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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이야기 2

나는 행복한 여자ㅡLucas는 1등급

by 가히

" 학생, 무슨 일이에요?'


오후 수업을 위해 학원을 들어서려는데 키가 큰 남학생이 학원 문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아!! 선생님, 저 Lucas에요~"


내가 가르친 수많은 제자들 중에(제자들 모두 영어이름을 사용했다) 루카스란 이름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날 그의 얼굴과 말하는 표정을 보는 순간 녀석의 초등학교 때의 모습이 환하게 기억이 났다.


" 어머~~ Lucas!! 언제 이렇게 컸어!! 선생님보다 훨씬 커졌네. 야~ 너 아는 체 안 했으면, 선생님은 모른 체 그냥 지나쳤겠다~^^"


" 선생님, 저 고3이에요"

" 어마, 벌써!! 어디 학교?"

" 군고예요. 선생님 저 영어는 늘 1등급이에요."


순하디 순한 눈매에 키가 훌쩍 커버린 Lucas는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며 연신 웃고 있었다.


" 그랬어!! 애고 잘했네 우리 Lucas. 다른 과목들은? 학원 친구들과는 연락들 해?"


오랜만에 보는 제자에게 결국은 성적을 물어본 내게 Lucas는 모든 과목 1등급이라며 또 빙그레 웃어 보였다. 나는 같은 반에서 수업했던 또래들이 궁금해 물어보자 함께 학교 다니는 친구들의 이름을 줄줄이 말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단다.


방학이라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간다는 고3제자에게 친구들과 꼭 한번 들러 선생님과 맛있는 밥 먹자는 당부를 하고 뒤돌아오며 생각했다.


세상에 많은 직업들이 있겠지만 어린 제자들을 만나 소년, 소녀에서 청년으로 또 성인이 되는 가는 모습을 보는 나야말로 진정 멋진 직업의 주인공이 아닌가 라는.


그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등 1.2학년 수업의 귀염둥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 이렇게 귀엽고 똘똘한 제자들을 만나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내가 얼마나 복 받은 교사인가! 얼마나 감사할 게 많은 인생인가!'

저 귀요미들이 우리 Lucas처럼 고3이 되면 나는 진짜 늙은 할머니가 되겠지!

그럼 어떠랴! 행복한 지금이 최고의 인생이고,

즐겁게 사는 지금이 가장 젊을 때이니 무엇이 걱정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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