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TMI - "아방가르드"의 변천사
#아방가르드 연관 검색어 : 군인, 정찰병, 정치적 급진좌파, 전위예술, 미술, 패션, 요지 야마모토, 미사일..
대학 시절이었어. 일찍이 외국계 스포츠 브랜드 기업에 취업한 친구 놈이 술자리에 나를 불렀지. 친구 놈의 직장 동료들이 모여있는 자리였어.
조금은 생뚱맞지만 그때 내가 입고 있던 흰색 반팔티는 봉제선이 바깥으로 튀어나왔으며, 어깨선이 없고, 쭉쭉 늘어나는 재질의 매우 오버핏한 메종 마르지엘라라는 브랜드의 옷이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친구의 직장 동료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
옷이 굉장히 아방가르드하네요?
부끄럽지만 나는 알아듣는 척하면서 격하게 공감하고 웃었지. 그리고 속으로 한참이나 생각했어.
'... 무슨 뜻이지...?'
분명 이 '아방가르드'라는 단어는 우리가 살면서 참 많이 들어봤을 텐데 말이야. 도대체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얼마 뒤 나는 #아방가르드에 대하여 찾아봤어. 생각보다 다양한 의미와 쓰임이 있더라고. 현대에는 그 의미가 예술이나 문화의 장르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지. 이제 나도 (혹은 우리도) 알고 좀 써보자! 아, 그리고 찾아보니깐 엄밀히 말하면 그때 그분도 적절하게 쓰지는 않았더라고.
아방가르드는 원래 프랑스어, Avant-Garde(영어로는 Vanguard)라는 철자로, '앞선 부대'라는 뜻이야. 프랑스 18세기 19세기 근대 시대 전쟁에 있어 군사의 소규모의 정찰병을 뜻하는 의미였다고 해.
어원적으로 들어가면 "(~의) 앞에"를 뜻하는 프랑스어 전치사(접두사) avant [아벙]과 "보호, 보존"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명사 garde [가르드/갸흐드]가 합쳐진 모습의 형태라고 해.
이 아방가르드라고 불리는 군인들은 18세기 나폴레옹 시대에 전장터에서 적의 동태를 제일 먼저 살피는 임무를 갖고 있는 군인이었어. 적의 정보를 가장 먼저 알고 동태 파악에 대해 가장 빠삭한 형들이었지. 동시에, 그들이 사격을 당하거나 죽음을 당하면 그것을 보고 후방의 군인들이 적의 동태를 파악했다고 해.
전쟁터의 최전방에 놓여, 언제라도 죽음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는 숭고한 희생양이었지.
‘아방가르드’는 18세기 프랑스에서 급진적인 사회 개혁을 촉진했다!
그러니깐 이 아방가르드가 오늘날 ‘민주주의’에 불을 지핀 첫 발걸음이기도 하다는 이야기야! 1825년에 발행된 생시몽 주의자 벤자민 올랑드 로드리게스(Olinde Rodrigues)의 수필 <예술가, 과학자, 그리고 산업 주의자(L'artiste, le savant et l'industriel)>라는 책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해. 물론 나도 안 읽어봤지만 이 수필은 관습적 의미로써의 아방가르드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기록물이라고 해!
참고로 생시몽 주의자는 '생시몽'(Saint Simon, 1760 - 1825)이라는 아저씨로부터 나왔어. 불로 소득의 계급을 배제하고, 과학과 산업이 지배하는 사회를 종교적으로 통일시켜 이상 사회를 실현시킬 것을 구상하는 것을 지향했던 형이지. 흔히 '공상적 사회주의'라고도 해.
한 마디로 기독교에 의거하여 공평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상적이면서 사회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사상이지. 호불호가 나뉘는 편
로드리게스는 예술가들에게 대중들에게 있어 “전위 부대(avant-garde)”를 자처해 '봉사'하기를 요구했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개혁을 위해서 ’ 예술의 힘이야말로 가장 즉각적이고 빠른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고 해.
