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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Sep 18. 2019

21화_브랜드는 커뮤니케이션이다 part.1

aka.이름을 바꾸는 이유

학기가 끝날 즈음이면 대학생들은 각자의 지도 교수를 만난다. 그다지 선호하는 만남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성적을 열람하려면 학기 중 최소 한 번은 상담을 받아야 한다. 나도 지난 학기에는 교수님을 만나러 갔다. 복학 후 첫학기라 만나는 교수님도 내게는 낯설고 어색했다(사실 난 그 교수님의 수업을 딱 한 번 들었다). 


여하튼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을 몇 마디 나누다가 복수전공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교수님이 물었다. 복수전공은 무엇으로 하고 있냐고. 아무 생각없이 ‘언론정보학’을 하고 있노라 대답했다. 사실이었으니까. 교수님은 작은 눈을 끔뻑거리셨다. 도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냐는 듯한 뉘앙스였다. 차라리 공대를 하지, 언론정보학은 왜? 교수님이 물었다. 그러게요. 내가 그걸 왜 복수전공으로 하고 있는 걸까요.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무더운 날이었다.





나는 왜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했을까. 처음 그걸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막연히 광고나 마케팅 쪽으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광고 과목이 많지 않았던 우리 학과와 달리 언론정보학에서는 광고 수업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나니 우리 학과에도 이젠 광고 수업이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교수님과의 상담 이후, 내겐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나는 왜 이걸 공부하고 있는 거지? 대관절 무엇을 얻으려고?


브랜드란 무엇인가. 기호학적 차원에서 브랜드는 하나의 기호다. 우리가 접하는 표면적인 브랜드(로고, 네이밍, 컬러, 상품 등)는 기표다. 그리고 그 기표는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를 기의로 삼는다. 예를 들어 ‘삼성’이라는 브랜드에는 첨단, 최신, 이성 등의 기의가 담겨 있다. ‘애플’에는 혁신, 도전정신, 지식인 등이 담겨 있다. 기업은 그 가치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물론 그 가치들이 온전히 소비자에게 전달된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간에 기업과 소비자는 브랜드를 매개로 소통한다.



앞서 우리는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을 활용하여 쉐보레 스파크와 SKT의 광고를 분석한 적이 있다. 의미생성모델의 핵심은 광고나 텍스트가 함의하고 있는 문화적 코드를 발견하는 데 있다. 이를 테면 쉐보레 스파크의 광고 <깐깐한 선택>은 한국 사회 특유의 가족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다. SKT 광고의 문화코드는 가족을 넘어선 인간애다. 이 때 말하는 문화코드가 해당 문화권 내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강력하다.


한편 기호학은 구조주의 철학의 일부다. 구조주의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현상을 유발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가 있고, 그 구조를 밝혀내야 한다고 보는 철학적 입장이다. 다시 말해 기호학의 코드는 곧 구조주의의 구조다. 세상을 움직이는 일종의 법칙이다. 그래서 그것들은 강력하다. 


스위스의 언어학자인 ‘페르낭 드 소쉬르’는 사후 출간된 자신의 저서인 <일반 언어학 강의>에서 기호학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하였다. 사실 기호학은 기본적으로 언어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언어가 한 사회에서 일종의 체계로써 작용하기 위해서는 그 지위를 인정하는 일종의 약속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언어라는 기호는 기본적으로 자의성을 매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주 들었던 예시다. ‘나무’가 나무라는 단어로 불려야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 부르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영어권에서는 'tree'라고 부르기로 약속했고, 한자권에서는 '木'이라 부르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그 합의와 약속으로 만들어진 체계 위에서 우리의 의사소통은 이루어진다. 



브랜드를 홍보하는 전략, 일명 ‘브랜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삼성을 말할 때, 혹은 애플을 말할 때 이성, 혁신, 첨단, 최신 등의 가치를 떠올리는 건 우리와 기업 사이에 암묵적인 합의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언어를 가지고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듯이 말이다. 말하자면 브랜드는 기업의 언어다. 이를 가지고 소비자와 의사소통한다. 그러니까 브랜드를 알린다는 것은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인 셈이다.



(다음 화에 계속)

(표지사진 출처 - LG 그룹 블로그 http://www.lgblog.co.kr/life/22133)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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