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서울 밖 외출 풍경
1.
단풍이 떨어지고 겨울이 다가오는 추운 날 강원도로 캠핑을 갔다. 코로나19가 일상을 휩쓴 올해, 오랜만의 서울 밖 외출. 대도시와 디지털 세상에서 빠져나와, 불 피우고 구황작물 구워 먹으며 '불멍' 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던 시간.
2.
횡성에 있는 서울캠핑장에 갔다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우연찮게 들른 ‘이가본때’.
농사짓는 시골빵집, 마을에 자연스레 놓여있는 소박한 농가, 앉은뱅이밀, 화덕 빵굼터, 배경으로 흐르는 아날로그 감성의 클래식, 한편에 놓여있는 체게바라 사진과 ‘나타샤’ 백석 시집. 그리고 박노해 사진집...
마음에 쏙 드는 공간에 예고 없이 당도했다. 찐빵으로 유명한 안흥에서, 우리밀로 만든 이국적인 시골빵을 음미한다. 맛, 분위기, 취향, 모든 게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한숨 돌리는 주말의 휴식.
3.
시골스러운(rustic)한 빵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옆에 있는 박노해 사진집을 폈다. 나 거기에 그들처럼. 아시아,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지를 돌아다니며, 현지 주민들의 일상을 사진과 시에 담은 작품.
그들처럼, 그들과 함께, 나의 모습으로 서서 곁에 있으면 되는 것이다. 어깨에 힘 잔뜩 들어가서 내려다보며 선심 쓰듯 베풀어주겠다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콩고물을 던져주는 구원을 바라지 않는다. 가장 밑바닥에서 세상을 일구고 있는 손과 발을 그저 옆에서 신뢰한다. 나와 너의 자리가 있다. 거기에, 지금 여기에서.
"내 아름다운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다"(작가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