그러니까 예술가들에게 작품들을 통해 대중들을 계몽시키기를 바란 것이지. 그리고 18세기 말, 프랑스혁명이 발생했어. 이 프랑스혁명 역시 '아방가르드'와 연관이 있는데 그전에 프랑스혁명을 아주 간략히 소개하자면 15~18세기 유럽 대륙에 있어 절대적인 왕권과 소수의 귀족들에게 쏠려있던 힘과 지나친 세금 부과율 등 부당한 착취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봉기를 일으킨 혁명이야. 덕분에 훗날 봉건사회가 붕괴되고 시민들의 힘이 커지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씨앗이라고나 할까) 계기가 되었던 지구의 역사적인 전환점이었어. 나도 더 자세히는 모르지만 하지만 이 정도만 알고 있으면 아방가르드를 이해하는데 충분한 것 같아.
그리고 이 프랑스혁명 이후! 아방가르드는 혁명을 통한 일종의 증명?을 거쳐 정치나 사회혁명의 급진파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고 유럽 전역에 더 널리 퍼지게 되었지. 그리고 그 쓰임은 본격적으로 예술적인 움직임으로 쓰이지.
아방가르드 예술이란 무엇일까?
전위 예술이라고 하더라고. 앞전에 전쟁 중에 쓰였던 의미처럼 가장 최전선의, 최신의,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파격적이고, 때로는 반골기질을 품고 있기도 한 그런 신선한 발상의 예술 작품 말이야. 어쨌든 전쟁, 혁명, 사상 등을 걸쳐 진화된 '아방가르드'는 유럽 전역에 예술 사조의 한 움직임으로 발전되었지. 어떤 작품들이 나왔는지 한번 볼까?
아방가르드 예술은 20세기 초 미술사에서 그 두각을 나타냈어. 미술사에서는 미래주의 - 다다이즘 - 초현실주의 순으로 명명해 정리하는데 한번 하나씩 알아보자고.
과학과 예술은 언뜻 보면 굉장히 거리가 있는 장르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 과학이 발전하면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예술이지. 왜 뜬금없이 과학 이야기냐고? 아방가르드 예술도 마찬가지거든. 아무리 예술이 기존의 틀과 형식을 벗어난 것들을 지향한다 한들 문명과 과학의 발전이 없다면 어디서 본 듯~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예술이 가진 매너리즘이기도 하지. 그래서 예술에게 있어 과학은 항상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어. 늘 새로운 장르를 갈구하는 예술가들에게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돌파구와 해답을 제시하거든!
- 미래주의(1909~1916)
1909년 2월에 이탈리아의 시인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Filippo Tommaso Marinetti, 1876~1944)가「미래주의 선언문」을 발표하며 시작된 아방가르드 운동. (나무 위키)
이탈리아 중심으로 프랑스 등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아방가르드 미술 미래주의야. 19세기 이탈리아의 미술이 전통적 예술가치와 조형의식 때문에 퇴보했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시작돼. 예술가들은 젊음의 표출, 역동적인 움직임, 나아가 산업혁명과 같은 산업과 과학의 발전들을 옹호하고 작품들에 녹여내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예술가이기도 한 보치오니는 이런 역동성과 기계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냈어. 페라리, 마세라티 등 섹시한 스포츠카들이나 구찌와 같은 디자인 감성들의 영혼이 이런 이탈리아인들의 아방가르드한 예술성으로부터 출발한 게 아닐까?
뭐 어쨌든 말이야, 언제나 부작용은 존재했지. 이탈리아의 미래주의 아방가르드는 너무 극단적인 나머지 무정부주의나 폭력 등을 옹호하기도 했어. 실례로 히틀러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중 하나인 무솔리니 정부의 전체주의 탄생에 기여한 부분도 있으니깐.
-다다이즘(1915~1924)
다다이즘(영어: Dada 또는 Dadaism)은 제1차 세계 대전 중인 1915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일어나 1924년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반이성, 반도덕, 반예술을 표방한 예술 사조이자 실존주의, 반문명, 반전통적인 예술 운동으로 기존의 모든 가치나 질서를 철저히 부정하고 야유하였다. 1915년에 시작해서 독일을 거쳐 중부 유럽으로 퍼져 나갔으며, 1920년과 1923년 사이 프랑스 파리에서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나무 위키)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된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이야.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을 때 전쟁 속에서 인간들의 반사회성, 반도 덕성, 반예술 그리고 반문명적인 예술 운동이지.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다다이즘을 이끈 마르셀 뒤샹이 있어.
