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시간은 더 빨라진다.
숫자로만 지나던 날들이 문득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바쁘다는 말로 넘겼던 순간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지나온 시간은 이별처럼, 시작을 준비하는 날들은 말없이 기다린다. 마무리와 시작 사이 이 짧은 틈에서 마음도 잠시 숨을 고른다.
올해도 생각 못한 수많은 순간들이 내게 왔다.
새로운 제안, 준비되지 않은 자리, 망설임 끝에 내딘 선택들. 어설펐지만 그 순간들로 나는 조금씩 다르게 시작이란 이름으로 걸어왔다. 그 모든 경험이 나를 밀어준 작은 힘이었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렘보다 질문을 먼저 내밀었다.
'할 수 있을까, 괜찮을까.'
첫 발을 내딛는 용기와 달라진 나를 만날 기대로 지나온 시간, 어느새 저물어가는 날 앞에 서있다. 그리고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시 알게 된다.
완벽하게 준비된 시작은 없다는 것.
그저 적당히 진지했고, 그만큼 성실했다는 사실이 지금 내게 남는다. 그것만으로도 한 해는 충분하다.
이제 또 다른 문 앞에 서 있다.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가벼워진 마음에 감사를 기도한다. 조용히 한 해를 보내고,
조금 더 단단해진 걸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