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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주민 May 21. 2021

다시, 나를 반하게 할


글에 힘이 없음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마음도, 실재도, 존재도 제대로 스며들어 담기지 않는다. 머리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헤매는데, 꺼내 들 나침반도 뭐가 뭔지 헷갈린다. 추스르고 돌파할 근육도 물렁하게 풀렸다. 소진과 고갈은 단번에 티가 난다. 단지 목표 지향적인 글은, 오기로 채우듯 쓴 문장은 힘이 없다. 



서른, 잔치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서른 끝물이 되니 그 감정이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알 것 같다. 시구에서 처럼,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무감하고 관망하는 태도가 늘어간다. 작은 사건, 무용한 사물, 가녀린 시선 하나에 진득하게 머무르고 격정하고 밤을 지새우고 분노하던 감정이 무뎌진다.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멀어지는 청년을 애써 부여잡는다. 빌리고 수입해서라도 데려다 앉혀서 붙잡아두고 싶다. 대략 7년 전쯤 써두고 숨겨놓은 글을 다시 읽으며, 겁 없이 써내려 나간 치기를 빌린다. 황무지 같은 소재일지라도 번뜩이게 소생시키는 신선한 감각을 끌어다 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정도 해야 겨우 구색이라도 맞출 것만 같은 메마른 시절. 그렇게 지나가버린 젊음의 잔상에 애처롭게 기댄다. 그러나 금세 고갈 날게 보이는 곳간일 뿐임을 나는 안다.


바쁘게 펼쳐진 날 들어가 있지 못하고 부유하며 떠있을 때. 할 일 없어도 마음만 어지러이 부산한 순간들. 일상에 대한 찬미만으로는 구원이 될 수 없다. 다시, 나를 반하게 할 아름다움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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