로 나의 길을 가겠어!라고 자신해놓고 그러면서 또 우연히 마주친 무기명 댓글 하나에도 휘둘릴 수 있다. 그저 언제나 배짱부리며 살아가렴.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미래의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