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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된 초딩이야기

제자는 스승이 만든다

by 가히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I want to make much money)


초등 1학년, 아직 아기 같은 얼굴의 Jess는 똘망한 표정의 눈웃음이 가득한 어린이였다. 영어학원 초등 class에 등록하고 몇 달쯤 되어 나와 수업을 하던 날 "What do you want to do in your future?" (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니? )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을 했었다. 그리고 올해 4학년이 된 제자는 자신이 말했던 답의 중간 결과를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주에 출간된 똑똑새 제자의 생애 첫 번째 책이다.


<17억 모아 펜트하우스 리무진 살래요>


순하디 순한 그의 두 누나를 가르쳤던 내가 늦둥이 막내 Jess를 만난 지 3년째였던 지난해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출간한 나의 첫 책을 학부모님들께 선물한 며칠 후 Jess는 파일에 모은 자신의 글들을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선생님 저도 이 글들로 책을 내고 싶어요"


두툼한 파일 속 백여 장의 A4용지에는 깨알 같은 글과 그림이 수많은 도표가 숫자들과 함께 빼곡히 담겨있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제안에 놀라며 내가 물었다.


" 와~ 이렇게 많은 글들을 써서 모았단 말이야? 어떤 내용이야?"

" 경제에 관한 글들이에요. 어떻게 돈을 모아야 하는지 평소 제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환한 얼굴의 Jess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평소 알고 지내던 출판사 대표에게 이 내용을 의뢰했고 Jess 엄마와 연결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나는 바쁜 일과에 그의 제안을 잊고 있었다. 해를 넘긴 지난달 Jess는 내 방 문을 두드리며 쑥스러운 듯 자신의 책을 내밀었다.




Jess를 닮은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득한 책 커버를 보며 내가 말했다.


"이야! 우리 Jess가 드디어 작가님이 되었네~~"


말없이 밝게 웃는 제자의 미소가 내 맘에 봄햇살처럼 번지며 화사한 행복으로 다가왔다.

다음 날 수업시간에 Jess의 출간 소식을 같은 반 친구들에게 알리자 그는 신이 나서 설명했다.


" 예스 24와 여러 사이트에서 제 책이 100위 중 16위에 올랐고 그 책으로 돈도 모으고 있어요!"

" 우와!! 그랬구나!!"


한껏 들뜬 Jess의 말에 내가 맞장구를 치자 어린 제자는 쉴 새 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어갔다.


" 이제 돈이 더 모아지면 가족들과 상의해서 가족들을 위한 돈과 그린피스를 위한 돈, 그리고 환경보호를 위한 돈을 나누어 사용할 거예요. 그리고 계속 돈을 모아 목표한 것들을 이루고 싶어요!"


" 그래? 참 좋은 생각이야! Jesss는 그린피스가 어떤 단체인지 알고 있어?"


내 질문에 그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줄줄 대답했다.


" 세계 바다오염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단체예요. 쓰레기들로 오염된 바다랑 많은 곳들을 청소하며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해요. 그래서 저는 그 단체를 위해 돈을 기부할 거예요."


마침 그날 영어 수업의 주제가 'dream'이었고 나는 수업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꿈에 대한 차이를 설명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삶의 목적과 인생의 꿈은 다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하며 이룰 수 있는 꿈들을 설명하자 Jess가 대답했다.


"선생님 저는 환경부 장관이 되어서 우리나라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요"


'어떻게'라는 내 질문에 썩는 플라스틱의 개발부터 쓰레기 분리수거 해결 문제와 AI의 적용등 꿈 많은 4학년 소년의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교사가 의도하는 수업의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제자와 그보다 더 신이 난 교사가 한 팀이 된 날이었다. 우리가 만드는 수업이 내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며 10대 꿈나무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뿌듯하기 그지없는 시간이었다.



Jess-강준서 작가의 책은 가족들을 소개하는 귀요미 캐릭터 소개와 '돈 절약법 습득하기'의 프롤로그로 시작되고 있다. 총 6장으로 이루어진 강작가의 경제서는 슬기로운 경제생활을 정의하며 돈 버는 방법과 이에 따른 주식투자돈 절약법 습득에 자신의 주식 성공기까지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장인 6장은 <대망의 장> 이란 거창한 부제와 함께 - 세금. 불로 소득. 금융소득. 지급 준비율. 유통등 일반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경제 용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한 4학년 초딩의 <알기 쉬운 경제 사전>이 부록처럼 따라온다. 그 뒤에는 선물 같은 특별 페이지로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며 자신이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친절함도 잊지 않고 있다. 시작 페이지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귀요미 캐릭터들의 만화 컷이 마지막을 장식하며 에필로그로 마무리를 한다.



책의 첫 장, 작가의 사인에서부터 마지막 장까지 잊지 않고 언급한 May 영어 선생님을 향한 제자의 감사인사가 감동을 선사하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벅찬 순간을 만들었다. 25년, 영어교사로서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제자의 총명함과 순수한 열정이 만나며 내 인생 최고의 3월이 되었다.

미래 환경부장관이 될 강준서 Jess의 꿈이 내게 말한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
작고 하찮은 존재도 모두 귀중하고 소중합니다.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311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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