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하며 농도 하는 남자랑 사는 여자는 얼마나 재미 좋을거나."
술과는 담을 쌓은 듯 꼬장꼬장의 대명사였던 친정아빠를 보며 평생 불만이었던 울 엄마의 넋두리였다. 심심하면 읊어대던 엄마의 신세타령이 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 그래서였나, 술이 친구인 듯 친구가 술인 남편을 만났다. 퇴근 후 술 한잔이 일상인 남자가 사위가 되었으니 엄마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었을까.
평생 처음 보는 술 취한 남자의 일거수가 신기했던 신혼도 잠시, 계속되는 취한 모습의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거나하게 취해 신소리하는 남편을 맞장구로 반기는 장모의 사랑은 언제나 특급 환대였다.
평소엔 샌님처럼 말없던 사위가 술 한잔으로 수다쟁이가 되어 주절대는 모습에 입이 귀에 걸리는 사람은 바로 엄마였으니 말이다. 술 취한 사위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는 언제나 상상초월 무한칭찬으로 이어졌다.
"우리 ㅇ서방은 눈 코 입 어디 하나 죽은데 없이 다 이쁜 사람이 술 한잔에 저렇게 우스갯소리 하며 유해지는 것 봐라, 아이고, 우리 딸은 얼마나 재미있을거나 저런 남편이랑 사는 것이.
남자가 저런 맛이 좀 있어야지, 사는 게 즐겁고ᆢᆢ
평~생 우스갯소리 한번 안 하는 세상 재밌대가리 없는 영감탱이를 만나 ᆢᆢ"
엄마의 사위사랑 뒤풀이 속편은 변함없이 남편 험담이었으니 그 뒷감당은 바로 친정아빠의 몫이었다. 입 다문채 조용하던 아빠의 멋쩍은 한마디가 허공을 가른다.
"어휴, 니 엄마, 또 시작이다
이 나이에 술을 배워야 하나.."
엄마의 속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애꿎은 술 탓만 하던 멋대가리 없던 아빠. 그 마음이 야속해 울 엄마가 더 생각나는 오늘, 나도 술 한잔 하며 속 얘기 한 번 해볼까나.
" 엄마 이런 남자랑 한 번 살아 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