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오픈 런’이라는 새로운 소식에 세상이 참 많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공연과 전시에만 쓰이던 말이 이제는 박물관에도 어울릴 만큼, K-POP의 열기는 K-CULTURE로 확장되고 있다. 세계인의 관심이 한국 문화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역사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과거가 이제는 세계와 만나는 현재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찬란한 역사의 유적이 가득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같은 기대를 품고 발걸음을 옮기는 곳, 바로 특별전시관 ‘사유의 방’ 앞에 섰던 지난 주였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라는 문구는 공간에 들어서기 전, 먼저 마음의 속도를 낮추게 했다. 사유의 방에 들어서자 저 멀리 어둠 속 은은한 조명아래 두 반가사유상만이 고요하고 몰입감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다.
국보 제78호와 제83호인 두 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6~7세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두 불상은 크기와 비례, 금동의 색감, 그리고 미묘한 표정에서 차이를 보였다. 나란히 두고 바라보면 그 차이가 더욱 뚜렷했다. 좀 더 단정하고 절제된 인상을 주는 반가상과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유연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반가상이었다. 같은 사유의 자세이지만, 표정과 분위기는 각기 다른 시간을 품고 있는 듯했다. 이중 국보 제83호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금동불상으로 평가된다.
그 말이 과장이 아닌 듯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천오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사유의 깊이는 여전히 현재형으로 우리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반가사유상 앞의 사람들은 “작품을 본다”기보다 “작품과 마주해 사색한다”는 공간에 들어선 듯 고요해졌다. 금동 반가사유상은, 미륵보살이 미래에 부처가 되기 전 중생을 구제할 길을 깊이 헤아리는 모습이라 전해진다.
고요하지만 단단하고, 부드럽지만 깊이가 스민 그 표정을 한참 바라보며, 나는 내 안의 복잡과 소란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의 층이 불상의 미소에 겹겹이 쌓여 있는 듯했고, 그 침묵은 오히려 분명한 울림이 되어 마음을 두드렸다. 그 앞에 선 누구도 서두르지 않고 발걸음은 느려지며 숨은 길어져 저마다의 자리로 천천히 돌아갈 것만 같았다.
한 손가락 끝에 기대어 앉은 사유의 자세는 천오백 년의 시간을 건너와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 듯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위해 깊이 생각하고 있는가.
국보 제78호 반가상 국보 제83호 반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