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ow often do you find the right person?
영화 원스 포스터에 쓰여 있는 문장을 다시 들여다본다.
살면서 얼마나 자주 맞는 사람(the right person)을 만날 수 있을까. 그때(timing)에 닿을 수 있을까. 사랑을 나눌 사람, 그 순간에 직면했을 때, 남녀 주인공의 꾸밈없이 아련한 눈빛과 함께 적힌 영어 문장을 반복해서 들추어 보았다.
영화 도입부, 남주인공은 더블린의 인적 드문 밤거리에서 허름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인파 많은 낮에는 사람들 이목을 끄는 인기 가수의 유명 노래를 고른다. 사람들 눈치를 덜 살필 시간대가 돼서야 자신의 노래를 꺼내놓는다. 적막감 속에서 딱 한 사람이 동전을 던지며 박수를 친다. 직접 쓴 곡(say to me now)을, 애절한 음색과 노랫말을 듣고 공감하며 내면에 깃든 사연까지 묻는 바로 그 사람(여주인공)을 만난다.
"아무도 안 듣는 밤에 불러요. 사람들이 안 들어줘요."(글렌 핸사드)
"전 듣고 있잖아요."(마르게타 이글로바)
Once. 좋아하는 영화와 배우도, 몇 번을 되풀이해 듣는 가슴 적시는 노래, 가수도, 수시로 책장을 넘겨보는 문장을 품은 작가도, 마음을 흔들고 잡아당기며 내게 맞닿는 그를 마주하는 순간은 그리 흔한 건 아니다.
친구와 동료도, 형, 누나, 동생, 선후배도 그렇다. 돌이켜보면 스치는 인연 속 자주 조우하는 연은 아니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주변과 사람의 영향에 붙들린다. 내가 가진 에너지가 있다면, 그것은 내면에서 오롯이 비롯되지 않는다. 영화에서처럼, 동떨어져있던 당신이 말을 걸고 손을 내밀어 침투한다. 경계를 너머 너는 나의 삶으로 들어오며, 오직 그 만남의 순간을 딛고 나로 피어난다.
주고받고 흔들리고 투영, 여과되면서 백지에 이 글도 새겨진다. 나는 그리 이성적인 사람은 못 되는 듯하다. 사람을 만날 때, 중차대한 일을 택할 순간에도 수지타산이나 객관적 정황보다 롸잇한 경험과 느낌만 가지고 대뜸 정하곤 했다. 그런 만남을 곁에 두고 싶다. 다시 콩글리시로 읊어본다. 하우 옵든 두유 파인 더 롸잇 퍼슨?
#2 동생의 결혼식
순간,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쟤가 저렇게 컸구나. 코흘리개부터 보고 부대끼며 살아온 녀석인지라, 생물학적으로 꽉 차고도 남을 어른이 된 지 한참 오래지만, 그런 감정이 느껴졌다. 큼지막하게 보던 어른들에게서는 어릴 적 바라보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졌다. 하얀 황혼으로 향하는 도리 없는 세월의 자태를 느꼈다.
따스한 봄날의 야외 결혼식. 롸잇 퍼슨을 만난 진하고 뭉근한 눈빛을 주고받음을 보았다. 푸르고 한적한 식장 분위기도 장미와 함께 만개하고 있는 봄날의 신랑, 신부만큼이나 화사했다.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