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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주민 Jul 21. 2020

사회혁신가 박원순을 보내며

'책망,실망,애도' 교차하는 혼돈의 시간,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젊은날 삶의 궤적에 영향을 끼쳤던 또 한명의 공인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떠나보내며, 책망/애도가 뒤섞인 혼란스런 마음과 더불어 왜 이런 비참한 사태들이 계속되는가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1

“충격적이고, 책망·실망·애도가 교차한다” (경향신문 사설 중)

사회혁신가/소셜디자이너 박원순, 그가 걸어가고 남긴 사회적 자산의 우산 아래에서 영향 받으며 사회생활을 해왔음은 분명하다. 시민사회부터 마을만들기,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영역까지. 사회를 바꾸는 일에 관심이 있던 청년은 원하든 원지 않았든 그가 만들어놓은 터전 언저리에서 활동하고 또 회의하며 후반기로 치달은 30대를 살아왔다. 뭔가 하나의 기둥이 빠진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유족과 지인, 무엇보다 피해자를 향해 엄청난 트라우마의 무게를 던져 놓은데 대한 책망은 어쩔 수 없다. 이 비극을 초래한 사건에 공적인 삶에 있어서 지나칠 수 없는 과오가 있으면 그에 대한 애도와 별개로 분명히 구분해서 사회적으로 짚어야 할 것이다.


#2

목숨을 던지는 비참의 행위가 정치적 선택처럼 되는 건 더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파괴와 고통이 너무 빈번해졌다. 더불어 무대 위 장수를 향해 게걸스럽게 외쳐대는 ‘죽어라’, 그러나 우리 편이면 ‘음모다 살려라’… 흑백으로 갈라진 영웅과 악마, 그리고 가십거리를 내뱉는 객체적 군중들의 세상이다. 대표, 시장에 앞서 그 역시 시민이고 주민이다. 과도한 직함, 대의의 무게와 그를 떠나서는 존재 증명이 파리해지는 반민중, 반시민적인 사회는 기실 그가 혁파하려던 과제였다. 일상의 소박한 소규모 삶의 영역들이 각자 잘 연결된 기반이 있어야 건강하다. 그가 강조했던 커뮤니티,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등 사회혁신의 실천과 정책은 모두 일상생활의 회복이 전제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 그를 보내며 그의 시대를 넘을 과제를 생각한다.


#3

책망을 밀어두고 시민분향소로 항했다. 어찌 표현할 수 없는 애잔함과 부채감이 가슴을 맴돌았다. 여름날의 푸른 잔디가 깔린 시청광장 둘레를 시민들과 줄 지어 걸었다. 고개를 돌려 시청입구 왼편의 시민청을 바라보다가 순간 코끝이 시큰하졌다. 서울시청은 시민들의 놀이터이자 안식처, 문턱 낮은 공공 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고루하고 권위적이던 관공서가 이러한 곳으로, 편하게 들르거나 시민행사를 치룰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바뀐 표면 곳곳에 박원순의 흔적이 묻어 있다. 동시에 서울도서관 앞으로 하얀 국화와 검은 양복의 상주들이 보였다. ‘고 박원순’이라고 거멓게 적힌 조문 현수막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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