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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주민 Dec 18. 2020

멜랑꼴리한 캐롤과 연말의 상념

속절없이 한 해는 가고 있다

1

요즘 자주 이용하는 홍대의 공유사무실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종일 흘러나왔다. 

징글벨, 징글벨, 징글벨 락......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12월의 음악, 흥겨운 노랫말을 건조하게 흘려들으며 멜랑꼴리한 기분에 휩싸였다. 크리스마스는 영 어색하다. 성탄을 맞이할, 한해를 떠나보낼 자격이 있는가. 때가 도래한 게 맞을까. 이렇게 2020년이 가도 되는 것인가. 캐롤의 리듬과 선율이 어울리는, 첫눈과 낭만으로 거리를 수놓는 연말, 그러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멜로디가 억지로 관행처럼만 다가오고 있는 기분. 창밖으로 한산한 연말의 홍대 거리가 어색할 뿐이다. 


세상이 멈춰 섰든 내가 멈췄든 세월은 간다. 

늘 많은 인파로 붐비는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연말임에도 한산할 뿐이다. 그래도 캐롤은 거리에서 흐른다. 


2

거절, rejected, 기약 없는 기다림, 떨어짐, 계획했던 바가 수포로 돌아감이 유독 잦았던 한 해였다. 물론 주관적이고 일면적일 순 있다. 받아들이는 나도, 걸러낸 기준도, 지나쳐간 당신들도. 잘 풀린 일과 성취보다 엎어진 일, 실패를 한껏 부풀려서 감지하는 어리석음일 수도 있다.


여하튼 거절은 두렵고 실패는 아프다. 떨어진다는 게 곧 나를 부정함은 아닐진대, 그러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홀로 굳세게 잘 걸어가는 사람이라면야 뭐가 문제랴. 확실히 인생살이는 수줍은 사람보다는 극도의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 기회를 포착하기 쉽다. 나는 ‘인플루언서’와 같은 성향은 아닌 것 같고 잦은 노출과 내세움은 영 불편하다. 그래서다. 매개자, 플랫폼이나 패트론이 필요하다. 혹은 동행자나 동지가.



3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에너지가 전해지곤 한다. 아주 잘 알지는 못하는 사람 혹은 타인에게서. 우연찮게 만나고 스치듯 교류한 인연에게서. 그들에게 잘 표현을 못했지만, 그분들 덕에, 진지하게 살펴주고 잊지 않고 전해준 감동의 메시지와 표현 하나에, 한없는 자존감 추락은 방지할 수 있었다. 속절없이 가는 스산한 경자년 말미에 그래도, 다행히도 가슴에 명징하게 남아있는 온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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