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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Sep 04. 2019

번외_‘아비투스Habitus’는 무엇인가

부제: 패러다임 만들기

아비투스Habitus란 무엇인가.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이 개념은 라틴어로 태도, 모습, 외관, 상태 등을 의미한다. 영어단어 ‘Habit(습관)’의 어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습관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보면 그것은 같은 상황에서 반복된 행동의 안정화 또는 자동화된 수행이라고 나와 있다. 쉽게 말해 무의식 중에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이 바로 습관인 것이다. 


아비투스는 왜 중요할까. 그 정답은 간단하다. 아비투스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기 때문이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사회계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사회계층의 갈등에서 문화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사회시스템이 사회계층의 정당화와 재생산을 위해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주로 연구한 학자다. 그에 따르면 지배 계급의 문화와 상징은 일종의 폭력으로서 작용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그는 사람들의 ‘취향’에 주목했다.


피에르 부르디외가 보기에 취향은 특정 사람들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문화적 조직체로부터 노출될 때, 즉 사회화 과정을 통해 후천적으로 터득하는 것이다. 만약 적절한 수준의 교육을 받는다면 노동계급 출신의 아이들이나, 상류 계급 출신의 아이들이나 이미지나 사물을 평가하는 역량이나 취향이 비슷할 것이다.



한편 아비투스Habitus에서는 예술적 취향, 직업, 계급적 지위, 교육 수준 등 개인의 삶의 모든 양상이 사회적 망을 통해 연결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실천적인 의미가 생성된다. 쉽게 말해 습관은 오로지 개인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화 과정을 포함한 여러 복합적인 작용의 결과물(=이데올로기)이다. 


따라서 우리의 습관은 우리 사회가 내포한 가치관과 입장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는 누군가의 습관을 통해 해당 사회 구조와 생각의 틀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비투스를 통해서 주체는 사회 공간에서 행동하고, 느끼고, 인지하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비투스란 사회현상을 한 개인이 지각하고 평가하는 능력으로 개인의 코드화 능력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우리가 왜 그렇게 아비투스Habitus에 매달려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아비투스Habitus가 마케팅을 하는 우리들에게, 무언가를 창조하는 이들에게 도착점이 되기 때문이다. 본편에서 강조했듯 혁신은 단순한 기술적인 성과를 이르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곧 패러다임의 변화를 말한다. 그리고 패러다임의 변화는 새로운 아비투스의 창조로 이어진다.


기업이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에게 자사의 상품을 알리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매출을 증대하기 위해서다. 이때 매출을 늘리기 위해선 소비자의 구매행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결코 우연적인 것이 아닌(이번 기회에 한 번 써볼까?), 꾸준하고 반복적인 충성도 있는 행동(이거라면 믿고 쓸 수 있지!)이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음과 같다. 바로 고객의 긍정적인 아비투스를 창조하는 것.


by.크몽 (https://kmong.com/gig/152111)


그런 의미에서 나는 디자인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만약 내게 다시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디자인을 공부할 것이다. 물론 모두의 말처럼 코딩을 배우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코딩 작업으로 만들어낸 복잡한 숫자들의 집합체들만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핵심은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보기 좋게 꾸미는 행위가 아니다. 디자인은 오브제와 사용주체의 사이를 이어주는 일종의 매개체다. 우린 디자인에 의해 오브제(콘텐츠)와 상호작용하고 새로운 아비투스를 만든다. 


스마트폰을 떠올려보자. 스마트폰은 이전의 핸드폰들과 달리 디스플레이 크기가 매우 넓은 탓에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매우 최적화 되어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유통은 곧 유튜브 등 영상플랫폼의 성공을 낳았다. 그리고 이는 가정생활을 변화시킨다.


과거엔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선 TV가 있는 거실로 나와야 했다. 따라서 모든 가족생활의 중심은 거실에서 이루어졌으며 리모컨을 소유할 수 있는 건 권력자인 가장의 당연한 권리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더 이상 우리는 거실로 모일 필요가 없다. 보고 싶은 영상이 있다면 그냥 유튜브 등에서 찾아보면 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아버지에게 조를 필요가 없다. 덕분에 가족의 권력은 분산화 되고, 가장은 예전 같은 권위를 갖지 못한다. 방송 콘텐츠도 온 가족을 타깃으로 한 보편적인 성격 보단 각자의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장르를 포괄한다. 가족, 멜로, 사극 일색이던 지상파 방송국의 황금시간대 드라마들은 수사물, 미스터리, 판타지, SF 같은 장르들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OLIVE, TV조선, OCN, 연합뉴스, Mnet처럼 아애 특정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채널들도 등장했다.


이 모든 건 화면이 비정상적으로 큰 핸드폰의 등장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이렇듯 디자인이 가진 영향력은 생각보다도 훨씬 크다.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차라리 콘텐츠 자체보다 디자인이 더 강력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제 우리의 관심은 이제 디자인과 그 속에 있는 인간에게로 옮겨간다.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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