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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Oct 18. 2023

무제



산사람은 살아야지.

하늘의 엄마가 원하는 걸 거야.

떠난 사람은 잘 보내드려야지.


이승과 저승을 구분 짓는 논리인가 보다. 죽음을 겪으며 남아있는 모두에게 들이대는 이 말들이 핑계 같고

변명 같다. 어쩌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헤어 날길 없는 고통을 이겨내는 순리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인정 안 되는 인간의 한계가 무기력을 넘어 세상의 하찮은 미물임을 절실히 느끼는 허무가 사무친다.


슬프도록 화창한 가을날

푸른 산과 적막으로 둘러싸인 공원으로 엄마를 만나러 갔다. 분홍수국에 하얀 장미가 수줍게  꽃다발에 좋아할 엄마가 아련하다.


꽃병 속 알록달록 조화들이 한가로운 그곳에 10월의  햇볕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곳 어디에도 엄마는 없었다. 내가 보고 싶은 우리가 평생 보았던 엄마는 없었다.


어느새 가물가물한 내 기억 어딘가에 계신 걸까.

먼 산 너머 하늘 가까이에 계신 걸까.

그 어디에라도 계실 거라 믿고 싶은 내게 누군가 답해줄 있을까.


높은 가을하늘과 분홍 코스모스밭에서 빨강 튤립 꽃과 말갛게 익은 홍시에서 딸을 알아채실까.


'어서 와라, 벌써 가려고'

'아니 엄마, 오늘은 오래오래 있다 갈게'


살아가는 동안 내 곁에서 꽃으로 음악으로 흰 눈으로 소녀 같던 그 모습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 오실 우리 엄마.


'엄마 오늘 밤 꿈속에라도 딸 만나러 오시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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