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람은 살아야지.
하늘의 엄마가 원하는 걸 거야.
떠난 사람은 잘 보내드려야지.
이승과 저승을 구분 짓는 논리인가 보다. 죽음을 겪으며 남아있는 모두에게 들이대는 이 말들이 핑계 같고
변명 같다. 어쩌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헤어 날길 없는 고통을 이겨내는 순리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인정 안 되는 인간의 한계가 무기력을 넘어 세상의 하찮은 미물임을 절실히 느끼는 허무가 사무친다.
슬프도록 화창한 가을날
푸른 산과 적막으로 둘러싸인 공원으로 엄마를 만나러 갔다. 분홍수국에 하얀 장미가 수줍게 핀 꽃다발에 좋아할 엄마가 아련하다.
꽃병 속 알록달록 조화들이 한가로운 그곳에 10월의 햇볕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곳 어디에도 엄마는 없었다. 내가 보고 싶은 우리가 평생 보았던 엄마는 없었다.
어느새 가물가물한 내 기억 어딘가에 계신 걸까.
먼 산 너머 하늘 가까이에 계신 걸까.
그 어디에라도 계실 거라 믿고 싶은 내게 누군가 답해줄 수 있을까.
높은 가을하늘과 분홍 코스모스밭에서 빨강 튤립 꽃과 말갛게 익은 홍시에서 딸을 알아채실까.
'어서 와라, 벌써 가려고'
'아니 엄마, 오늘은 오래오래 있다 갈게'
살아가는 동안 내 곁에서 꽃으로 음악으로 흰 눈으로 소녀 같던 그 모습으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오실 우리 엄마.
'엄마 오늘 밤 꿈속에라도 딸 만나러 오시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