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대회에 참가한 후보의 사이즈가 아닌 오늘 날씨다. 최고 최저기온에 습도지수까지 확인하게 되는날씨예보에서 역대급 빌런은바로 숫자들이다.
최고기온 36도 최저기온 26도 습도 95%, 사우나 실내습도와 같은 정도란다. 며칠 전 습도 100%인 날도 있었으니미친 날씨다.
종일 에어컨을 틀어대는 사무실을 나와 차를 타면 다시 에어컨 바람으로 몸 온도가 맞추어진다. 시원한 차속 온도에서 20여 분쯤 지나 아파트에 도착해 내린 순간 95%의 습도와 현재기온 33도가 나를 맞는다. 이제부터 극기훈련 시작이다.
나는 집에선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상 최악의 무더운 여름 더위가 계속되는 올 해도 마찬가지다. 한 여름 찜통더위가 열대야와 열대저녁 열대 낮시간을 만들 때면 내 옆엔 작은 선풍기가 유일한 절친이다.
아날로그주인공선풍기는날카롭게 차가운 에어컨 냉기대신 중간의 바람으로 내 옆을 지킨다. 한 낮이 아니어도 선풍기 속 바람은 후덥지근한 습도와 맘먹는 미지근한 열기로 내 몸과 얼굴에 불어대지만 그것 또한 견딜만하다.
하루종일 집에서 보내는 주말 기온 35도에도 선풍기와 하나 되어 독서와 TV삼매경으로 견디어본다.세숫대야에 얼음 띄워 발 담그던그 시절을 떠올리며 이쯤이야생각한다.
떠올린 김에 작은 통에 물을 받아 냉동실에 모셔놓은아이스팩 몇 개를 넣어 발을 담그니 얼음물에 시린 발이 등골까지 오싹해진다. 곁에 앉은 선풍기와짝을 맞추니 구천동 계곡이 따로 없다.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때 샤워 한 번으로 몸의 온도를 맞추고 핸드폰 집중모드로 열기를 내리는 나름의 피서법에 익숙해진지 한참이다. 이때 변수는 안방과 부엌사이의 우리 집 바람골작동여부다. 길게 난 복도에 부는 바람이 강원도 계곡인 듯 불어대는 희한한 명당임을 살면서 알았기 때문이다. 맞바람이 부는 양쪽에 통창과 베란다가 이어진 구조로 집 전체의 순환이 막힘이 없어 그런가 싶다.아파트주변이 확트여 가로막는 건물들이 없다는이유도 답일 것이다. 열대야가 시작되는 한여름이 되면 나는 바람골 복도에 자리 깔고 열대야걱정 없이 편한 잠을 잔다.
어쨌든 나는 이 천혜의 바람골이 주는 자연바람으로 삼복더위를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으로 견뎌내고 있다. 온 집안의 창문들을 열어 젖 흰 오늘도 새소리와 여치의 여름 나는 기상신호에 눈을뜨며 아침을 맞는다.입추와처서가 지나고부터 아침저녁 바람이 뭔가 다른 절기의 오묘함도느낀다.
여름마다 뉴스에 오르는 전기사용량 걱정에 애국한다 싶은 위안도즐거움이다. 우리 집 주변 새로 짓는 아파트가 올라갈 때마다 바람골이 막히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내년여름이 걱정이긴 하다.
현재기온 32도 바람골 우리 집 복도에도 바람 한점 없지만 얼음팩 띄운 냉물에 발 담그니 등골이 시원해진 주말이다.내 옆에서 연신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도 제 몫을 하는 한 주 남은 8월,
여름아 게 물렀거라!!
새콤달콤 비빔국수로 맛있는 점심 차려 발 담근 거실계곡서 남은 8월 맛있게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