왜 우리가 전시회나 미술관에 가면 말이야 엄청 난해한 예술 작품들 있잖아. 이를테면 "점 하나 찍고 수백억이라고? 이 의자가 뭐? 그래 뭐... 뭐가 있겠지 내가 모르는..." 하고 수긍하는! 다들 알지?
개인적으로 그런 예술작품들이 세상에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게 된 데에는 바로 저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적어도 이전의 아방가르드 미래주의 예술 작품들은 관습적인 조각의 형태라던지, 아니면 강렬한 외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잖아? 하지만 이건 말이야, 진짜 쌩 변기란 말이지. 쌩 남자 소변기. 작가의 작품에 대한 노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실제로 뒤샹은 이 작품을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던 전시회에 올렸다고 해. 사람들은 불쾌해했으며 저마다 욕을 해댔고 결국 전시회의 큐레이터는 이 작품을 안 보이는 구석에 치워버렸어. 다들 하나같이 "뭐 이 딴 게 예술 작품이야?" 했지. 뒤샹은 그 와중에도 자신의 작품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오히려 그 작품을 옹호했어.
훗날 이 소변기 작품은 다시 주목을 받게 되고 복원 과정을 거쳐 이슈를 받게 돼. 그리고 오늘날 세계 미술사의 역사적인 작품으로 손꼽히지. 레디메이드(Ready-made) 작품에 대한 뒤샹만의 신선한 아방가르드적 발상이었지. 뒤샹의 <샘>이 가진 의미는 단순해. 꼭 예술가의 손을 통해서, 과정이 존재하고 '대상'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개념'을 만드는 것!
이런 게 바로 예술이고 또 아방가르드가 아닐까? 고독과 인내는 가끔 예술병 환자를 만든다.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내가 하는 것은 예술인지 아니면 단순한 자기 위로적 고통인지.
-초현실주의(1924~)
초현실주의(超現實主義) 또는 쉬르레알리슴(프랑스어: Surrealism)은 1920년대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진 문예·예술사조의 하나이다. (위키백과)
초현실주의는 미래주의와 다다이즘으로부터의 피드백, 그리고 진화.
초현실주의에서 '초현실'은 프로이트라는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아저씨의 정신분석에 근거한 '무의식 세계'를 의미해. 대표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로는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이나 살바도르 달리 등이 있지. 초현실주의는 인간의 의식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무의식과 상응하는 현실을 표현했어. 또한 그를 통해서 그 속에 묻혀 있던 예기치 않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두었지. 어떻게 보면 '아방가르드 미래주의의 역동성'과 '아방가르드 다다이즘의 반 예술성'등을 거쳐 더 아방가르드한 진화 과정을 거친 예술운동 같지 않아?
참고로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현대 드라마와 영화 등에 수많은 오마주로 쓰이곤 해. 이 작품의 중절모에 코트 차림의 사내가 공중에 일정히 떠 있는데, 소문에 의하면 영화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의 무한 복제가 이 작품의 영향을 받고 탄생한 장면이라는 설이 있다고 하네.
이 르네 마그리트의 집학적 발명이라는 작품의 이상한 반인 반어? 생명체 역시 수많은 영화나 시리즈의 오마주로 쓰이곤 했지. 추가로 초현실주의를 주도한 앙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 시인 피에르 르베르디라는 이름을 가진 아저씨의 말을 인용해서 이런 말을 했지.
이미지는 정신의 순수한 창조물이다…… 병치된 두 현실의 관계가 멀고도 정확할수록, 이미지는 보다 강력해질 것이며- 정서적으로 더 강한 힘과 시적 현실성을 얻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18세기 19세기 그리고 20세기 아방가르드를 알아보았어. 전쟁터의 선발대 군인, 정치사상적 진보성, 평등성, 역동성, 폭력성, 반사회성, 무의식, 새로운 장르의 예술 장르 등등 프랑스의 시민혁명부터 1차 세계대전까지 '아방가르드'는 지구인들이 계몽과 격변의 시기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함께했지.
다음 이야기에는 21세기 아방가르드에 대해서 알아볼 거야. 이어질 <"아방가르드 하다" 무슨 뜻일까? 2>에서는 패션, 전쟁 무기, 그리고 현대 대중문화에서 다방면으로 쓰이고 퍼지는 아방가르드적인 개념을 다뤄보자고! 긴 글 읽어줘서 대단히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